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4 . 회의주의자의 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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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회의주의자의 귀의



 

 44 . 회의주의자의 귀의

 

 

  어느 날 미라래빠는 한 사원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 사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원에는 미라래빠를 허무주의에 빠진 외도(外道)라고 비방하며, 극단적인 적개심을 품고 있는 승려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라래빠는 사원을 찾아갔다. 이윽고 그 사원의 법회하는 강당 정문에 이르렀을 때 많은 승려들이 그를 보았다. 그들은 곧 우르르 달려나와 늙은 미라래빠를 잔인하게 매질하면서 강당 안으로 끌고 들어가 기둥에다 단단히 묶었다.

  그런데 이 어찌 된 일인가? 기둥에 묶여 있어야 할 미라래빠가 사원 입구에 여전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승려들은 다시 몰려갔다. 그를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때리고 걷어차면서 다시 사원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무리 잔혹하게 매질하고 발길질하며 밀고 당겨도 미라래빠는 동상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승려들은 그를 터럭만큼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더 많은 승려들을 불러모아 그를 움직이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러나 여전히 헛수고였다. 밧줄로 묶어 앞에서 잡아당기고 뒤에서 밀었지만 그의 몸은 육중하고 거대한 바위인 양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제 풀에 기진해 버린 승려들은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승려들 중에는 미라래빠에게 떠나주시도록 간청하는 자들마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승려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을 사원 안에 묶어 두었지만 별안간 바깥에서 나타나고, 또 바깥으로 끌어내려 했지만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좀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까?"

   미라래빠는 무덤덤하게 입을 떼었다.

"나는 '허무주의자 외도'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살인을 당해도 당한 것이 아니고, 매질을 당해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오. 절 안에 묶여 있거나 절 밖으로 쫓겨나도 여전히 나는 그대로인 것이오. 윤회계와 열반에 대한 집착을 모두 놓아버린 진짜 허무주의자이니 당연히 이럴 수밖에 없지 않겠소!"

   그러자 승려들 가운데 나이 많은 장로들이 애원하였다.

"우리들이 무지하여 선생님께서 위대한 명상 수도자임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우리들의 실수를 양해하시고 제발 여기서 떠나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였다.

"내가 위대한 수도자인지 아닌지 나도 모르오. 또한 그런 수도자가 있는지, 있다면 무얼 하고 사는지 나는 잘 모르오. 그러나 그대, 승려의 몸으로 그렇게 자부심이 강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폭행을 가하다니 이는 안될 법이오. 죄없는 사람들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일은 십악(十惡)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사악하다는 걸 그대들은 알아야 하오. 게다가 자부심에 빠지는 것은 바로 자아에 집착하는 징표일 뿐만 아니라 윤회 세계에 떨어지는 원인이라는 걸 알아야 하오."

미라래빠의 일침에 승려들은 사죄하면서 물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완전한 분이심을 이제야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왜 이곳에 와서 이렇게 행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바르도의 투명하고 명징한 마음같이

         어떤 것도 나를 파괴하거나 방해하지 못하며

         나를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네.

         유성처럼 반짝이며

         미라는 기적을 행하였나니

         믿음이 없는 모든 이들 개종시키고자 함이네.

         일체의 불신과 그릇된 관념이

         소멸하였음을 확신했기에

         더 이상 기적을 행하지 않으리.

 

   그러자 어떤 승려가 물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지만 왜 더 이상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까?"

"기적은 이러한 세 가지 경우일 때만 행해야 하오."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믿음이 없는자 믿게 하기 위해

         명상 체험을 심화시키기 위해

         세 가지 성취를 증험하기 위해

         기적과 신통력을 행하여야 하네.

         평소에 들어내지 말아야 하니

         마르빠 스승께서 다짐하신 일이네.

  

   어떤 승려가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현현 공(顯現空)의 지견을 가진 분이라면 쉽고 즐겁게 불교의 심오한 교의를 공부할 수 있겠습니다."

   미라래빠가 답하였다.

"가르침을 배울 때 나는 결코 머리를 높이 들지 않았소. 어쩌면 나도 많이 배웠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소. 지금 생각해보니 잊어버린 것이 내게는 참으로 잘된 일이오! 자, 그럼 노래를 들어 보시오!"

 

         평등성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친척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욕망과 집착을 잊어버리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관념을 초월한 지혜를 깨달은 사람에게는

         '이것, 저것'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일체의 고통과 기쁨을 돌아보지 않으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삼신(三身)의 자성(自性)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생기행의 신불(神佛)'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일체의 관념적인 교의에 개의치 않나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본래 지닌 증과(證果)를 깨달은 사람에게는

         성취를 향한 노력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세속적인 진리[世諦]를 초월하나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법통 교의를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말과 대화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긍지 높던 학식을 잊어버리나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만물이 거룩한 경전임을 깨닫은 사람에게는

         인쇄된 경전의 망각이 찾아오네.

         그리하여 불교 서적들을 잊어버리나니

         그에게 아주 걸맞는 일이네.

 

   이 때 다른 승려가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불타의 경지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방해와 편견과 의심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경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불교의 교의를 잊어버리라고 권하는 것이 올바른 충고가 아닙니다."

   미라래빠는 이에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다.

 

         모든 혼란은 마음이 지어냈다고 알며

         비유(非有)를 굳게 믿는 사람은

         애써 노력하기를 멈추나니

         불변의 진리를 기쁨으로 만끽하네.

