[3부] 56. 의사 엥게에게 주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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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의사 엥게에게 주는 충고



 

 

미라래빠와 다섯 명의 제자들이 통라 마을을 향해 떠나다가 도중에 다섯 명의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그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밥그릇 몇 개와 해골잔 몇 개밖에는 달리 뭔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강도들이 물었다.

"당신들 혹시 미라래빠라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오?"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내가 미라래빠요."

산적들은 모두 그에게 예배드리며 가르침을 청하였다.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다니 참으로 행운이군요.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인과응보의 진리를 설하면서 하늘 세계의 덕과 즐거움, 그리고 하층의 삼악도(三惡道) 악과 고뇌를 들려주고, 선행과 악행은 각각 기쁨과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은 나의 충고일 뿐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전적으로 그대들에게 달려 있을 뿐이네. 자, 노래를 들어보렴."

 

        완전한 스승들께 경배 올리나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복락천(福樂天)에는

        천신들이 씨를 뿌려

        자라난 곡식들로 풍성하나니

        농사짓는 방법이 뛰어남이 아니요,

        전생에 뿌렸던 선업이 무르익어 과보일 뿐이도다.

        근기가 무르익은 자들이여, 보시를 하라!

 

        아래 열여덟 대지옥에는

        비참한 존재들이 살아가나니

        몸뚱이는 톱질 당해 잘려 나가지만

        상처는 즉시 아물고 마네.

        이들은 그들의 피부가 건강함 때문 아니요,

        전생에 살생한 죄악이 무르익은 보복일 뿐이도다.

        근기가 무르익은 자들이여, 살생하지 마라!

 

        너머 암흑 세계에는

        굶주린 귀신들이 방황하네.

        먹는 일이 끝나면 이내 허기지나니

        이는 그들의 위가 크기 때문 아니요.

        전생에 인색했던 까르마의 과보일 뿐이네.

        근기가 무르익은 자들이여, 인색하지 마라.

 

        정화의 호수가에는

        되죄라는 경이로운 암소가

        언제나 성유(聖乳) 주려 하네.

        하지만 암소를 잡든 잡지 않든

        일은 그대들 자신에게 달려 있네.

 

        소원 성취 나무의 뿌리 밑에는

        다섯 가지 질병을 고치는 신약(神藥) 숨어 있네.

        하지만 흙을 파든 파지 않든

        일은 그대들 자신에게 달려 있네.

 

        훌륭한 스승 앞에는

        복덕과 지혜의 문을 여는

        교의의 열쇠가 놓여 있네.

        하지만 문을 열든 열지 않든

        일은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을 뿐이네.

 

 

노래를 듣고 난 다섯 강도들은 큰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 네 명은 다시는 살생하거나 약탈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한 명은 미라래빠를 스승으로 섬기면서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미라래빠는 그를 시자 제자로 받아들였다. 후에 그는 깨달음을 이루고 훌륭한 명상자가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 뒤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딩리나마르로 내려갔다. 길을 가다가 어떤 양치기를 만나자 미라래빠는 그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혹시 훌륭한 보시자가 살고 있다면 좀 알려주겠소?"

"엥게라는 의사가 살고 있는데 그는 부자이면서 신실한 불자입니다."

양치기의 말을 듣고 그들은 의사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의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의사는 무리들 가운데 서 있었다. 미라래빠가 그에게 청했다.

"보시자여, 당신은 이 근방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들었소.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않겠소?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기 산 한쪽에는 미라래빠님이 살고 있고 이쪽 산에는 담빠쌍게님이 살고 있으며, 수행자들의 물결은 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많은 수행자에게 어떻게 자선을 베풀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미라래빠님이 몸소 이곳에 찾아오신다면 그분에게만 보시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다. 그 같은 분을 뵈올 정도로 선한 공덕을 제가 닦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미라래빠가 이에 응답했다.

"내가 바로 그 미라래빠라고 말할 수 있소. 자, 음식을 가져다 주시오."

"미라래빠님은 곁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비유로 들어서 진리를 설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미라래빠님이시라면 우리들 앞에 있는 이 개울의 물거품을 비유삼아 진리를 설해 주시지요."

 미라래빠는 의사의 청에 응해 '속절없는 물거품' 노래를 들려주었다.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삼세 제불의 정화시여, 경배하옵나니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진리의 사색을 내려주소서!

 

        스승은 한때 말씀하셨네.

        "인생은 물거품 같나니

        무상하고 속절없이 변하기에

        보증할 없느니라."

        인간의 삶이란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도둑과 같나니

        그대는 어리석음을 알지 않느냐!

        청춘은 순간에 시들어 버리는 여름철 꽃과 같고

        노쇠는 벌판에 번진 들불과 같아

        삽시간에 그대 뒤를 따라잡네.

        부처님은 한때 말씀하셨네.

        "생사는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나니

        왔는가 생각될 가버리노라."

        새총에 맞은 작은 새처럼

        질병은 느닷없이 찾아오네.

        건강도 때가 되면

        그대를 떠나리라.

        마지막 불꽃이 가물거리는 기름 다한 등잔불처럼

        죽음은 그대에게 다가오나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음을 그대에게 보장하노라.

        악업은 폭포수 같아

        일찍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보지 못했네.

        사악한 자는 독나무 같아

        그에 기대면 독이 오르리.

        범법자는 서리 맞은 완두콩과 같나니

        부패한 기름처럼 모든 사람을 헤치네.

        진리 수행자는 들판의 농부 같나니

        부지런하고 신중하면 수확을 거두리라.

        스승은 신약과 감로수 같나니

        그에 의지하면 성취하게 되리라.

        수련은 파수꾼의 망루와 같나니

        관찰하면 대성취를 이루리라.

