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8. 야크 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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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야크 뿔 이야기



 

 38 . 야크 뿔 이야기

 

 

  미라래빠는 자질이 뛰어난 싸레외를 도운 뒤, 인도에서 돌아오는 마음의 아들 래충빠를 맞아주려고 빼쿠 평원으로 향했다. 빼쿠로 가는 도중 지복의 땅 베쩨되왼종에 잠시 동안 머물렀다. 이때 래충빠는 궁탕에서 오고 있었다.미라래빠는 천안(天眼)으로 래충빠가 자만심이라는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리하여 아버지와 아들은 빼쿠 평원의 중앙에서 만났다. 이때, 래충빠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인도에 다녀왔다. 나는 진리에 봉사하고 중생을 돕기 위해 스승의 가르침을 따랐다. 스승 미라래빠의 자애와 은총이 놀라운 것이기는 하나 불교 철학과 논리학에서는 내가 스승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스승께서 환영하러 나오셨으니 내가 예배드릴 때 그도 답례하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다.'

자만심에 찬 래충빠는 이렇게 생각하며 미라래빠 앞에 예배드린 뒤 인도에서 띠푸빠가 준 향목 지팡이를 미라래빠에게 바쳤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답례로 여겨지는 어떤 표시도 하지 않았다. 래충빠는 매우 불쾌했지만 짐짓 안부를 여쭈었다.

"친애하는 스승이시여, 제가 인도에 있을 동안 어디에 머무셨습니까? 건강은 어떠십니까? 그리고 래빠 형제들은 어떻게 지내는지요?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미라래빠는 래충빠의 마음속을 알고 있었다.

"래충빠가 자만심에 차 있다니 대체 어찌된 일인가? 마군(魔軍)에 사로잡혔거나 외도의 나쁜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이유야 어떻든 자만심의 장애로부터 구해줘야겠구나."

미라래빠는 미소를 띠며 래충빠의 질문에 노래로 응답하였다.

 

         설산 봉우리의 수도자는

         건강한 몸으로 원만(圓滿) 만라를 영화롭게 하네.

         덧없는 오독(五毒)이 정화되어

         나에게 슬픔 사라졌으니 기쁨 아닌 것이 없네.

         갖가지 혼란과 탐닉을 멀리 떠나

         홀로 완전한 평화를 누리네.

         세상의 온갖 시비 버리고

         인적 드문 산 속에 즐거이 머무네.

         쓰라림이 따르기 마련인 가족 생활 떠났기에

         돈 벌고 저축할 필요가 없고,

         경전이 소용없기에

         지식을 쌓아 학자 될 필요가 없고,

         자만이나 허영심이 없기에

         침 튀기는 토론에서 기꺼이 떠났네.

         그러니 위선도 없고 가식도 없네.

         장래에 대한 예측이나 대비가 없어도

         자연스럽고 즐겁게 살아가네.

         명예도 영광도 바라지 않으니

         뜬소문, 비난은 알 바 아니네.

         어디 가든 미라는 행복하고

         무얼 입든 미라는 즐겁고

         무얼 먹든 미라는 만족하네.

         미라는 항상 기쁨속에 사네.

         마르빠 스승의 은총 입어

         늙은 아비인 이 미라래빠는

         윤회와 열반을 통달하였네.

         하여 지복(至福)의 합일지(合一智)가 내 은둔처엔 넘쳐나네.

 

         래빠 형제들은 평안하나니

         멀리 심산에서 수도 생활 전념하네.

         오, 아들 래충도제작빠야,

         인도에서 무사히 돌아왔느냐?

         여행길이 지치고 피곤하진 않았느냐?

         심성은 맑아지고 새로워 졌느냐?

         음성은 노래부르기에 적합해 졌느냐?

         스승의 가르침을 많이 배웠느냐?

         원하던 가르침을 많이 배웠느냐?

         지식과 학식을 많이 쌓았느냐?

         자만심과 이기심은 사라졌느냐?

         생각과 행동은 이타적이 되었느냐?

         이는 그대의 귀향을 환영하는

         아버지의 노래이네.

 

  래충빠는 노래로 응답했다.

 

         스승의 뜻에 순종하여 인도로 갔더니

         험난한 여행길, 공포로 가득 찼지요.

         많은 고통, 수고로움 겪었지만

         여행은 역시 가치가 있었지요.

         위대한 딴뜨라 스승 띠푸빠를 만났고

         뛰어난 여자 수도자 마기를 만났지요.

         놀라운 수호불도 보았지요.

         하여 다끼니 예언의 실현을 목격했지요.

