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7. 싸레외래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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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싸레외래마를 만나다


 

 

  미라래빠는 보시를 구하려고 냐낭의 복부형 동굴에서 나와 고깡지방으로 갔다. 그는 라싱 마을에서 한나절을 보낸 뒤 낙챠르 마을로 향했다. 낙챠르로 가는 도중에 열여섯 살 가량 된 아리따운 소녀를 만났다. 까만 눈썹과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지닌 소녀였다.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고 갖가지 패물로 몸을 단장하고 있었는데 마침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 소녀에게 미라래빠가 물었다.

"소녀야, 오늘 저녁 나에게 음식을 베풀지 않겠느냐?"

소녀는 대답했다.

"길가에 살고 있는 저희들이 거지들에게 일일히 음식을 줘야 한다면 하루 종일 음식을 장만해야 할 거예요!"

소녀는 미라래빠를 바깥에 남겨둔 채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밤 그녀는 상서로운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밤의 꿈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명(無明)에 가려 붓다를 알아볼 수가 없다. 미라래빠는 붓다이시다. 만약 미라래빠님의 은총과 축복이 없었다면 간밤에 나는 이런 상서로운 꿈을 꾸지 않았을 게다. 그렇다면 혹시 어제 저녁에 걸식하던 그 행자가 바로 미라래빠님이 아니실까? 아직도 계실까? 한번 밖에 나가 찾아봐야겠구나!'

그녀는 급히 음식을 준비하여 미라래빠를 찾아나섰고, 마침내 마을에 있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친애하는 수행자님이시여, 선생님은 누구세요?"

"나는 그대의 이웃에 살고 있는 걸식 행자라네."

"선생님은 혹시 냐낭의 복부형 동굴에 계시는 미라래빠님이 아니신가요?"

"그래, 그렇게도 말할 수 있을 테지!"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서는 갑자기 전신을 녹이고도 남을 열렬한 믿음이 솟아났다. 머리카락이 온통 기쁨으로 떨렸다. 그녀는 미라래빠 앞에 덥썩 엎드려 외쳤다.

"아, 과연 그렇군요. 이제야 알았어요! 간밤에 놀라운 꿈의 계시를!"

"어떤 꿈이냐?"

미라래빠의 물음에 소녀는 설명하였다.

"간밤 꿈에 해와 달이 우리 집에 있었지요. 그런데 별루 빛나지는 않았어요. 이때 또 하나의 해와 달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동방에서 솟아 올랐지요. 이들은 우리 집에 있던 어두운 해와 달을 밝혀 환히 빛나게 하였어요. 그 후 우리 집의 해와 달은 하늘로 솟아올라 동방의 해와 달과 하나가 되었지요. 온 우주의 삼라만상은 이리하여 환하게 밝아졌어요.

부디 제가 진리를 구할 수 있도록 선생님의 시녀로 받아주시지 않겠어요?"

"내가 보기에 그대는 열심히 수행할 것 같구나."

이렇게 대답한 후 미라래빠는 삼매(三昧)의 힘으로 그녀을 축복하고 복부형 동굴로 돌아갔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친구와 함께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그녀는 미라래빠에게 황금 덩어리를 바치면서 노래하였다.

 

         들어보세요,

         위대한 수도자, 성취자시여!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노라면

         풀잎의 이슬과 같아요.

         생각하면 제 마음이 슬픔에 젖어요.

 

         친구들과 친척들을 바라보노라면

         거리를 왕래하는 상인과 같아요.

         생각하면 제 마음 슬픔에 젖어요.

 

         소란스러운 도시를 바라보노라면

         악마의 소굴 같아요.

         생각하면 제 마음 슬픔에 젖어요.

 

         낮이면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고

         밤이면 이 때문에 잠못들어 하지요.

 

         전생에 선한 공덕 닦아서

         이생에 사람 몸 받았겠지만

 

         과거는 뒤에서 압박하고

         현재는 음식일과 허드렛일이 구속하지요.

 

         이런저런 매순간 죽음으로 다가가요.

         이 몸은 언젠가 썩어질 몸,

         숨결은 언젠가 아침 안개처럼 스러지겠지요을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아

         제 마음은 큰 슬픔에 잠깁니다.

 

         오, 아버지 스승이시여,

         진리를 위해 임을 찾았사오니

         불쌍히 여기시어 축복하고 보호하시어

         거룩한 가르침을 허락하소서!

 

 

미라래빠는 소녀가 진리에 완전히 헌신하였는지, 아니면 아직도 세속일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말하였다.

