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46. 뵌뽀 산에서 진리를 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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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뵌뽀 산에서 진리를 설하다.



 


 

  한때 미라래빠는 추와르에 있는 니르마나까야성[化神城]에 머물면서 비길 데 없는 제자인 감뽀빠의 핵심 교의에 관한 의심과 미혹을 씻어주었다. 그 뒤 그는 동부 지방으로 갔다. 그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날 동안 큰 비가 쏟아지자 미라래빠의 제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윽고 청명하게 갠 어느 날, 따스한 햇살이 산언덕 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라래빠와 일곱 명의 제자들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려 산책하러 나갔다. 모처럼 아름다운 날을 맞이한 그들은 매우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들이 뵌뽀 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 지역에 낯선 래빠들 몇 사람이 장수귀녀(長壽貴女)의 설산(雪山)을 가리키며 미라래빠에게 여쭈었다.

"이 설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름다운 여신의 푸른 고봉(高蜂)'이라고 부른단다."

   미라래빠는 대답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푸르른 하늘 높은 봉우리의 산자락

         뵌뽀 능선의 바위 기슭에

         여덟 사람 유유자적 찾아왔네.

 

         사랑하는 아들들아, 상쾌하지 않으냐?

         아버지는 오늘따라 행복하고 경이롭네.

         흥에 겨운 늙은이는

         즐거이 노래를 부르나니

         상서로운 축복과 행운이 있을진저!

 

         오너라, 데와죙과 시와외여!

         나와 함께 노래 부르지 않으련?

         다른 래빠들은 앉아서 들어보렴.

         이 산의 이름을 물었느냐?

         상서로운 장수 여신아라는 산이노라.

         산허리 위로는 험준한 봉우리가

         소라처럼 삐죽이 솟아 있네.

         은빛 그물처럼 시냇물은

         둘레를 감싸도네.

     

         아침의 첫 햇살 반사하는

         높이 솟은 수정 봉우리는

         아름답게 장식한 왕관을 쓴 듯

         흰 구름 두둥실 감돌고 있네.

 

         산자락 아래로는

         짙고 옅은 안개들이 언제나 깔리고

         종일토록 이슬비가 포근히 내리니

         오색 무지개는 화려하게 빛나네.

         가을 꽃은 색색깔로 아름답게 피어나고

         약초는 다투어 무성하게 자라나네.

         이곳은 가축의 낙원이요,

         동물들의 고향이네.

         여기는 신들조차 찬미하는 설산,

         미라는 이곳에서 명상에 잠기곤 하네.

         그대 래빠들 질문에 응답하여

         이 산을 생생히 묘사하며 노래 부르네.

 

   미라래빠 제자들은 노래를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며 호기심에 차서 다시 여쭈었다.

"여기 사는 여신은 얼마나 힘이 센가요? 이 여신은 진리를 따르는가요, 아니면 악을 행하는가요?"

   스승은 노래로 이렇게 응답했다.

 

         장수 여신과 다섯 자매들은

         열두 여신들을 거느리네.

         시현(示現)의 능력 지닌 세속 천녀들이네.

         이들은 진 강()의 여신들,

         티벳과 네팔어를 구사하네.

         모든 불자를 돕고

         숭배자를 지켜주네.

         나의 명령 실천하고

         그대, 내 아들들을 도우리라.

         내 힘써 노력하고 그녀들도 힘 모으니

         티벳은 덕을 향해 나아가리라.

         수행 법통은 창성하리라.

 

   이에 래빠들이 여쭈었다.

"여신들이 모두 선생님의 시녀가 되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들에게 어떤 진리를 설하셨습니까? 또 그들은 스승님께 어떻게 봉사하였는지 들려주십시오."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은 노래로 응답하였다.

 

         설산 산등성이에 앉아

         미라는 한때 진리를 설했네,

         인정많은 지방신들에게.

 

         선악을 구별하는 법 그들에게 가르치고

         인과법칙 실린

         경전의 방편도를 그들에게 설하였네.

 

         사나운 짐승들고 용신(龍神)이

         진리를 들으러 사방에서 찾아왔네.

 

         복수심에 불타던 다섯 다끼니들이

         법사를 초빙한 안주인이었다네.

         소름끼치는 다섯 자매들이

         손님을 접대했던 안주인이었다네.