 

        까르마 법칙은 윤회의 바퀴와 같나니

        부수는 자는 누구라도 고통을 당하리라.

        윤회는 속에 박힌 독가시와 같나니

        뽑아내지 않으면

        독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퍼져 가리라.

        죽음의 도래는

        저녁 노을 아래 나무 그림자 같나니

        순간에 다가와 아무도 그를 구하지 못하네.

        그때가 오면

        거룩한 진리만이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네.

        진리가 승리의 원천인데도 열망하는 거의 드무네.

        무수한 사람들은 윤회의 비탄에 얽히어 있네.

        이처럼 불행한 출생 속에서

        약탈하고 훔치며 이익을 추구하네.

 

        더러는 진리를 들어 고무되지만

        일에 부딪히면 좌절하여 상실하네.

 

        사랑하는 보시자들아,

        너무 많은 말을 삼가고 거룩한 진리를 수행하라.

 

 

노래를 듣고 난 의사가 말했다.

"이 노래는 저에게 참으로 커다란 도움을 주는군요. 하지만 인과응보의 진리와 생로병사에 관해서 더 자세하고 깊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세요. 그래서 제가 불교를 향해 더 깊은 확신을 갖도록 해주세요."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위대한 불생(不生) 세계에서

        임은 사무량심으로 빛나고 계시도다.

        소원을 들어주시며

        다함 없는 영락의 길로 인도하시는

        임에게 가슴 깊이 찬미드리네.

 

        말을 들어보렴, 친애하는 벗들이여!

        젊고 생기 넘칠

        늙음이 다가오리라 전혀 생각지 않네.

        하지만 천천히 확실하게 다가오나니

        속의 씨앗이 발아하는 같네.

 

        건강하고 튼튼할

        질병이 다가오리라 전혀 생각지 않네.

        하지만 번쩍이는 번개처럼

        느닷없는 힘으로 엄습하리라.

 

        세상일에 분주할

        죽음이 다가오리라 전혀 생각지 않네.

        하지만 머리 위에서 때리는 벼락같이

        그대를 찾아오리라.

 

        늙음과 질병과 죽음은 항상 서로 만나네.

        손과 입이 만나듯이

        덤불 속에 숨어서 적을 기다리듯이

        재앙이 닥치면 잡아가려고

        염라왕은 희생물을 기다리고 있네.

 

        새들은 줄지어 날아가네.

        그처럼 삶과 죽음과 바르도는 차례로 이어지네.

        불청객들은 그대 곁을 떠나지 않나니

        생각하면 악행이 두렵지 않느냐?

 

        덤불 속에 숨어서 억센 화살을 겨누며 기다리듯

        아귀와 축생과 지옥 세계는

        그대를 낚으려 기다리고 있네.

        일단 함정에 빠지면

        그대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우리.

 

        전생의 고통이 두렵지 않느냐?

        또다시 불행이 닥치면

        그대, 고통에 괴로우리.

        인생의 고뇌는 대양과 파고 같아

        앞에 물결 지나가면 뒤에 물결 찾아오네.

        대자유를 성취할 때까지

        장터에서 줄줄이 행인을 만나듯

        고통과 쾌락은 잇달아 찾아오리라.

 

        쾌락은 영원하지 않나니 햇볕을 쬐는 것 같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눈보라처럼 무상할 뿐이네.

        이런 일을 기억할진대

        어찌하여 진리 수행 하지 않느냐?

 

 

노래를 듣고 있던 이들의 가슴속에 커다란 신심이 솟아났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훌륭한 예물을 바치고 이곳에 영원히 머물도록 청했다. 미라래빠는 그들의 초대에 응하지 않고 하룻밤만을 묵기로 하였다.

의사는 미라래빠에게 떠나시기 전에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사 고 간청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집에 초대한 뒤 스승에게 이렇게 청했다.

"선생님, 저희 집에 며칠 더 머무실 수 없다면 저희들이 수행할 수 있는 진리를 베풀어 주소서!"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여 다음과 같이 노래 불렀다.

 

        이곳에 모인 자들아, 귀담아 들으렴.

        진실로 진리를  수행코자 원하느냐?

        그렇다면, 그대들은  이렇게 수행할진저!

 

        잠자리에 누었을

        무명(無明) 따르지 말고 깨어 있으라.

        저녁에 수호불의 만뜨라를 염하고

        밤에는 지존자에게 기도하고

        밤중에는 무분별을 명상하라.

        날이 밝아오면 생명 에너지를 수련하고

        아침에는 전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해가 뜨면 그대의 마음, 만물과 '하나'가 될진저!

 

        수행의 요체는

        자신의 마음을 관함이네.

        모든 교의의 핵심은

        그대의 스승으로부터 받으리라.

        수호불에게 항상 기도하고

        금강 형제들과 싸마야 계율을 지키며

        불법승 삼보에게 헌신할진저!

 

        머리 위에 대비의 스승을 느끼고

        연화보주 만뜨라를 염송할진저!

        가난한 자에게 자선하고

        어려운 자를 도와 주며

        학식과 수행을 지닌 성직자에게

        봉사하고 보시하며

        언제나 양친[衆生]을 돌볼지라.

 

        명의 학자와 스승들이 모였어도

        이보다 더한 가르침은 없으리니

        일생토록 행복과 창성함이 그대를 따르리라!

        건강과 장수가 언제나 그대와 함께 하리라!

 

 

이 노래를 듣고 대중은 모두 큰 감명을 받고 미라래빠를 향해 불변의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의사는 그 뒤 죽음에 임하여 대도(大道)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추와르로 떠났다.

 

 이 장은 의사 엥게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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