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 노래
40 .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 노래
적암과 뽄토의 보시자들과 제자들이 인도에서 돌아온 래충빠를 위해 연회를 베풀었을 때, 미라래빠는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제자 감뽀빠가 찾아올 것을 예언하였다. 그 후 추와르 마을의 보시자들이 미라래빠를 초대하였다. 추와르에 머물 때, 랜 부족의 훌륭한 수행자가 미라래빠의 명성을 듣고 열망과 기쁨에 겨워 찾아왔다.
그는 미라래빠를 만나자마자 곧바로 지복과 깨달음과 무념의 삼매에 들었다. 그는 불변의 신심을 지니고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저는 닥뽀 출신의 수도자입니다. 여러 스승들로부터 대완성 교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분별지 관행(觀行)과 평등행을 수행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명성을 듣고 크게 고무된 바 있어 진리를 구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미라래빠는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수행 중에 혹시 이런 체험을 하지 않았느냐? 자, 노래를 들어보렴." 언어의 지식에 만족하여 스승의 핵심 교의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두 가지 집착에 떨어져 심오한 지혜를 놓치지 않았는가? 이원론(二元論)의 장애에 가로막혀 투명한 직관을 잃지 않았는가? 분별하지 않은 선정에 들었다가 형상(形相)의 수렁에 떨어지지는 않았는가? 평등행을 수행하다가 탐닉과 의혹으로 길 잃지는 않았는가? 바깥에 있다고 여기다가 내면에 들어 있는 열반의 열매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참다운 체험이 아닌 것을 순수한 체험이라 오해하지는 않았는가? 본래 지닌 텅 빈 마음의 본질을 인위적 관념으로 방해하지 않았는가? 홀로 수도하면서
마군의 유혹에 속지 않았는가? 도공(陶工)이 물레를 돌리듯 무명(無明)의 힘은 인간을 영원히 윤회계로 돌게 하네. 수행자는
미라래빠에게 말씀드렸다. "말씀하신 바로 그대로입니다. 이러한 결점들을 바로잡도록 이제 저를 입문시켜 주시고
가르침을 베풀어 주소서!" 미라래빠는 그의 간청을 들어주고 명상하게 하였다. 랜곰래빠로 불리는 이 수도자는 한동안 명상한
뒤에도 여전히 덕(德)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그는
구체적인 형태로 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방으로 흩어진 사념들이 마음속에 일어나 자유롭지 못했다. 이리하여 그는 도시로 가고
싶었다.그가 체험을 말씀드리려고 왔을 때 미라래빠는 그의 산란한 마음을 이미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 "랜곰아, 덕행(德行)의 형식에 집착하지 말아라. 도시로 가려는 그대의 산란한 마음을 극복하고 수도에 전념하라. 그렇지 않으면
윤회의 삼계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없다. 자, 노래를 들어보렴." 미라래빠는
노래를 불렀다. 법통의 전통을 수행하면 모든 결점이 구경(究竟)속에서 녹아 모든 일이 제때에 이뤄지네. 이와 같은 자라야 참다운 수도자라 하리. 마하무드라를 행하는 이는 집착하는 마음이 들어설 여지가 없네.
언어의 초월의 깨달음을 성취한 이는 만트라를 외우거나 계율에 묶이지 않네. 도시에서 방랑하는 수행자들은 친척과 친구의 호의와 뜻에 아첨하네. 행동은 위선적이요 말은 진실치 못하여 마침내 공(空)의 불빛은 거짓으로 흐려지네. 죽음을 맞아 후회와 공포에서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윤회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정복해야 하리, 욕망의 원수를!