         희유한 존재들이 많이 찾아와

         신들과 유령들은 향연을 즐겼네.

 

         참례한 뭇 존재들을

         나는 진리로 인도하여 마음을 달래주었네.

         무력이 아닌

         대자대비로 교화하였네.

         방편으로 형제 없는 유령과 천신들을 교화하고

         성심으로 평안의 진리를 설하였다네.

 

         나는 과거 행위에 후회가 없네.

         내 이제 늙었으니 대체 무얼 후회하리?

         죽음이 찾아와도 두려움 없으니

         오직 기쁨뿐이리.

         사랑하는 래빠들아,

         세속을 떠나 이곳에 머무는 아들들아,

         그대들은 굳건히 다짐하라.

         죽음을 흔쾌히 맞이 할 것을!

         수도 생활에 정진할 것을!

 

   그들은 다시 스승에게 여쭈었다.

"인간과 아수라 중에서 어느 쪽이 진리를 수행하는 데 더 나으며, 중생들에게 봉사하는 데 더 유리합니까?"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응답했다.

"아수라보다는 인간이 진리를 수행하는 데 더 낫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도 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수녀는 비인(非人)의 여신이므로 나의 진리를 전파하고 수호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세속을 떠나 여덟 가지 욕망을 이미 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뭇신들을 잊어버렸고 더 이상 그들과 교제하지도 않는다. 나의 발자취를 따라서 그대들도 세속의 욕망을 버리고 명상 수도에 전념하여 헌신하기 바란다. 자, 노래를 들어보라."

 

         스승의 축복은 위에서 내려와

         이원이 사슬을 벗어나게 하셨도다.

         유랑자처럼 사방을 떠돌다가

         마침내 자애로운 스승을 만났네.

         임의 뜻에 순종하여 세상을 버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명상하였네.

         온갖 악과 불행은

         이제 나에게 대도(大道)가 되었네.

 

         적정처에 머물러 명상하며

         죽음에 임하도록 수행하였네.

         오늘에 이르기까지

         명상하여 일생을 지내었더니

         지복과 따뜻함이 내부에서 솟아나네.

 

         나는 행운을 바라지 않은 명상 수행자,

         나는 세속의 욕락을 버린 명상 수행자,

         하천한 세계의 괴로움을 기억하네.

         나는 시주(施主)에게 아첨하지 않은 명상 수행자,

         명상을 위해 은둔처만을 고집하네.

         스승의 은총입어 미라는

         자비의 바람 타고 정수리까지 날아갔네.

         가장자리에 앉아서 중심에 이르렀고

         겸손함을 고수하며 고귀해졌네.

 

         인간을 떠나면 붓다를 만나고

         고통을 감수하면 행복에 이르고

         명상에 전념하면 자비심이 자라나네.

         적정처에 머물면 제자와 신도 많아지고

         까귀파 교의 행하면 진리는 널리 전파되네.

 

         자애로운 마르빠 스승께선

         언제나 내 머리 위에 앉아 계시고

         늙은 호랑이처럼 나는 죽음을 두려워 않고

         나이 먹어 오늘에 이르렀네.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노래 부르니

         아들들아,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결심하녀 부단히 수행에 전념하렴.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그곳에서 반나절 동안 머무르며 가지고 왔던 음식으로 제사를 올렸다. 그러고 나서 몇 명의 제자들은 다른 은둔처로 떠나려는 의향을 밝혔으며 다른 몇 명은 보시를 구하러 여러 장소로 가고자 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스승의 곁에 머물고 싶어했다. 래충빠와 감뽀빠는 이들에게 훈계의 말씀을 주시도록 스승에게 청했다. 미라래빠는 이때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여섯 가지 훈계의 노래'를 불렀다.

 

         래빠들을 대표해서

         학식 있는 감뽀빠와

         흔들리지 않는 수행자 래충빠는

         그대들을 위하여 내게 간청하였나니

         현명한 자라면

         늙은이의 노래를 들어야 하리라!

 

         날개를 펴고 접어야 할

         때와 장소를 새들은 알고

         진짜 부자는 언제나 만족하며

         훌륭한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는 언제나 안전하게 노니나니

         그대들에게 주는 세 가지 비유이네.