         열망하던 핵심교의를 성취했으니

         이는 깨달음의 지혜등(智慧燈)교의요,

         쁘라나와 나디의 윤망(輪網)이요,

         대원평등경(大圓平等鏡)이요,

         대지복[法悅]의 교의요,

         진아심 거울의 성언(聖言)이요,

         태양 같은 깨달음의 지고한 모습이요,

         진아 해탈의 마하무드라이지요.

 

         또한 불멸의 정수인 감로수를 마시고

         바르도의 가르침을 배우고

         선정(禪定)행법과 삼법인(三法印)과

         다섯 보석에 관한 깊은 가르침을 배웠지요.

         육법(六法)을 익혔고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기술도 배웠지요.

         이 놀라운 행법들은

         신모(神母)와 다끼니들이 모아다 준 것이지요.

         신들과 스승들은 한결같이 흡족해 하였고

         래충의 마음은 그들과 하나가 되었지요.

         꽃비가 하늘에서 내리듯이

         모든 성취들이 래충에게 내렸지요.

         천상음식은 내 입으로 쏟아지고

         핵심 교의가 내 손에 쥐어졌지요.

         작별할 때 신들은 행운을 빌었지요.

         모든 소원 충족되었고 온갖 성취 이뤘지요.

         하여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래충의 가슴은 기쁨으로 빛났지요.

         스승이시여,

         래충은 이제 돌아와

         다끼니의 교의을 드리오니

         부디 살펴주소서.

         칭송하고 예배하소서,

         래충에게 성취 베푼 거룩한 진리들을!

 

래충빠는 인도에서 구해온 경전들을 스승에게 바쳤다. 래충빠의 자만심과 교만을 정화시키기 위해 미라래빠는 다시 노래하였다.

 

         자만하거나 우쭐대지 마라.

         내 어린 아들 래충빠야!

         내 너를 소년 시절부터 길러오지 않았더냐!

 

         심오한 의미 담긴 황금 염주의 노래를

         곡조에 마춰 노래하리니

         가슴 깊이 새길진저!      

 

         무형(無形)다끼니 진리는 여신들이 지키나니

         지나치게 크게 되려고 하는 자는

         악인들에 의해 살해당하기 쉽네.

         부자들이 쌓은 재산은 원수들이 탐닉하고

         쾌락과 사치는 빈곤과 죽음을 불러오네.

         분수 모르고 과시하면 바보같이 어리석고

         관리가 하인을 학대하면 나라를 해치고

         하인이 주인을 멸시하면 불행을 자초하네.

         진리수호자 행실이 어긋나면 진리를 파괴하고

         다끼니의 가르침을 은밀히 지키지 않으면

         교의를 해치고 혼란을 일으키네.

         오, 아들아, 배웠다고 자만하면

         길 잃고 헤매리라.

 

         헛된 말로 가르치려고 나서면

         그대의 훌륭한 체험과 명상을 방해하고

         자만과 교만에 헛배 부르면

         스승의 가르침을 거스르게 되네.

         스승을 배반하는 것보다 더 큰 참회거리 있으랴.

         은둔 수도 떠나는 것보다 더 큰 혼돈거리 있으랴.

         유식한 불자가 명상을 무시하는 것보다 더 큰 부끄러움 있으랴.

         계율을 범하는 승려보다 더 큰 치욕 있으랴.

 

         래충빠야, 아들아,

         나의 노래 수긍하면 가슴속에 담아두렴.

         아니라면 그대의 소원대로 살아가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이는

         잡담하고 험담할 시간 없네.

         그대은 젊었으나 자만심에 가득 차 있어

         어느 누가 충고해도 되받아 대응하네.

 

         오, 자애로운 스승 마르빠여!

         세속의 욕망 모두 버린 이 거렁뱅이 수도자를

         부디 도와주소서!

 

노래를 마치자마자 미라래빠는 경전과 아까루 지팡이를 들고 기적의 힘[神足通]으로 굉장한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래충빠는 스승을 뒤쫓아갔다. 그러나 잡을 수 없었다. 래충빠는 스승을 뒤쫓아 헐떡러리면서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오, 아버지 스승이시여,

         저의 간청을 들어주소서!

         아들이 아버지를 어찌 불경(不敬)하겠습니까?

         배워온 가르침을 드리려고 했을 뿐이지요.

         저는 '무형 다끼니 진리'를 배웠어요.

         심오한 교의에 확신을 얻었지요.

         사랑하는 스승이시여!

         이 점만은 이해해주십시오.

