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4 . 논리학자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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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논리학자들의 도전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통달한 미라래빠는 인도의 다르마보디로부터 예배를 받은 후 더욱 유명해졌다. 그 당시 냐낭 사람들 모두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하여 그에게 예물을 바쳤다. 미라래빠는 뭇 존재들을 도우며 냐낭의 복부형 돌굴에서 기쁨에 찬 나날을 보냈다. 
그 당시 냐낭 수두원에서는 몇몇 학승(學僧)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미라래빠를 질투하고 시기했다. 그들은 미라래빠를 외도(外道)라고 비방하며 매도하였다. 
  어느 해, 냐낭 마을에 기근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씨앗을 구할 돈 
을 꾸려고 학승들을 찾아갔다. 승려들은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외도의 가르침을 수행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죽 
은 자에게 천도식(薦度式)을 베푼 대가로 그대들에게 어떤 예물도 받은 적이 없다. 게다가 우리는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진리를 연구하고 수행하기 위해 돈을 저축하는 것이지, 그대들을 위해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꾸고자 한다면, 재산을 갖다 바친 그대들의 외도 스승에게나 가보는 게 좋겠어?!" 
승려들은 마을 사람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돈을 꾸러간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말했다. 
"그래 어떤 의미에선 승려들이 한 말이 옳아. 우리는 이번 생을 위해서나 다음 생들을 위해서라면 미라래빠 스승을 귀의처로 삼을 수도 있을꺼야. 하지만 생활이 궁핍할 때를 대비해 학승들에게도 예물을 받쳐야 해."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고 수도원 측과 화해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승들은 로뙨겐뒨붐과 라뙨다르마로죄의 주관 아래  모임을 열었다. 이때 한 학승이 일어나 건의했다. 
"미라래빠를 이곳에서 쫒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신도들을 모을 수도, 가르침을 유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미라래빠의 가르침은 외도적이고 사악하기 때문에 그를 추방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장로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 했다. 
"우리가 그를 강제로 추방한다면 사람들이 비난할 테니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대신 좋은 방법이 있다. 산스크리트와 논리학과 철학과 경전에 통달한 승려들을 세 명 뽑아서 그에게 보내 불교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는 목소리 하나만 지닌 무지한 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논쟁과 도전에 응할 수 없을 거다. 백 가지 질문을 던지면 기껏해야 겨우 한두 가지만 답할 테니 그때 그를 질책하고 호되게 비방하면 된다. 그러면 굴욕감을 느끼고 스스로 떠나게 될 거다." 
이리하여 그들은 가장 학식있는  세 명의 승려들을 뽑아 미라래빠에게 보냈다. 래충빠는 이들이 오는 걸 보고도 별로 반기지 않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 미라래빠에게 여쭈었다. 
"세명의 학승들이 찾아와 선생님을 뵙고자 하는데 저들을 어떻게 할까요?"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마르빠 스승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몸과 입과 마음을 모두 바쳐 일체 중생들의 유익을 위해 힘쓰도록 하라.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그들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라.' 그러니 그들을 안으로 모시도록 하라. 내가 그들을 만나보겠다." 
  그들은 안으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시원한 생수를 한 잔씩 받았다. 
미라래빠는 학승들에게 말하였다. 
"신념의 힘은 바위를 깨고, 땅을 가르고, 물을 나눌 수 있는 것이오. 자, 
그럼 경전의 가르침을 설명해보도록 하시오." 
학승들의 상수(上首)는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있게 응수 했다. 좋습니다! 우리는 모든 공덕을 상징하는 세 벌 옷[法服]을 입은 승려들로, 삼학(三學)과 수행을 통달한 법사들입니다. 우리는 경전의 가르침을 설할 수도 있고 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당신과 같은 속인(俗人)이 무슨 공덕을 지녔길래 추호의 의심도 없이 신도들의 예물과 음식을 기꺼이 받습니까?" 
  미라래빠는 그들의 질문에 응답하여 '수도자의 깨달음'을 노래하였다. 