 

         궁극적으로 실체를 깨달은 사람은

         이것 저것 만법을 분별하지 않나니

         무명(無明)의 정복을 기쁨으로 체험하네.

 

         진리의 불멸성을 깨달은 사람은

         이것저것 만법을 분별하지 않나니

         무명(無明)의 정복을 기쁨으로 체험하네.

 

         무명으로 말미암아 윤회계를 방황하나

         성취자 스승의 핵심 교의로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니

         승단(僧團)의 지고한 영광이네.

         철학은 마음이 만들었네.

         사변적인 언어는 무의미하나니

         열정을 다스리기엔 아무런 가치 없어라.

         친애하는 학자여, 승려들이여,

         그대들의 자부심을 버릴진저!

 

         깨달음을 성취한 자에게

         혼동과 합리(合理)의 본성은 같은 것.

         오, 진리를 구하는 자들이여!

         윤회 세계 떠나지 말고

         그대 마음, 무위(無爲)에 평안할진저!

         그때 거대한 공()과 그대 자신, 하나가 되리니

         이는 모든 붓다의 가르침이네.

 

   이리하여 적개심에 불타던 승려들은 미라래빠에게 새로운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 동안 품고 있던 불경하고 사악한 생각을 모두 버렸던 것이다. 그들 가운데 리꼬차루라고 불리는 훌륭한 승려가 있었다. 미라래빠는 그를 시자 제자(侍者弟者)로 받아 심오한 교의로 입문 시켰다. 리꼬차루는 한동안 열심히 명상한 후에 수승한 경지를 증득하였다. 그리고 는 생각하였다.

'만약에 이렇게 큰 능력(신통력)과 축복을 지닌 분이 사람들과 관습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티벳의 중서북부에 위치한 위와 짱지역에 있는 많은 학자들이 운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권위와 명성이 더욱 높아져 진리에 크게 봉사함은 물론이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승려 리꼬차루는 미라래빠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스승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단지 스승의 뜻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이생에서 그 밖의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들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 노래를 들어보렴."

 

         역경사 마르빠께 예배올리나이다!

         명성은 메아리 같이 비실재하나니

         미라는 은둔 수도자의 길을 따르네.

         세상 염려와 걱정을 버렸나니

         평판이야 어떻든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만물이 허깨비임을 깨달아

         미라는 모든 소유물을 떠났네.

         염려하며 얻은 부귀에는 관심 없나니

         재산과 지위야 어떻든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추종하는 모은 이들이 유령과도 같음을 깨달아

         미라는 인간 관계에 관심 없나니

         마음 따라 어디든지 여행하네.

         세상 학자 승려들은 몸조심하며 살아가련만

         미라는 어떤곳에 처하든지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욕망과 고통이 평등함을 깨달아

         정욕과 증오의 오랏줄을 끊었네.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야 있든지 말든지

         미라는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존재의 본질은 언어를 초월하나니

         신조(信條)와 개념을 주장하면 혼란에 빠지네.

         아는 자와 알려진 것의 매듭을 풀어

         무엇이 되든 어디에 있든

         미라는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위대한 깨달음의 마음은

         방황하는 사념에 오염되지 않네.

         이성과 경험의 온갖 지식 버리니

         무엇을 듣든 무엇을 말하든

         미라는 항상 행복하고 만족하네.

 

   노래를 듣고 승려 제자 리꼬차루는 다시 여쭈었다.

"친애하는 스승이시여,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라면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겠습니다만, 그러면 까귀빠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하열(下劣)한 중생들을 돕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였다.

"나는 처음부터 이와 같은 삶을 살 것을 엄중히 맹세했단다. 그 후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많은 중생들을 돕고 진리에 봉사하는 길이다."

"어떤 맹세를 하셨습니까?"

"먼저 그대, 나의 제자들은 이와 유사한 맹세를 하기 바라며 내가 했던 맹세를 노래하리니 들어보렴."

   미라래빠는 '맹세의 노래'를  불렀다.

 

         윤회의 두려움과 스승의 은총으로

         나는 맹세했나니

         진리의 지고한 맛 향유하기 전에는

         결코 세상일 추구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네.

         스승의 명령을 실천하기 전에는

         내 결코 스스로를 위해 음식을 구하지 않겠노라 맹세하였네.

 

         방편도를 완전히 통달하기 전에는

         내 결코 딴뜨라행을 시현하지 않겠노라 맹세하였네.

        

         나로빠의 권고를 거슬러서는

         내 결코 까귀빠의 교의를 떠맡지 않겠노라 맹세하였네.

 

         자신만을 위해서 진리를 수행하지 않겠노라 맹세하였나니

         이는 초발심(初發心)의 서원이네.

 

         미라는 또한 맹세했나니

         결코 인위적으로 마르빠의 가르침을

         전파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였네.

         스승께서 은밀한 티벳 곳곳에

         가르침을 퍼뜨렸을 테니까.

 

         스승을 기쁘게 하는 일은

         바로 지금 수행하고 명상하는 일이네.

         달리 스승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나는 모르네.

 

   차루는 미라래빠의 축복으로 자신의 신조를 바꾸고 스승의 모범을 따라 똑같은 서원을 발하였다. 그는 부동의 결심으로 적정처에서 쉬지 않고 수도하여 마침내 대도(大道)의 놀라운 내적 공덕과 수승한 경지를 증득하였다. 이리하여 승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스승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이 되었다. 그는 리꼬차루와로 알려져있다.

 

이 장은 리꼬차루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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