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3 . 뙨곰래빠에게 들려주는 행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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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뙨곰래빠에게 들려주는 행복의 노래

 


 

  미라래빠가 지방의 붉은 바위 고지(高地) 머물고 있을 때 제부족의 승려 한 사람이 미라래빠의 명성을 듣고 커다란 감동을 받아 그 마음에 믿음을 일으켰다. 비록 이전에 미라래빠를 만나 적은 없었지만 그는 마음의 스승을 찾아왔던 것이다. 미라래빠의 은둔처에 도착하여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뒤 승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 안에는 단지 냄비 한 개만 눈에 띌 뿐이었다. 승려는 생각했다.

'냄비 외엔 아무것도 없구나. 불경은 한 권도 없고, 불상도 없고, 불법을 상징하는 염주는 물론이요, 불구(佛具)라고는 아무것도 없구나. 뿐만 아니라, 먹을 식량조차 없으니 이렇게 지내다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쩌실 작정인가?'

미라래빠는 승려의 생각을 알고 말하였다.

"친애하는 승려여! 그런 것은 염려하지 마시오. 나도 거룩한 경전과 불상과 진리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소. 죽을 때가 되어도 나는 후회하지 않고 도리어 기뻐할 것이오. 자아, 노래를 들어보시오."

 

         아버지 스승들께 절하옵니다!

 

         몸은 그대로 거룩한 만달라요,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이네.

         제불(諸佛) 축복 받아

         궁핍과 소유에서 나는 떠났기에

         밤낮으로 공야 올린다네.

         재물 없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육도 세계 중생은 숨어 있는 붓다들,

         삼계(三界) 절로 만들어진 무량한 궁전임을 아나니

         , 무얼 하든 법계(法界) 놀이요,

         나와 함께 있는 자는 한결같이 수호불이며

         머무는 모든 곳이 부처님의 저택이네.

         대지혜로 밝게 아나니

         밖에서 도움을 구하지 않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붉고 힘이라는 종이 위에

         지혜의 먹으로

         오감(五感) 언어를 쓰나니

         삼라 만상은 법신이 되어가도다.

         어리석은 책을 지니지 않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윤회계 중생들은

         '진여(眞如)' 지녔건만 깨닫지 못하네.

         심오한 가르침을 미라는 수행하여

         삼신(三身) 삼위일체 삼매에 들었네.

 

         , 죽음이여! 언제든 오라.

         나에게는 오직 즐거움뿐이네.

 

승려는 생각했다.

'정말로 이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구나. 과연 그에 관한 모든 소문들도 사실임에 틀림없으리라.'

스승을 향해 확고부동한 신심을 지니게 된 그는 자신을 제자로 받아주시기를 청하였다.

미라래빠는 이 승려의 자질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입문시켰다. 그리하여 구전(口傳)가르침을 베푼 명상 수행하도록 하였다. 얼마 그는 기쁨으로 충만한 훌륭한 체험을 얻었다. 어느날 승려는 스승 미라래빠를 찾아와서 말하였다. 이때 많은 제자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날 저는 내면에서 기쁨을 찾지 못했기에 재물과 부를 갈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항상 내면에 큰 기쁨을 느끼며 지내십니다. 지금부터 저도 선생님의 길을 따라 적정처(寂靜處)에서 명상하며 제 남은 생애를 보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선생님처럼 항상 커다란 환희 속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미라래빠는 매우 기뻐하면 응답했다.

"그대의 말은 사실이다. 마음의 집착 없이 적정처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법열(法悅) 젖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훌륭한안내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미라래빠는 '여덟 가지 위대한 행복의 노래'를 불렀다.

 

         역경사 마르빠는 왕이요,

         붓다의 소원성취한 화신불이요,

         무명(無明) 어둠을 몰아내는 광명이시네.

         실로 경건한 마음으로 임께 귀의합니다.

 

         하늘을 지키는 붉은 바위 높은 봉우리는

         다끼니 천녀들이 찾아드는 성소,

         내게 온갖 영감을 베푸는

         환희의 장소이네.

         , 총명하고 끈기 있는 제자들아,

         환희에 젖어 부르는 노인의 노래

         귀담아 들으렴.

         추종하는 무리 없는 조용한 은둔처 동굴에

         언제나 삼매에 잠겨 있는 안내자가 사네.

         성스러운 사원이란 바로 몸임을 아는 자라네.

         마음의 본질은 하늘처럼 순수하나니

         이를 깨달음이란  얼마나 불가사의한가!

 

         흔들리지 않는 신심(信心)

         윤회계로부터 그대를 안내하리라.

         신심의 안내를 받은 , 여기 있느냐?

         , 윤회와 열반이 자체 해탈임을 아는 자는 행복하네!

         마음속에 사신불(四身佛) 항상 거하니

         , 이를 깨달음이란 얼마나 불가사의한가!

 

         외경계를 접하는 육근(六根) 집착이 없나니

         온갖 장해들은 그대의 벗이 되어 안내하리라.

         무집착의 안내를 받은 , 여기 있느냐?

         , 무욕의 언덕에 이른 자는 행복하네!