         스승의 감로수 교의는 진리의 절정이요, 
         경전과 지혜의 진수이니 
         학자들과 승려들도 한결같이 예배드리네. 
         기도하오니 스승께선 떠나지 마시고 
         장엄한 모습 나투어 미라 위에 좌정하소서! 

         구도 수행은 셋으로 나눌 수 있으니 
         첫째는 수호불 생기행(生起行)이요, 
         둘째는 나디와 쁘라나와 빈두행이요, 
         셋째는 마하무드라이네. 

         하루 네 차례, 나는 보리심을 수행하나니 
         신심의 빵을 모으려 공(空)을 명상하네. 
         신심의 자량(資糧) 모으려고 또르마를 베풀고 
         신들에게 성찬 예물을 바치네. 
         또한 귀신들에겐 남은 음식 베푸네. 
         나는 자양(滋養)의 법륜을 굴리는 수도자, 
         만물의 공성(空性)을 깨달았으니 
         공양받아 향유할 자격있네. 

학승들 가운데 한 명이 곧 대꾸했다. 
"손발이 없는 사람은 산에 오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불교의 지식이 없는 사람은 결코 해탈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맹인이 사원 안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없듯이, 수행의 체득이 없는 사람은 진리의 본질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생기행을 수행하려면 수행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자,그러면 당신은 그걸 행했다 하니 어떻게 행했는지 말씀해보십시오." 
미라래빠는 다시 노래로 응답했다. 
 
         수호불의 생기행을 수행할 때면 
         미라는 무지개처럼 생생하지만 
         사실은 텅빈 내 육신을 바라보네. 
         거기에서는 자성(自性)을 찾아볼 수 없나니 
         하여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네.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는 텅 빈 골짜기를 울리는 메아리 같네. 
         때문에 나는 환상도 반감도 품지 않네. 
         하여 좋아함도 싫어함도 놓아버렸네. 

         투명한 마음의 공(空)은 태양과 달의 광명 같아 
         한계도 없고 속성도 없네. 
         자아에 대한 나의 집착은 
         마음의 공성에 녹아들어 무(無)가 되었네. 

         중생의 몸과 말과 마음이 곧 
         자심불(自心佛)의 성신(聖身), 성언(聖言), 성지(聖智)이네. 
         하여 나는 모든 범속(凡俗)함에서 벗어나 
         다없는 행복과 열락에 젖어서 산다네. 

         하는 일 모두가 진리와 '하나'이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곧게 뻗은 진리의 길 따르기에 
         나는 고무되어 있다네. 

  학승은 대꾸했다. 
"방금 읊조린 것도 옳을 수도 있겠지만,그렇다면 나디와 쁘라나와 빈두는 어떻게 수행하는지 말씀해보십시오."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했다. 

      나디(에너지 통로)와 쁘라나(생명 에너지)와 빈두[精]를 수행할 때 
      세 가지 에너지 통로와 네 가지 에너지 중추를 
      나는 명상하네. 
      육신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면 
      아상(我相)은 절로 녹네. 
      다섯 가지 원소(元素)의 종자 만뜨라가 순일하게 무르익어 
      사라지지 않고 빛나면 
      실체의 얼굴을 보게 되네. 
      생명 에너지들은 한결같이 중앙 통로에 모여들어 
      생명점(生命點)을 치네. 
      붉고 흰 두 기운은 몸 안에서 하나되어 
      지복과 깨달음, 무념을 증득케 하네. 
      하여 의혹과 무명은 사라지네. 
      입아닌 가슴으로 진리를 수행하니 
      어머니[本覺]와 아들 광명[始覺]이 합일되어 
      욕망의 응어리가 소멸되네. 
      형상[色]과 공이 '하나'로 녹아들어 
      마음은 평안하고 기쁨이 충만하네. 
      나는 항상 행복하나니 
      머릿속으로만 공을 생각하는 덫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 
      모든 혼란이 법계에 녹아 
      기쁘고 즐거울 뿐이네. 

이에 학승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마모트는 땅 속에서 4개월 동안 동면(冬眠)하며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쁘라나[氣]를 한 번만 돌립니다.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오랫동안 쁘라나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이런 동물들이 무슨 공덕을 지녔겠습니까? 
이들의 마음은 전적으로 무지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공덕이란 내면의 지견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러면 이제 말씀해보십시오, 이른바 마하무드라라고 하는 것을 당신은 수행하는지." 
미라래빠는 다시 노래로 응답하였다. 