삶의 덧없음과 죽음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 홀로 수도에 매진할진저. 마음을 벌거벗겨 관(觀)하지 않으면 냉담하고 무감각해지리 신실하게 진리를 구하지 않으면 그릇된 체험에 오도(誤導)되네. 방편의 심오한 가르침을 수행하지 않으면 욕망에 정복되기 쉽네. 은둔처에 홀로 남아 수도하면 공덕은 그대 내면에서 성장하리. 랜곰래빠는
생각했다. '정곡을
찌르는 스승님의 노래구나. 나의 결점을 남김없이 지적해 주셨도다!' 이리하여 그는 적정처에서 수승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흩어짐 없이 수도하였다. 그 후 그는 미라래빠를 찾아가서 자신의 정진을 말씀드렸다. 미라래빠는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대의 수행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불타의 경지를 성취할 때까지 그와 같은 수행을 계속해야 한다. 그대가 항상
명심해야 할 것들을 노래할 테니 들어보렴." 아내와 자녀와 명예는 수도자를 넘보는 세 가지 족쇄이니 진리 수행자는 포기해야 하네. 돈과 오락과 허세는 수도자를 넘보는 세 가지 장애이니 진리 수행자는 버려야 하네. 친척과 보시자들과 제자들은 수도자를 넘보는 세 가지 방해거리니 진리 수행자는 애착심을 버려야 하네. 술과 피로와 수면은 수도자를 넘보는 세 가지 도둑이니 진리 수행자는 극복해야 하네. 잡담과 농담과 환담은 수도자를 넘보는 세 가지 유혹거리이니 진리 수행자는 피해야 하네. 스승과 교의(敎義)와 근면은
수도자의 세가지 귀의처이니 진리 수행자는 언제나 여기 머물러야 하네. 은둔처와 공덕과 선한 친구[道伴]는 수도자의 세 가지 지팡이이니 진리 수행자는 언제나 지녀야 하네. 산란하지 않는 마음과 무념(無念)과 지복은 수도자의 친밀한 세 벗이니 진리 수행자는 언제나 이들과 사귀어야 하네. 이완(弛緩)과 무위(無爲)와 자연스러움은 수도자의 세 가지 속성이니 진리 수행자는 언제나 여기에 머무네. 무욕(無欲)과 증오하지 않음과 초월적인 힘은 수도자의 세 가지 성취의 징후이니 진리 수행자는 마침내 여기에 이르네. 랜곰래빠는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축복 덕분에 이제 저는 버릴 것을 모두 버리고, 자연스럽고 쉽게 진리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항상 행복과 기쁨을
느끼겠지요?" "그렇다
아들아. 모든 결점을 버리고 모든 공덕을 완전히 성취한 수도자는 항상 행복하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항상 고뇌가 떠나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먼저 분별해야 한다." 미라래빠는
이어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본질과 우주에 내재하는 진리를 알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잘못을 범하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자연의 상태에 머물러 저절로 지순(至純)하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본능과 환경에 구애 받아 증오와 애욕에 물들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만물이 법신임을 깨달아 두려움. 희망. 의혹에서 벗어나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초조하고 말 많고 경솔하여 세속의 욕망에 사로잡히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만상이 마음임을 깨달아 만나는 이마다 친구로 여기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이생을 허송하여 무덤까지 회환을 지니고 가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어 실체에 평안히 휴식하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욕망에 탐닉하여 끝없이 갈망하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일체의 상(相)에서 벗어나 한결같은 체험에 머물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언어에 집착하여 마음을 증득하지 못하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세상일을 포기하고 염려를 놓아버린 불자(佛子)는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곡식을 헤아려 쌓으며 친척과 총애하는 여인을 마음에 품으련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근면의 말을 타고 해탈의 정토로 달리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탐욕의 돌을 짊어지고 윤회의 바다에 떨어지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정견으로 마음의 놀이를 즐기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진리 수행을 다짐하고도 악행을 탐닉하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두려움과 의혹을 버리고 본초(本初)의 경지에 잠심하면 항상 즐거움을 느끼고 남의 뜻에 아첨하여 허식으로 살아가면
언제나 괴로움을 느끼네. '이것 저것' 모두 놓아버리고 한결같이 지순한 진리를 수도하면 언제나 즐거움을 누리네. 미라래빠으 노래를 듣고 랜곰래빠와 다른 제자들은 모두 크게 감명받고 기뻐하였다. 그들은 마하무드라의 흔들림 없는 삼매를 증득하고 현상의 환영 세계를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랜곰래빠의 영적
정화를 무척 기뻐하였다. 이리하여 랜곰래빠는 보시자가 되고, 제자가 되었으며 또한 닥뽀 린뽀체의 진리의 형제가 되었다.
이 장은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 랜곰래빠에 관한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