 

         또한 장수(長壽)행법과

         다끼니 비밀 성언(聖言)과

         금강신(金剛身)의 원리와

         불모(佛母)의 교의를 배웠습니다.

         스승이시여!

         모두를 스승님께 바칩니다.

         또한 호랭이 방어법과

         질병 퇴치법, 그리고 악마 퇴치법도 배웠습니다.

         이 모든 황금 교의들을 바칩니다.

 

         여섯 가지 공덕의 영약과

         신들의 불로약도 갖고 왔습니다.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이들도 받아주소서!

         향목으로 다듬은 경이로운 지팡이는

         다끼니들이 축복한,

         띠푸빠의 딴뜨라가 가르침을 상징하는 보물입니다.

         스승이시여, 받아주소서!

 

         스승이시여!

         심원한 교의를 음미하시고

         지친 래충빠를 위로하소서!

         아들을 불쌍히 여기사

         헐떡이며 달림을 멈추게 하소서!

         청컨대 자비를 베푸소서!

         갈증과 허기를 채워주소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자애를 베풀고 정도(正道)를 보이심은

         진리를 행하는 이의 의무가 아닙니까?

         세존(世尊) 붓다의 교의가 아닙니까!

 

미라래빠는 래충빠가 뒤따라 오면서 간절히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가 그치자 미라래빠는 멈춰 섰다. 그리고 벌판에 앉아 노래로 응답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조화는 아름답도다.

         사람들과의 조화는 훌륭한 공덕이요,

         아버지와의 조화는 최상의 공덕이네.

         사람들과의 불화는 불길한 일이요,

         부자간의 불화는 한층 불길한 징조이네.

 

         바른 행실로 아버지와 조화함은 훌륭하네.

         어머니의 자애로운 은혜에 보답함은 훌륭하네.

         만인과 조화함은 참으로 훌륭하네.

 

         형제에게 우애 있으면 소원이 성취되고

         스승을 기쁘게 하면 축복이 다함없네.

         겸손한 제자는 은총을 받나니

         신실한 불자는 나쁜 성향을 남김없이 극복하도다.

         친절은 비방을 참아냄이요,

         겸손은 명성과 인기를 낳고

         수행은 위선과 교만을 버림이네.

 

         성자와 함께 살면 영혼이 정화되고,

         잡사에 무관심하면 험담을 멈추고,

         자선과 자비를 베풀면 보리심에 나아가네.

         현자는 이 교훈을 실천하도다.

         바보는 친구와 적조차 구별하지 못하지만.

 

         정도(正道)를 행하면

         '무형 다끼니 진리'가 그토록 의미 있는 것만은 아니네.

         그대와 나의 인연은

         띠푸빠의 딴뜨라 지팡이보다 귀중하네.

         성취자 마기(Magi)성모의 제자 중

         미라보다 더 나은 자 있을까.

         다끼니들이 미라에게 비밀 교의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그걸 나눌 수 있을까.

         또한 황금 만달라에서 미라는 성찬식을 흡족히 즐겼네.

         수호불 도제팍모를

         미라는 그대보다 이전에 알았네.

         다끼니 빠워의 정토에서

         미라가 알지 못하는 나라는 없네.

         그대가 아는 것을 늙은이는 이미 아네.

         오, 래충빠야, 아들아,

         자만하여 길 잃지 말기를!

         이제 심산 적정처(寂靜處)에 들어가 수도하자!

 

이리하여 미라래빠와 래충빠는 함께 길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약루 마을에서 미라래빠와 래충빠가 만난 이야기의 첫째 장()이다.

 

래충빠는 미라래빠와 함께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였다.

'만약 스승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머나먼 인도에서 돌아오는 나에게 환영식을 성대하게 베풀고 후하게 맞이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스승은 몸소 이처럼 빈곤한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그에게서 어떤 안락이나 쾌락을 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인도에서 딴뜨라의 교의에 관해 매우 많이 배웠다. 나처럼 학식 있는 인물은 심산에서 고행자로 수도하며 살 것이 아니라, 세상의 쾌락과 즐거움을 향유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리라.'

래충빠는 이와 같이 거만하고 사악한 생각과 스승에 대한 불신을 지닌 채 길을 걷고 있었다.

래충빠의 마음을 알아챈 미라래빠는 길섶에 버려진 야크 뿔 하나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래충빠야, 이 야크 뿔을 집어 가지도록 하여라."

래충빠는 생각했다.

'스승은 입버릇처럼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구나.'