         마하무드라를 행할 때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기운을 흩뜨리지도 않고 
         본래의 상태에 편안히 쉬네. 

         공(空)의 경전에서 
         깨달음의 빛과 함께 휴식하네. 
         지복의 경지에서 
         깨어 있으면서 휴식하네. 
         무념의 경지에서 
         벌거벗은 마음으로 휴식하네. 
         갖가지 나툼과 활동의 경지에서 
         삼매에 머물며 휴식하네. 
         마음의 본질을 이같이 명상하여 
         무수한 지견(知見)과 확신을 얻었네. 
         스스로의 빛으로 모든 것을 노력없이 얻었네. 
         더 이상 깨달음을 구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희망도 두려움도 없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오, 얼마나 큰 기쁨인가! 
         대지혜가 출현할 때의 황홀함이여! 

그러자 학승이 대꾸했다. 
"당신은 혀로만 노래한다는 게 사실이군요! 방금 말한 게 틀렸다고 할 수 없겠지만, 모방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당신의 스승은 누구신지 말해보십시오." 
이에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내가 얻은 모든 지식은 내면의 마음을 탐구한 결과라오. 따라서 나의 지견은 곧 진리의 가르침이오. 내가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한, 나는 항상 경전과 함께 있는 셈이오. 나는 깨달았소, 모든 현상계는 마음의 표현이며, 마음 자체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이것이 나의 스승이오." 
이어 미라래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들에게 나의 스승들에 대해 말해주리라. 
         스승들의 지순한 몸은 붓다의 정초 같나니 
         정화된 다섯 가지 생명 에너지는 임의 보좌요, 
         정화된 다섯 가지 에너지 통로는 임의 연화좌요, 
         정화된 다섯 가지 원소들은 임의 일월 방석이네. 
         그리고 텅빈 마음의 본질[一心]은 임의 진신(眞身)이네. 
         나의 스승은 지혜의 몸 갖추신 금강불이요, 
         나의 스승은 여섯 신통 자재한 띨로빠요, 
         나의 스승은 무수한 마법의 그물 지닌 나로빠요, 
         나의 스승은 나에게 지고한 은총 베푸신 마르빠이시네. 
         그분들은 나의영광, 내 머리 위에 언제나 좌정하시네. 
         눈밝은 이라면 알리, 
         미라의 스승들은 참부처라는 것을. 
         그분들께 신심과 성심으로 구하면 
         스승들은 그대에게 은총의 소낙비를 내리리. 
         수행과 헌신을 바치면 
         성취의 보물 창고 그대 앞에 열리리. 