         불가사의 하도다, 현상계의 이원(二元)에서 해탈함이여!

 

         진실한 전수를 행하는 법다운 스승은

         그대의 의심과 어리석음 씻어주는 안내자라네.

         스승의 인도를 받은 , 여기 있느냐?

         , 스승을 부처로 섬기는 자는 행복하네.

         불가사의 하도다, 진면목을 관()함이여!

         설산 무명베옷은

         추위와 더위에서 나를 보호하는 안내자라네.

         무명옷 인도를 받은 자, 여기 있느냐?

         설산에 벌거벗고 누워 있으니 참으로 근사하도다!

         추위도 더위도 두렵지 않으니 행복하여라!

 

         동일시(同一視) 변형(變形) 합일(合一) 교의는

         바르도의 온갖 공포를 부수는 안내자라네.

         이들의 인도를 받는 , 여기 있느냐?

         , 본체(本體) 집에 당도하니 불가사의하여라!

         삶과 죽음을 초탈하니 행복하여라!

 

         법통 교의 방편도(方便道)

         마음에 순수와 오염을 멸하게 하는 안내자라네.

         이들의 인도를 받는 , 여기 있느냐?

         중앙 통로를 통하여 생명 에너지 느끼니 불가사의하여라!

         심신이 항상 편하고

         지복으로 충일하니 행복하여라!

 

         () 자비 수행하는 명상가는

         난해한 언어와 말장난을 차단시켜 주는 안내자라네.

         이들의 인도를 받는 , 여기 있느냐?

         , 깨달은 이들에게 에워싸이니 행복하여라!

         변형의 통해 제자들을 인도하니 불가사의하도다!

 

         노래는 늙은이가 기쁨에 겨워

         그대에게 불러준 여덟 가지 행복의 노래라네.

         제자들의 마음을 정화하고자

         기꺼이 노래하였나니

         잊지 말고 간직할지라!

 

이 노래를 듣고 승려 제뙨과 다른 제자들은 한결같이 감명받고 크게 기뻐하였다. 제뙨은 다시 스승에게 청하였다.

"선생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은 제게 큰 감명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제 저에게 실천하기 쉽고 수행하기 쉬우며 이해하기 쉽도록 정견과 수행과 정행과 성취에 관한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뙨에게 응답하여 미라래빠는 노래 불렀다.

 

         아버지 스승들께 귀의하옵니다!

 

         심오한 사색으로 정견을 심화시킬

         언어의 지식으로 길을 잃지 마라.

 

         본래 깨달음을 증득하기 전에는

         공성(空性) 정견을 말하지 마라.

 

         현현된 만물은 메아리와 같아 실재하지 않지만

         인과 법칙은 어김없나니

         선업과 덕행에 소홀 하지 마라.

 

         편견과 이기심으로 남을 헐뜯지 말고

         지고한 진리의 지견 없이는

         자신의 관념에 집착하지 마라.

         먼저 자성(自性) 완전히 깨닫고 연후에

         내면의 모든 잘못을 근절해야 하리라.

 

         그대 마음에 지고한 깨달음이 비추기 전에는

         달콤한 황홀과 () 집착하지 마라.

         만물이 공의 현현일지라도

         쾌락에 빠지지 말며

         노력 없이 그대 고통 사라지기를 기대하지 마라.

 

         사상(事象) 자체가 비었지만

         행여 그대, 관념의 [無記空] 빠질까 두려우니

         텅빈 공에 집착하지 마라.

 

         세속 환락의 밀물에

         방황하는 사념은 잠시 가라앉고

         홀연히 일어나는 황홀감이 있네.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는 자는 잃고 말리라.

 

         깨달음이 내면에서 빛나기 전에는,

         삼라만상을 축복할 있게 되기 전에는,

         오감(五感) 경험이 지복(至福)으로 변하기 전에는,

         온갖 거짓된 관념들이 녹아지기 전에는,

         행여 평등행(平等行) 수행에서 잃을지 모르니

         마음 내키는 대로 기이한 행동을 하지 마라.

 

         최후의 성취로 나아가는 수도자는

         다른 데서 불타 경지 구하지 마라.

         마음의 본질을 밝게 보기도 전에

         희망과 두려움에 갇히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리라.

 

         그대 몸이 불신(佛身)이라 생각할 때는

         화신(化身) 실존한다 여기지 마라.

         동요하는 사념이 법신(法身)속에서 사라지게 하려거든

         바야흐로 ()속으로 꺼져간 사념들을

         실체라고 여기지 마라.

 

         위대한 공덕과 정행과 정토는

         지순한 지혜의 자연스런 현현이니

         외부 세계 속에서 실재하는 것이라 여기지 마라.

 

스승의 노래를 듣고 확고한 지견을 얻게 된 승려 제뙨은 그뒤 오랫동안 은둔처에서 명상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수승한 체험과 내적 공덕을 성취하였다. 그는 스승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들 가운데 제뙨차신바르로 알려졌으며, 또한 훌륭한 래빠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뙨곰래빠라고도 불리었다.

 

  장은 승려 제자 제뙨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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