증오심은 늙다리 개보다 크고 탐욕은 늙은 구도쇠보다 많다'는 속담처럼 행동하시지 않는가! 이 닳아빠진 야크뿔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는 참다 못해 스승에게 말씀드렸다.

"이 따위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냥 내버려두세요!"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이렇게 사소한 걸 지니는 것은 탐심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때로는 이처럼 버려진 물건이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는 법이란다."

미라래빠는 몸소 야크 뿔을 집어 가졌다.

그들이 빼모빼탕 평원 중앙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때까지 청명하던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에 뒤덮이더니 천지는 암흑에 휩싸였다. 생쥐 한 마리 숨을 곳조차 없는 드넓은 평원에 이내 우박을 동반한 맹렬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 잔혹한 폭풍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래충빠는 그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을 뿐이었다. 너무 당황하여 스승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

한동안 맹렬하게 휘몰아치던 우박 폭풍이 조금 누그러지자 래충빠는 스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보이지 않았다. 래충빠는 잠시 평원에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렸다. 이때 스승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길 왼쪽에서 들리는 듯하였다. 그쪽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스승이 지닌고 있던 야크 뿔이 거기 있었다. 래충빠는 그걸 주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어찌나 무거운지 한치도 들어올릴 수 없었다. 이에 래충빠는 엎드려 야크 뿔 속을 드려다 보았다. 아니 어쩌면 이럴 수가! 미라래빠가 그 속에 평안히 앉아 있지 않는가! 게다가 그의 둘레에는 넓은 공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었다.

미라래빠의 몸은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고 야크 뿔 또한 조금도 커지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마치 커다란 몸집의 사람이 작은 거울에 비친 것과 같았다.

미라래빠는 야크 뿔 안에서 노래하였다.

 

         스승의 다함없는 은총이 내 몸 안에 넘치네.

         몸이 보통 사람과 똑같다면 위대한 수도자가 아니나니

         래충빠야, 기적적인 이 몸에 예배하지 않으련?

 

         스승의 다함없는 은총이 내 입 안에 부어지네.

         실없는 말을 하면 위대한 수도자가 아니네.

         심오한 교의가 내 노래 속에 담겼나니

         래충빠야, 마음속에 간직하지 않으련?

 

         스승의 다함없는 은총이 내 마음속에 쏟아지네.

         부정한 생각 마음에서 일어나면

         위대한 수도자가 아니나니

         래충빠야, 나의 청정심(淸淨心)에 예배하지 않으련?

 

         오, 아들아, 그대 마음은 재빠른 새처럼

         때로는 높이 날다가 느닷없이 떨어지네.

         불안정한 마음을 관찰하여

         하고많은 생각들일랑 이제 그만 쉬고

         래충빠야, 명상 수도에 전념하거라!

 

         아들아, 아버지를 따라오려면

         이 야크 뿔 안으로 들어오렴.

         지금 곧 들어오렴.

         여기는 넓고 안락한 집이라네.

 

         래충빠야, 그대의 깨달음은 해와 달 같네.

         때로는 환히 빛나고 때로는 먹구름에 가려지네.

         불안정한 마음을 관찰하여

         하고많은 생각들일랑 이제 그만 쉬고

         아들아, 명상 수도에 전념하거라.

 

         래충빠야, 스승을 따라오려면

         이제라도 야크 뿔 안으로 들어오렴.

         지금 곧 들어오렴.

         이 집은 넓고 아늑하구나.

 

         아들 래충빠야, 그대의 행동은 산바람 같네.

         때로는 사납게 몰아치고 때로는 평온하네.

         불안정한 마음을 관찰하여

         하고많은 생각들일랑 이제 그만 쉬고

         아들아, 명상 수도에 전념하거라!

         래충빠야, 스승을 따라오려면

         이제라도 이 뿔 안으로 들어오렴.

         지금 곧장 들어오렴.

         이 집은 넓고 아늑하구나.

 

         아들 래충빠야, 그대의 성취는 들판의 곡식 같네.

         때로는 풍작을 자랑하고 때로는 흉작에 낙심하네.

         불안정한 마음을 관찰하여

         하고 많은 생각들일랑 이제 그만 쉬고

         아들아, 명상 수도에 전념하거라!

 

         래충빠야, 스승을 따라오려면

         야크 뿔 안으로 들어오렴.

         지금 곧장 들어오렴.

         이 집은 넓고 아늑하구나.

 

         마음이 공간을 통달하면

         뿔 안으로 들어와 즐길 수 있네.

         곧장 들어오렴, 아들아,

         아버지가 부른다.

 

         아들아, 아버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련?

         병들고 늙은 아비는 평생토록 인도에 가본 적 없네.