"나는 그대의 황금을 원치 않는다. 부자들이 진리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다른 일에는 능력이 많을지 모르지만...... 아직 젊었으니 세속을 버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자, 노래를 들어보렴."

 

 

         자애로운 스승 마르빠,

         전륜왕의 화신께 예배드리나이다.

 

         지복천(至福天) 아름다운 정원에는

         달콤한 향기 풍기는 꽃들이 만발하네.

         그러나 세속의 꿀벌은 찾지 못하나니

         속세에서는 온갖 꽃 향기를 맡을지라도.

 

         수미산 남섬부주에는

         여덟가지 공덕수(功德水) 아름다운 호수 있네.

         그러나 세속의 세들은 찾지 못하나니

         속세에서 곳곳을 날아다닐지라도.

 

         보드가야 북방에 짠딴 나무 무성하니

         온갖 어혈(瘀血)을 고치는 신약이네.

         하지만 병자들 중 누구도 찾지 못하나니

         속세에서 온갖 약초 찾아다닐지라도.

 

         네팔과 티벳의 경계지엔

         슬픔에 잠긴 자를 위로하는 곳 있으니

         내재한 붓다, 자생(自生)의 와띠라네.

         하지만 공덕 없는 이들은 볼 수 없나니

         아무리 많은 불상 볼지라도 신심은 자라지 않네.

 

         윤회의 가없는 바다 속에서

         의지처 없는 외로운 무리들 허덕이네.

         낮은 세계를 헤매다가 어쩌다 인간으로 태어나도

         '영혼'을 위해서 사는 자는 드무네.

         미망에 사로잡혀 모처럼 얻은 것을 한 번 더 잃고 마네.

 

         인간으로 태어나긴 한낮의 별빛보다 더 어렵네.

         인간의 몸으로 축복받아도

         많은 이들이 탐욕을 따라 귀한 세월 허송하네.

 

         진리의 길을 걷은자 드무나니

         수백명이 입문할지라도

         수련을 감내하는 자는 적네.

 

         아버지 스승의 은총으로

         나는 깨달았네. 만물이 황금임을!

         때문에 그대의 소중한 황금이 나에겐 소용없네.

 

         신실한 보시자야.

         이는 다섯 비유, 여섯 의미 지닌 노래라네.

         그대가 지금 지니고 있는 열망은 무상하고 변하기 쉽나니

         불굴의 의지는 참으로 얻기 어렵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렴.

 

         진리를 먼저 믿으라,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주는 충고이네.

         신에게 봉사하듯 남편을 섬기고

         집과 토지를 다스리고

         자녀들에게 사랑을 베풀기를.

 

         스승들과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보살피며

         친척을 돌보고 이웃과 화목하길.

 

         그대는 늙은이에게 축복받았네.

         번창하고 장수하여 영광 있으라.

         변함없이 진리를 구하는 은총 있으라.

 

 

그녀는 미라래빠 앞에 예배올리면서 말씀드렸다.

"저는 세속의 쾌락과 기쁨에는 관심이 없어요. 생사 윤회세계의 온갖 일에 철저히 질렸을 뿐이에요. 저의 심정을 이해하시고 받아주세요."

  이어 그녀는 노래불렀다.

 

 

         자애로운 스승님께 예배드립니다.

         간구하는 저의 말씀 들으시고

         축복으로 소원을 들어주소서.

         위대한 래빠님이시여,

         소녀의 노래에 귀 기울이소서.

 

         무지하고 방황하는 마음으로

         저는 인생을 생각하며 탐구했지요.

         가슴 깊이 삶의 덧없음을 되씹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보아왔어요.

         세상의 햇빛을 본 그날부터

         죽음이 젊은이 늙은이를 가리지 않고 쓰러트리는 것을.

 

         인생은 불안하고 덧없어 풀잎 위의 이슬 같지요.

         시간은 몰래 달아나고 삶은 어느새 끝나버려요.

         불사(不死)의 사람을 난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사람 있단 소문도 들은 적 없어요.

 

         어느날 이 몸도 어김없이 죽겠지요.

         죽음에는 선택도 자유도 없어요.

         죽은 뒤 비참한 세계에 떨어져

         고통받을까 봐 두렵고 슬플 뿐이지요.

 

         이 세상은 한바탕 연극이지요.

         집안일은 끝없이 수고롭고

         생존을 위해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하지요.

         세상일 끝난 뒤 참담한 세계에 떨어지면

         수행도 해탈도 끝장이지요.