 

         오늘은 초열흘, 성찬 의식 베풀고 나서

         더러는 다른 마을로 떠나려 하고

         더러는 여러 적정처를 찾으려 하고

         혹은 나를 따라 머물려 하네.

         재물과 명예를 탐하는 수행자는

         머지 않아 악마의 덫에 걸리고 말리라.

 

         때문에 아들들아,

         아버지 곁에 은신하며

         충고 질책 듣는 것이 현명하네.

 

         달콤한 곡조라며 흘려 듣지 말 것이며

         그 속에 담김 가르침을 유념하라.

         가르침을 음미하며 가슴 깊이 새기라.

 

         빈두[精氣]를 통달하여

         매혹의 힘을 얻을지라도

         자격 있는 릭마 없이는

         까르마 무드라를 행하지 마라.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듯

         위험천만한 일이기에.

 

         인류의 행복과 진리를 위한다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생생한 수호불 삼매를 수행하려 할 때

         넘치는 대자비를 갖추지 못했거든

         결코 악의에 넘치는 주문을 외우지 말지며

         저주 섞인 요가를 행하지 마라.

         까르마의 과보로 인해

         그대, 악령으로 태어나게 되리라.

 

         쁘라나 마음 통달했을지라도

         마라[]와 공성을 완전히 깨달아

         뱀이나 짐승의 몸으로 변신할 수 없다면

         또한 육체적인 힘으로 기적을 이룰 수 없다면

         묘지에서 시체를 가져오지 마라.

         흡혈 다끼니들이 그를 증오하리라.

         친밀한 금강 형제들[道伴]과

         세 가지 자질 지닌 스승을 제외하고는

         법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에게조차도

         다른 법통의 수행과 견해 지닌 사람에게도

         명상 체험을 실토하지 마라.

         수행 법통으로부터

         지복의 힘을 잃고 말리라.

 

         그대가 지켜본 적 없는 재능 지닌 이에게

         수행 법통의 가르침을 주지 마라.

         다끼니들의 허락 없이 주지 말며

         재물을 위해서도 주지 말며

         법을 묻는 이들의 편의에 따라주지 마라.

         죄와 범율(犯律)의 그림자가 그대에게 드리우리라.

 

         사람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전에는

         비방자를 개심시키기 전에는

         심오한 비밀 집회를 행하지 말며

         마을과 도시에서 딴뜨라를 행하지 마라.

         모략의 덫에 걸리고 말리라.

         은둔처나 고적한 장소에서만

         행해야 할 일이기에.

 

         귀의(歸依)를 향한 이 작은

         여섯가지 인도의 노래들은

         진리수행자들의 소중한 보석이네.

         아들 제자들아, 가슴 깊이 간직하렴!

 

  이 훈계는 모든 마음의 아들들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이때 스승곁에 머물기를 원했던 젊은 래빠들이 미라래빠에게 간청햇다.

"저희들은 혼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들과 같이 어리석고 하열한 람들을 위해 부디 적절한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에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아들 제자들아,

         다시 한번 들어보렴.

 

         이 혼탁한 시대에는

         석가모니의 진리가 어두워져

         인욕의 마음으로 노력해야 하나니

         마음의 반석 위에

         '정진'이란 글자를 굳게 새기라.

         명상을 하다가 졸리울 때면

         몸과 입과 마음을 일깨워

         일념으로 기도하라.

         지혜의 불꽃 흐려질 때면

         정념정지(正念正知)의 바람으로

         다시 불 붙이려 애써야 하리라.

 

         윤회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흩어짐 없이 수행하라.

         열반을 갈망하면

         세속을 포기하라.

         가슴깊이 진리 수행하고프면

         나의 말을 듣고 발자취를 따르라.

         대성취를 이루려면

         죽음이 찾아 오리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오랫동안 성실히 명상하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붓다들이 기뻐하리라.

         그대 만약 진리 속에서

         언제나 바르고 곧으면

         스승의 은총을 받게 되리라.

 

         이 노래를 온전히 이해하여 실행하면

         한없는 행복과 기쁨을 얻으리니

         이는 미라의 경험이라네.

 

   노래를 듣고 제자들은 기뻐하고 감사하며, 세속에 속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행에 매진하기로 결심하였다.

 

   이 장은 뵌뽀 산에서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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