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 입문식에서 기적을 보이다

 

 

 

 [ 1 ]

 

한때 미라래빠가 냐낭 마을의 복부형 동굴에 머물고 있을 때 성스러운 금강 다끼니가 인간으 모습으로 나타나, 다끼니들이 전해 내려가는 딴뜨라 중에서 핵심 교의의 오묘한 구절에 담겨 있는 비밀한 뜻을 미라래빠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이 가르침을 몇몇 뛰어난 제자들에게 전해주도록 미라래빠에게 당부했다.

이리하여 미라래빠는 래충빠와 갠종뙨빠 및 몇몇 아들 제자들에게 구정(口傳)법통의 꽃병 입문식(入門式)을 전수해주었다. 미라래빠는 입문식을 행하면서 꽃병에게 지시했다.

"나는 이미 늙었으니 네가 가서 나의 제자들을 입문시켜라!"

명령이 떨어지자 꽃병은 높이 솟아올라 제자들을 차례로 입문시켰다. 이때 제자들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천상 음악을 듣고 지상에서 일찍 맡은 적이 없는 감미로운 향기를 맡았다. 또한 꽃비가 천상에서 내려오고 온갖 상서로운 징조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시현들을 보자 제자들은 이 입문식의 참다운 뜻을 깨닫게 되었다.

시현된 기적 같은 광경에 넋이 나가 흥분해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본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구전 법통의 지순한 만달라로

        무욕(無欲)의 봉헌식을 베풀었네.

        붓다의 지혜를 표상하는

        소중한 꽃병 입문식이 거행되는 동안

        천상 음악은 울려 퍼지고

        만달라의 신들은 예물을 받았네.

        입문을 시키려 꽃병은 날아오르고

        놀라운 지혜가 그대들 안에서 꽃피었네.

        이는 법계스승들의 은총이나니......

 

이때 미라래빠는 제자들에게 이 가르침을 아주 은밀하게 간직하도록 당부하였다.

 

 

  [ 2 ]

 

어느 날 래충빠는 자신이 그린 금강 수행녀의 탱화를 가지고 스승을 찾아가 성화식(聖化式)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미라래빠은 이에 대답하였다.

"이 늙은이는 성화식을 어떻게 베푸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성화의 힘이 탱화에 내려지도록 기도해 보겠다."

미라래빠는 꽃 한 송이를 들어 탱화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탱화가 흔들리며 떨기 시작했다. 이때 붓다의 몸과 말씀과 마음을 표상하는 상징물들이 오색 찬란한 무지개빛을 발하면서 하늘에서 빛나더니 탱화 속으로 들어가 녹았다. 천상의 꽃들 또한 비가 오듯이 내렸다. 미라래빠는 딴뜨라의 입문식에서 축복의 해골잔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 하늘 꽃들을 받았다. 하늘 꽃들은 모두 그의 몸 안으로 녹아들어가 그와 하나가 되었다. 이때 제자들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멍하니 서 있었다. 미라래빠는 이에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현상계 탱화는

        몸과 말씀과 마음의 성스런 빛으로

        축복 받았나니

        이는 진신(眞身)의 체현(體現)이어라.

        대지혜 광채가

        탱화속에 들어가 녹아들 때

        축복은 성취되었네.

 

        미라의 늙은 몸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지혜의 다끼니 여신들은

        거룩한 법신의 정토에서

        성스러운 꽃을 가져와

        수호불 탱화 안으로 녹아졌네.

        성화 의식 행할 때

        경이로운 하늘 꽃이 미라의 몸과 머리 장식하더니

        수호불이 들어와 나와 '하나' 되었네.

        기적의 시현을 목격한 그대들은

        축복받은 수승한 제자들이네.

 

 

이리하여 래충빠와 다른 제자들은 모두 미라래빠가 바로 바즈라요기임을 깨달았다.

 

이 장은 꽃병 입문식과 금강 수행녀 탱화의 성화식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