         바깥 세상 위험하고 험난하여

         지금은 뿔 속에 산다네.

 

         젊은 아들 래충빠야, 그대는 인도에 다녀왔고

         많은 학자, 성취자, 스승들을 만났네.

         건장하고 훌륭한 그대 육체, 뿔 안으로 들이렴.

         낡아빠진 야크 뿔은 이기심과 욕심을 조장하지 않네.

 

         들어오렴, 래충빠야!

         야크 뿔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지 않으련?

 

 래충빠는 야크 뿔 속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저 안에는 공간이 충분하구나, 나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뿔 안으로 들어가려고 머리를 집어 넣어 보았다. 그러나 머리는커녕 손가락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이리하여 그는 생각했다.

'스승님의 기적은 순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스승께서 이 우박을 내리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에 래충빠는 야크 뿔 구멍에 입을 대고 떨리는 음성으로 노래하였다.

 

         오, 아버지 스승님이시여,

         아들의 간구에 귀 기울여주시길!

         임의 시종인 래충은

         정견. 수행. 정행. 성취가

         높든 낮든, 밝든 어둡든,

         크든 적든, 좋든 나쁘든

         임에게 간구할 따름입니다.

         무명베옷이 젖었든 말랐든

         임에게 간구할 따름입니다.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임에게 간구할 따름입니다.

 

미라래빠는 마침내 뿔 속에서 나와 하늘을 향해 무드라를 지었다.

그러자 즉시 우박 폭풍이 잠잠해지고 먹구름은 흩어졌다. 햇빛이 다시 쏟아져 공기가 이내 뜨거워졌다. 래충빠의 옷은 곧 말랐다.

얼마 후 미라래빠가 입을 열었다.

"래충빠야, 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그대의 인도 여행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마하무드라의 가르침과 나로빠의 육법에 만족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도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는 원하던 가르침을 배우고 돌아왔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사랑하는 스승이시여, 저는 너무 춥고 허기집니다. 저기 있는 장막에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보시를 받을 때가 아니다."

"보시를 받을 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당장 굶어 죽을 판입니다. 어쨌든 어서 가봅시다!"

"그럼 좋다. 가도록 하자. 가장 훌륭한 장막부터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라나 보시를 받으러 가면서 부자 집만 찾아 다녀서는 안 되겠지요. 가난한 이들을 소홀히 할 순 없잖아요? 먼저 저 끝에 있는 초라한 갈색 장막부터 찾아갑시다."

이리하여 그들은 누추한 장막으로 향했다. 문전에 당도하여 안주인에게 보시를 청하자 험상궂은 노파가 쫓아나와 꾸짖었다.

"수행자라면 항상 빈곤하게 살도록 하시오! 오 훌륭한 수행자들은 예물을 바쳐도 받지 않는 법이오. 그러나 당신들처럼 탐욕스런 걸식자들은 가진 것만으로는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소유를 탐하게 마련이지. 내가 자선하려고 남겨두었던 음시물은 모조리 오늘 아침에 다른 거지들에게 주어버렸소.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니 다른 데 가서 구걸하시요!"

이 냉소적인 질책을 듣고 미라래빠가 대꾸하였다.

"해가 곧 지려 하니 음식은 그만두더라도 잠자리나 구해주시오."

그날 밤 미라래빠와 래충빠는 노파의 장막 부근에서 잠을 잤다. 한밤중에 장막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고요해졌다. 다음날 아침, 해가 동녘 하늘에 솟아오를 때 미라래빠가 래충빠에게 말하였다.

"래충빠야,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고 오너라."

스승의 지시에 따라 래충빠는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장막 안에는 전날 저녁에 보시를 거절했던 노파의 시체만이 있을 뿐 그 밖에는 어떤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래충빠는 깜짝 놀라 스승에게 돌아와 말씀드렸다. 미라래빠는 양식과 귀중품이 땅 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그들은 장막 안으로 들어 갔다.

사실, 노파의 죽음은 전날의 사악한 질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지방에 유행하고 있던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그들이 안을 살펴 보았더니 보석은 이미 유목민 친척들이 훔쳐가 버렸고, 남은 것이라곤 조그만 버터 한 푸대와 먹다 남은 보릿가루와 소량의 치즈, 그리고 요구르트가 한 통뿐이었다.

"아들아, 만사는 이와 같이 무상하다. 지난 밤에 노파는 인색함과 질책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지금은 이미 떠나버렸다. 그러므로 진실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베풀고 죽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미라래빠와 래충빠는 남은 물건을 찾아보았다. 래충빠는 먹을 만한 음식물을 모두 주어 모아서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미라래빠가 말했다.