 

         때로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부모님 소중한 재산 받고도

         하녀처럼 너를 부리는 남편에게

         너 자신을 스스로 맡기는 이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사랑하는 이는 처음에 천사 같으나

         나중엔 악마인 양 놀래키며 난폭하게 굴지요.

         마침내 사나운 코끼리같이 되어

         죽이려는 듯 위협하지요.

 

         생각하면 슬프고 진저리 나요.

         이제는 진리에 헌신하고 싶어요.

         금강 형제단(金剛兄弟團)에 합류하고 싶어요.

 

         남자들은 대부분 외상 거래자들이지요.

         능력있는자는 매우 드물어요.

         그들은 처음엔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앗아가고

         나중에는 재물을 훔쳐가고

         마침내는 손목에 찬 보석까지 풀어가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진리 수행에 헌신하겠어요.

         앞으로는 지혜의 자녀들을 기르겠어요.

 

         집과 사원은 감옥 같지요.

         처음에는 마음을 상하게 하고

         나중에는 등[]을 고통스럽게 하고

         마침내는 절망에 빠뜨리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불멸의 명상전(暝想殿)을 짓겠어요.

 

         상징 도형과 경전 두루마리를 숭배함은 의미 없지요.

         참다운 신심과 성심이 필요하지요.

 

         사람들은 토지를 놓고 다투고

         다음에는 수로(水路)를 놓고 다투고

         마침내는 주먹질이 오가지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이제는 자아 수련의 거친 땅을 가꾸며

         진리 수행에 헌신하겠어요.

         보리심이 굳게 서면

         공덕은 한없이 자라지요.

         하지만 재물에 집착하면

         아무리 애써도 많은 죄를 짓지요.

 

         처음엔 불타는 욕망에 삼켜지고

         나중엔 자만과 이기심에 사로잡히다가

         마침내 원수와 필사적으로 다투지요.

         생각하면 가슴은 비애로 가득 차요.

         이제는 진리에 헌신하겠어요.

         만인에게 선의(善意)를 지니겠어요.

 

         남의 결점일랑 불보듯 밝게 보면서도

         자신의 결점을 좀처럼 알지 못해요.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 무슨 조화가 있겠어요?

         흠없는 붓다, 모든 것을 알고 두루두루 완전하신 분에게서도

         악인들은 결점을 찾아내지요.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 어떻게 평화가 있겠어요?

         생각하면 슬프고 진저리나요.

         이제 소녀는 진리에 헌신하겠어요.

         마음속의 자아 얼굴[眞面目]을 들여다 보겠어요.

 

         만물은 화신불이신 님의 앞에선

         황금처럼 빛나겠지요.

         저는 체험하진 못했지만

         존재도 비존재도 없겠지요.

         욕심과 탐심을 극복하려고

         임에게 지중한 보물을 바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지요.

         "집착을 이르키는 소유물을 버리라.

         모든 소유물은 마법과 같은 미망일 뿐이니

         선한 목적과 자선을 위해 베풀어라."

         깨달은 분들의 가르침 따라

         임에게 황금을 바칩니다.

         받아주세요, 이 작은 믿음의 징표를!

         또한 가르침을 허락하소서.

 

 

미라래빠는 그녀에게서 황금을 받고 난 뒤 되돌려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삶과 죽음을 돌보지 않고  진리를 수행하기로 결심했다면 그대는 이미 진리의 문에 들어온 것이다. 자, 그럼 스승들과 수호불을 위해 예물을 준비하도록 하렴!"

이리하여 거룩한 의식이 성대하게 베풀어졌다. 미라래빠는 그녀에게 세속의 여자 신도가 지켜야 할 청신녀(淸信女) 계울을 베풀고, 은밀한 딴뜨라의 교단에 입문시키고, 여러 가지 구전(口傳) 가르침을 전수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싸레외라는 법명을 주고 수도에 전심하도록 하였다. 싸레외는 오래지 않아 수승한 명상 체험을 하고, 혼자 수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미라래빠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대 신심과 인내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구나. 지금까지 성취한 체험과 깨달음으로 인해 그대는 적정처에서 혼자 수도할 수 있을테니 심산준령(深山峻嶺)으로 들어가 수행하렴. 다시 만날 때를 기약하며, 나의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렴!"

 

 

         스승들의 축복은 다함이 없고

         삼보의 은둔처는 안전하고

         다끼니 수호불은 지켜주시네.