"래충빠야, 이미 죽은 자라 할지라도 은혜를 갚지 않은 채 음식물만 갖고 떠나버리는 것은 선한 일이 아니다. 이런 속담이 있지 않더냐. '젊은이는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일이고, 늙은이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일이다'라고. 그러니 자, 시체를 어깨에 메어라! 나는 길을 안내할 테니까."

래충빠는 혹시 전염병이 옮지 않을까 염려하며 불쾌한 기분으로 노파의 시체를 둘러메고 스승의 뒤를 따랐다. 늪지대에 이르자 미라래빠가 말했다.

"자, 여기에 내려놓아라!"

래충빠가 시체를 내려놓자 미라래빠는 짚고 있던 지팡이 끝을 시체의 심장 위에 꽂아놓고 말했다.

"래충빠야, 이 여인처럼 모든 중생들은 누구나 죽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좀체 깨닫지 못하고, 그래서 진리를 수행할 많은 기회를 놓쳐버린다. 그대와 나는 이 사실을 명심하고 여기서 교훈을 배우도록 하자."

미라래빠는 이어 여섯 가지 비유를 지닌 '덧없음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스승들의 은총은 가없네!

 

         인생 무상이 가슴 깊이 스며들면

         생각과 행동은 자연히 진리와 일치하네.

         부단히 죽음을 생각하면 게으름의 악마는 정복되네.

         아무도 죽음이 언제 닥칠지 알지 못하나니

         마치 간밤의 이 여인처럼.

 

         래충빠야, 스승의 말에 귀 기울이렴.

         보라! 현상계 삼라만상은

         간밤에 꿈처럼 덧없지 않느냐!

         꿈처럼 지나가는 이 인생 생각하면

         누군들 비애에 잠기지 않으리?

         래충빠야, 이 크나큰 환몽에서 깨어나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더욱더 명상하게 되네.

 

         쾌락에 탐닉하는 육신은

         은혜를 모르는 채권자 같네.

         그대가 아무리 좋은 일 해도

         그것은 언제나 고통의 씨앗을 뿌리는 결과가 되고 마나니

         육신은 오물 찌꺼기 담은 가죽부대 같네.

         래충빠야, 자만심 버리고 내 노래를 귀담아 들으렴.

 

         육신을 돌아보면 신기루 같네.

         잠시 잠깐 있다가는 이내 소멸되어 버리네.

         생각하면 가슴속에 비애가 차나니

         래충빠야, 윤회 세계 떠나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명상하게 되네.

 

         악인은 결코 행복을 누리지 못하네.

         방황하는 사념은 온갖 번뇌의 원인이네.

         사특한 성벽은 온갖 불행의 원인이네.

         래충빠야, 마음을 가다듬고 내 노래 귀담아 들으렴.

 

         집착하는 마음을 돌아보면

         숲속에 잠시 쉬어가는 참새 같네.

         보금자리도, 잠잘 곳도 없나니

         생각하면 가슴속에 비애가 차네.

         래충빠야, 사특한 생각을 버리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더욱더 명상하게 되네.

 

         인생은 불확실하여 가느다란 말 꼬리 털과 같네.

         언제 어느 때 떨어질지 모르네.

         간밤의 노파처럼 사라지나니

         래충빠야, 세상사에 애착말고 내 노래 귀담아 들으렴.

      

         안으로 호흡을 관찰하면

         아침 안개처럼 덧없이

         언제 어느 때 무()로 사라질지 모르나니

         생각하면 가슴은 슬픔으로 차네.

         래충빠야, 이 무상함을 극복하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더욱더 명상하게 되네.

 

         악한 친척 가까이하면 증오를 일으키네.

         노파는 훌륭한 교훈을 주었나니

         마음속의 바람[]을 버리고

         래충빠야, 내 노래를 귀담아 들으렴.

 

         친구들과 배우자들 돌아보면

         시장터의 행인들 같네.

         잠시 동안 만났다가 영원히 헤어지나니

         생각하면 가슴속에 슬픔이 넘치네.

         래충빠야, 세속의 온갖 교제를 떠나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더욱더 명상하게 되네.

 

         부자는 얻은 재산 향유하기 어렵네.

         이는 업보와 윤회계의 놀림감이나니

         수고하고 인색하게 굴면서 모은 재물은

         죽은 노파의 음식 자루 같네.

         애착심을 버리고 래충빠야, 내 노래 귀담아 들으렴.