         님들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믿음으로 절하나이다. 

         이 노래의 곡조는 빼어나지 못하나

         법통의 축복을 전하는 데는 손색 없고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는데는 부족함 없나니

         신실한 헌신자 싸레외야, 들으렴!

 

         마음에 투명한 거울에서 때를 벗기려면

         드맑고 그윽한 하늘을 관하라.

         성취자들이 축복한

         고요한 심산(深山)의 성소에서 명상하라.

 

         인적 없는 은둔처에 홀로 머물려거든

         잔물결이 이는 마음의 심오한 본질 관()하는

         명상법을 알아야하리

         내 이제 그대에게 가르치리니

         싸레외야, 명상 기술 깊이 새기라.

 

         진리에 첫발 디딘 자는 부동의 신심을 지닐지니

         웅자(雄姿)를 자랑하는 산과 같이 꿋꿋하게 명상하라.

         붓다의 공덕을 성취하려면

         고통과 쾌락을 함께 떠나야 하네.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싸레외야, 부단히 명상하라.

         스승의 축복을 원하거든

         끊임없는 신심을 지니렴.

 

         중심도 가[]도 없는 허공같이

         광대무변(廣大無邊)을 명상하라.

         본질의 진리를 체득하려면

         방편과 지혜가 '하나'임을 알아야 하리.

 

         찬란히 빛나는 해와 달처럼

         어둠의 흔적 없는 광명을 명상하라.

         모든 중생들이 부모임을 알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리라.

 

         끝없이 일렁이는 대양처럼

         졸지 말고 흩어짐없이 명상하라.

         진아심(眞我心)을 직시하려면

         스승의 말씀을 곧바로 실천하라.

 

         광대한 대지처럼

         흔들림 없는 부동(不動)을 명상하라.

         진리의 나룻배가 되려면

         모든 언어를 초월하여 명상해야 하리라.

 

         만물이 거룩한 진리임을 알려면

         자신의 마음을 관하라!

         그리고 언제나 깨어있으라.

 

         싸레와야, 그대는

         수련의 장식품으로 단장하고

         인내의 털옷으로 치장하고

         근면의 준마를 타고

         명상의 거룩한 도성(都城)으로 들어가

         지혜의 보석 지닌 부자가 될지어다!

         그리고 스승의 은총에 보답할지니

         체험과 깨달음이야말로 지고한 보답이네.

 

         신실한 나의 딸아,

         그대는 내 노래의 의미를 이해하겠느냐?

 

 

노래를 듣고 싸레외의 신심은 더할 수 없이 깊어졌다. 그녀는 미라래빠를 위해 성대한 향연을 베푼 뒤 스승의 뜻에 순종하여 세속일을 모두 버리고 냐낭 마을에 있는 낭율 산으로 들어가 수도 하였다. 미라래빠는 진 지방의 붉은 바위 골짜기로 향하였다.

얼마 후, 미라래빠는 자비심이 충만해 있는 순간  수정탑에서 방사되는 빛을 보았다. 래충빠가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표였다. 사실 래충빠는 호흡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도에서 외도(外道)로부터 배운 흑마술을 수행하다가 일어난 것이었다. 아들 래충빠가 난관에 부딪힌 것을 안 미라래빠는 그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붉은 바위 정상에서 라치 설산을 향해 날아갔다. 도중에 주푹랜첸 동굴에서 착지하였는데. 지금도 미라래빠의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서 삼매에 들어 래충빠의 상태를 살폈다. 래충빠의 신체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사도적(邪道的)인 생각이 그의 마음을 방해하고 있었다.

미라래빠는 여제자 싸레외의 수행을 알아보려고 냐낭 마을을 향해 떠났다.

도중에 만난 몇 명의 승려들이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들은 싸레외가 동굴안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입도 떼지 않으며, 항상 시체처럼 빳빳이 앉아 있다고 하였다. 그들은 그녀가 명상도중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미라래빠는 그와 같은 삼매에 몰두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동굴로 향했다. 싸레외는 스승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마중하러 골짜기의 입구까지 나갔다.

싸레외는 미라래빠를 만나 예배드리고 안부를 여쭌 뒤, 스승의 곁에 말없이 앉았다. 미라래빠는 그녀의 명상 체험을 알아보려고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오, 진리를 가슴속에 지닌 은둔자 싸레외야,

         그대는 신앙과 존경심으로

         스승에게 온전히 의지하였네.

         스승의 축복으로 그대의 마음은 열매 맺었네.