 

         부자들의 부()를 돌아보면

         일벌들이 모은 꿀과 같네.

         아무리 수고해도 그 열매 즐기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네.

         생각하면 가슴속에 슬픔이 넘치나니

         래충빠야, 마음속의 보물 창고 열지 않으련?

         생각할수록 붓다와 진리를 더욱더 명상하게 되네.

 

그들은 노파의 시신을 늪지에 파묻었다. 그녀의 영혼은 법계(法界)로 돌아갔다. 이리하여 미라래빠와 아들 래충빠는 천도를 하고 남은 음식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베쩨되왼종 동굴을 향해 출발하였다.

 

 

이 이야기는 야크 뿔 이야기의 두 번째 장이다.

 

 

그 뒤 아버지 미라래빠와 아들 래충빠는 베쩨 동굴에 머물렀다. 래충빠는 수도에 큰 진전이 있어 지복을 체험하게 되었다. 어느날 미라래빠는 래충빠에게 물었다.

"아들아, 요즈음 명상중에 어떤 체험을 하였느냐?"

래충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스승님 곁에서 머물면서 래충은

         예리한 칼날 같은 체험을 했지요.

         내적.외적인 거짓을 칼같이 끊었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여러가지 시현(示現)중에서 래충은

         흡사 이 몸이 빛나는 등불과 같음을 느꼈지요.

         모든 가르침 이전보다 선명해 졌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설산 정상에 앉았을 때

         래충은 흰 암사자 같았지요.

         세상의 뭇 짐승들 굽어보고 군림하는 것 같았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붉은 바위 산 기슭에 머물 때

         래충은 장엄한 독수리 같았지요.

         광대한 바다의 공포는 영원히 사라졌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이곳저곳 방랑할 때 래충은

         호랑이 새끼, 아니 꿀벌과 같았지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이  다녔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시장 바닥 많은 사람들 속에서

         래충은 지순한 연꽃 같았지요.

         진흙탕 오염 위에 우뚝 섰지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도시의 무리들 가운데 앉았을 때

         래충은 방울져 굴러가는 수은(水銀) 같았지요.

         이곳저곳 부딪혀도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았어요.

         때문에 래충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신실한 제자들 가운데 앉았을 때

         래충은 마치 스승님처럼 굴었지요.

         기쁨에 젖어 평안히 노래부르며 가르쳤지요.

         스승의 축복으로 이런 기쁨 누립니다.

         마음을 편히 쉬면

         불타 경지가 바로 거기지요.

 

  이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가 말하였다.

"그대가 자부심을 느끼지 않고 이러한 체험을 증득했다면 이는 훌륭한 일이다.  자부심을 버릴 때 진정으로 스승의 축복을 받게 되리라. 그대는 아직도 더 많은 지견을 지녀야 한다. 자, 나의 노래를 들어보렴."

 

         미라의 가슴속에 대자비심 일어나니

         삼계(三界)의 모든 중생들이

         불타는 감옥에 갇힌 듯하네.

 

         법의 교의가 가슴속에 스며들 땐

         바다에 소금이 녹아들

         내 자신, 진리에 용해되었네.

 

         대 지혜가 내면에서 밝아지니

         큰 꿈에서 깨어남을 느꼈네.

         삼매에서 깨어나니

         긍정도 부정도 없었네.

 

         바른 견해의 법락(法樂)에 젖으니

         안개비가 하늘로 사라지듯

         만법(萬法)이 제 스스로 날개를 얻었네.

         존재의 본질에 도달하니

         실체의 대지혜가 밝아져

         구름없는 하늘처럼 만상(萬象)이 밝게 빛나네.

 

         깨끗하고 더러운 생각들 청소되니

         은거울이 빛나듯이

         내재한 대지혜가 절로 밝았네.

 

         야뢰야식이 법신(法身)에 녹아드니

         육신과 심식(心識)은 무너지는 듯하네.

         계란을 밟으면 깨어짐과 같네.

 

         집착의 오랏줄을 끊어버리니

         또아리 튼 뱀이 풀려나

         바르도의 존재가 사라지네.

 

         취함도 버림도 없이 행동하니

         마음은 항상 평안하여 무위에 머무네.

         세 가지 완전한 힘 지닌 사자 같네.

 

         투명한 공성, 투명한 지혜, 투명한 나툼은

         미라의 친밀한 세 벗들이네.

         청명한 하늘에 밝은 태양 빛나듯이

         미라는 언제나 정광명(淨光明)안에 머무네.

 

         현상 세계와 내면 세계를 미라는

         소와 말을 구별하듯 뚜렷이 아네.