         방편도(方便道)의 천상 감로수 마시고

         진리의 참지견 얻었네.

         게으름을 극복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수도자들이 체험하는 생명열 체득했네.

         

         그대에겐 장애가 사라졌나니

         지금은 침묵해도 좋으리.

         아무리 굶주려도 독 있는 음식은 소용없고

         길을 잘못 들어서면 해탈에 이를 수 없네.

 

         사슴이 산속에 산들 무슨 공덕 있으랴?

         검은 새 도게가 운들 무슨 공덕 있으랴?

         흰 배[]규모가 쁘라나를 잡아둔들 무슨 공덕 있으랴?

         돔부뚜까인은 연금술에 능하고

         외도들은 무념삼매(無念三昧)를 행하고

         브라흐만들은 평생토록 금욕하나

         도대체 무슨 공덕 있으랴?

         해탈의 길을 걷지 않으면

         아무리 분투하여 노력하여도 자신을 구원치 못하리.

         인간의 마음 소용돌이 같나니

         삼매의 힘으로 욕망과 잡념을 억압할지라도

         윤회의 대양을 끝까지 건너기는 어렵네.

         이것만으로는......

 

         하여 생명열을 수행하여

         만상을 초월한 지혜를 증득하네.

         심장 중추의 생명열 수행에는

         바드로 각성의 지혜가 필요하네.

         만유에 내재한 지고의 생멸열 수행에는

         생사를 초월한 경지의 지혜가 필요하네.

         빈두와 나디의 생명열 수행에는

         형상의 집착을 떠남이 필요하네.

         에너지 중앙 통로 두띠는

         일체의 노력과 행위를 초월하나니

         무위(無爲). 자재(自在). 지순(至純)이네.

         하여 이원(二元)의 집착끈이 절로 풀리네.

         이는 마하무드라의 수승한 진리이니

         친애하는 쎄레외야,

         그대는 이미 체험하지 않았느냐?

 

 

쎄레외는 내적 체험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금강불과 다끼니의 축복받은

         띨로빠. 나로빠의 후예는

         네 가지 딴뜨라에 통달하신분,

         마르빠 스승이시지요.

         마르빠의 은총 받아 시방[十方]에 씨앗 뿌려

         지순한 열매 거두시는 분은

         머리위에 영광으로 계신 스승님,

         임의 축복으로 저는 큰 자유을 얻었어요.

 

         오, 아버지 스승이시여,

         임의 은총 입어 진리의 길로 돌아왔어요.

         임은 열매 맺지 않은 자를 열매 맺게 하시고

         구속받은 자를 자유롭게 하시지요.

         현상계의 삼라만상은

         비실재요 환영임을 깨닫게 하셨지요.

         하여 저는 법성(法性)의 어머니[眞我]를 뵈었어요.

         그리고 흐르는 사념이 환영임을 알았지요.

         사념은 대양에서 일어났다 스러지는 물결 같지요.

         세상의 온갖 의심. 잘못. 유혹은 깨끗이 사라졌어요.

         정도(正道)따라 바른 지견 얻어

         딴뜨라의 참뜻을 알았지요.

         낮은길 헤메면 붓다 경지 이를 수 없나니

         스승이시여, 딴뜨라의 심오한 길로 인도하소서.

 

         진리의 형제 갠종래빠와 체험을 비교하고서

         그를 깊이 존경하게 되었지요.

         자만심과 그릇된 관념은 삼키고

         오랜 어리석음은 사라졌지요.

         저는 사람들을 떠나 수행에 매진하며

         부드러운 방석일랑 수년동안 피하고

         흩어짐 없이 마하무드라를 명상했지요.

         니르바나를 갈망하며

         공()과 자비(慈悲)에서 떠나지 않았지요.

         자만심과 교만심을 버리고 저는

         한결같이 진리를 배우겠어요.

         언제나 임을 붓다로 믿으며

         모든 다끼니들과 함께 찬미가를 바칩니다.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이는 임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미라래빠는 매우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대는 훌륭한 체험과 지견을 얻었구나.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미 그대는 지자(知者)들이 길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은둔처에 남아 앞으로도 꾸준히 수도하도록 하라."

싸레외는 이 가르침에 순종하여 계속 은둔처에서 생활하였다. 후에 그녀는 미라래빠의 뛰어난 네 여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여생을 진리에 봉사하며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보냈다. 싸레외의 생애에 관한이야기는 갠종뙨빠정추겔뽀가 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장은 네 명의 여자 수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싸레외래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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