         마음과 오온(五蘊)의 매듭은 영원히 끊어졌네.

         이 몸을 온전히 활용하여

         미라는 모든 수행 완성했네.

 

         래충빠야, 그대도 이런 체험했느냐?

         오, 아들아, 자부심을 버리렴!

 

노래를 듣고 래충빠의 마음은 올바로 잡혔다. 미라래빠는 그에게 말하였다.

"자, 아버지와 아들은 이제 저 험준한 띠셰 설산이나 라치 설산으로 가서 수도하도록 하자."

래충빠는 이에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매우 피로합니다. 체력이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가까운 수도원으로 찾아가서 우선 체력을 회복하는 게 시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이나 수도 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슴속에 불굴의 결심과 신심을 지녔다면 어떤 환경, 어느 때라도 수행할 수 있는 법이다."

이어 미래래빠는 '여섯 가지 자족(自足)'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오, 아들아,

         육신을 훌륭한 수도원이네.

         내면의 생명 중추는 천상의 낙원이기에.

         마음은 훌륭한 스승이네.

         모든 정견(正見)이 여기에서 나오기에.

         현상계는 훌륭한 경전이네.

         모든 현상은 해탈로 가는 큰길의 상징이기에.

         삼매의 음식은 휼륭한 자양분이네.

         아버지 제불(諸佛)이 찾아와 축복하기에.

         내부 생명열은 화려한 의상이네.

         다끼니 천녀들의 포근하고 황홀한 옷이기에.

         모든 인연을 끊음은 최상의 친구네,

         모든 원수들을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로 여기면

         증오심은 사라지네.

         온갖 장애를 치료하는 영약은

         공()을 명상함이니

         장애란 결국 마법 같은 마음의 유희이기에.

         이것이 그대가 걸어갈 정도(正道),

         거스르면 길을 잃으리.

 

         미라는 죽음이 가까운 늙은이,

         잡담할 여유 없네.

         그대는 활기찬 젊은이,

         충고조차 들으려 하지 않네.

         자부심과 교만을 품으면

         바른 말이 무슨 소용 있으리?

         수도를 하려거든 나를 따르고

         원하지 않거든 그대 갈 길 갈지어다.

 

미라래빠는 곧 길을 재촉했다. 래충빠는 스승의 옷을 부여잡고 '여덟 가지 필요한 것들'을 노래했다.

 

         육신이 비록 최상의 수도원이라 하더라도

         휴식하고 잠잘 곳은 필요합니다.

         아니면 비바람이 언제든 몰아치지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수도원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 하더라도

         마음의 본질을 알려 줄 스승이 필요합니다.

         잠시라도 스승에게 간구함을 소홀히 할 순 없지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스승이 필요합니다.

 

         외부 세계가 아무리 살아 있는 경전이라 할지라도

         장애와 의혹은 언제라도 생깁니다.

         깨끗이 녹이려면 경전을 봄이 좋지요.

         때문에 우리에겐 언제나 경전이 필요합니다.

 

         삼매의 음식이 아무리 충분해도

         자양이 되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미망의 이 육신은 먹어야 살지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제나 음식물이 필요합니다.

 

        내부 생명열이 가장 훌륭한 의복이라 할지라도

        몸을 가릴 옷은 입어야 합니다.

        수치와 망신은 누구나 원치 않지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의복이 필요합니다.

 

        인연의 모든 끈을 끊음은 최상일지라도

        도움과 지지(支持)는 있어야 합니다.

        좋든 궂든 친구 없는 이가 누가 있겠어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친구가 필요합니다.

 

        원수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일지 몰라도

        때로는 거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어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보호가 필요합니다.

 

        모든 장애를 공으로 바라봄이 최상의 영약이라 할지라도

        악마와 귀신들은 사악하며 힘이 있지요.

        에고의 마왕은 정복하기 어렵지요.

        때문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피난처가 필요합니다.

 

        스승의 곁에서는 행복하고

        임에게 돌아감은 기쁨이지요.

        스승이시여, 어디에 가시든 래충은 따르렵니다.

        하지만 간구하오니, 잠시만 골짜기에 머물러 주소서!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그대가 신뢰심을 갖고 있다면 어디를 가든 나를 따르리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항상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리라. 어쨌든 그대가 지금 당장은 인적이 끊어진 심산으로 가는 걸 원치 않으니, 뽄토에 가서 진리를 설하도록 하자."

이리하여 미라래빠와 래충빠는 '붉은 바위'의 뽄토로 향했다.

 

이 이야기는 야크 뿔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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