이 노래를 듣자 세 학자들의 가슴속에는 마침내 미라래빠에 대한 신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그에게 절하고 참회하였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이 세상의 온갖 불행의 근원이라는 말이 참으로 진실이군요! 참으로 진실입니다! 저희들은 마음의 눈이 어두워 선생님께서 삿된 진리로 사람들을 미혹시켜 예물을 받으시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저희들의 도전적인 질문에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응답의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선생님께 감히 도전한 데 대해 참으로 후회합니다. 저희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선생님의 스승들을 뵈올 공덕과 기회를 갖지 못한 저희들은, 선생님께 진실과 공경으로 예배드립니다. 선생님은 '성취의 보물 창고'보다 한층 더 존귀하기 때문입니다.청컨대 저희들을 입문시키고 가르침을 베푸소서!" 
  도전자들은 이와 같이 매우 겸손하고 공경하는 자세로 미라래빠에게 간청했다. 미라래빠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는 그들을 입문시키고 심오한 교의을 베푼 뒤 수도를 시작하게 하였다. 훗날 그들은 모두 체험과 깨달음을 증득하여 설산의 사자와 같은 학승 수도자들이 되었다. 
냐낭 주민들은 미라래빠와 세 학승을 포함한 제자들을 초대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들은 대학승인 로뙨과 다로를 위해 상석(上席)을 준비하고 나머지 학승들을 차례로 앉게 하였다. 그리고 미라래빠와 제자들을 위해서도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미라래빠에게 논쟁하러 갔던 세 학승들 역시 이 자리에 있었다. 그들은 요기들처럼 수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래빠들처럼 말석(末席)에 앉아 해골로 만든 잔으로 한 모금씩 창술을 들이켰다. 
  로뙨과 다로가 이 광경을 보고 분노로 치를 떨었다. 
"이 비열한 놈들! 이[蟲]보다 못한 배신자들아! 너희들이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면,우리 교의(敎義)는 더렵혀지고 멸시된다. 이 더러운 배신자들을 적절한 방법으로 제거 해야겠다." 
로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라래빠를 향해 외쳤다. 
"당신은 유별난 수행자이므로 논리학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을 가졌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이 같은 행동은 진리를 욕되게 하고,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칠 뿐이오. 나아가서는 진리 수행자로서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오. 그러니 논리의 법칙에 맞춰서 간단한 명제를 제시해 보시오." 
그러자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친애하는 학자여, 그대는 언어니 논리니 따지지 말고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는 진리체(眞理體) 안에서 편안히 휴식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욕망을 극복하도록 해야 하오. 질투와 다섯 가지 번뇌 망상으로 비참한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정견(正見)을 지니고 공덕을 쌓도록 하시오. 제발 스스로 자신을 헤치지는 마시오. 나는 그대 학파의 논리는 알지 못하오. 하지만 나 자신의 '논리'를 말하자면, '스승과 핵심 교의, 근면과 인내, 은둔처에 머물며 수도하기, 그리고 내면에서 정견과 깨달음을 구하기' 라오. 또한 신심을 지닌 '신실한 보시자들'의 논리요. 진실하고 가치 있는 '보시의 수혜자(受惠者)가 되는' 논리요. '사악한 욕심과 질투'의 논리에 사로잡히면 '지옥'의 논리와 '고통'의 논리를 겪게 되는 것이오. 그럼, 노래를 한곡조 부를 테니 귀담아 들어보도록 하시오." 

         번뇌에서 해탈한 스승들께 예배를! 
         오오, 타락한 이 시대여, 
         사람들의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는 시대여! 
         로뙨과 다로여, 들을진저. 
         모태에서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젖을 어떻게 먹을 수 있었으리? 
         모유를 먹여주지 않았다면 
         세 가지 곡식을 어떻게 먹을 수 있었으리? 
         곡식을 먹지 않았다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으리? 
         성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출가할 수 있었으리? 
         출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수 있었으리? 
         여러 지방을 다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애로운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리? 
         스승을 만나지 않았다면 
         심오한 가르침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으리?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면 
         어찌 홀로 은둔처에서 명상할 수 있었으리? 
         은둔처에서 명상하지 않았다면 
         내적 체험과 깨달음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었으리? 
         깨달음과 내부열이 각성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얇은 무명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으리? 
         무명옷으로 살 수 없다면 
         어떻게 보시자들의 신심을 일깨울 수 있으리? 
         보시자들이 신심이 없다면, 
         오, 학자들이여, 그대들이 나를 질투할 리가 있는가? 
         증오와 질투가 그대들 안에서 일어나지 않을진대 
         오, 학자들이여, 그대들이 어떻게 지옥에 떨어지리? 

         저 높은 고원에서 
         야수들이 달리고 뛰노니 
         사냥개가 신경 곤두세워 질투하네. 
         사냥개들이 화를 낼 다른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냐낭의 복부형 동굴에 
         나, 미라래빠가 살고 있네. 
         이것이 바로 그대들, 입으로만 가르치는 교사들을 
         질투하게 하는 원인이네. 
         그대들은 분노하며 안달하는 
         다른 이유 있느냐? 
         오, 훌륭한 교사들이여, 학자들이여, 
         무의미한 낱말과 공허한 언어를 
         진리라고 여기며 집착하지 말기를! 
         외도들도 언어를 희롱하며 놀 줄은 안다네. 
         문자나 쫓아다니는데 마음을 쓴다면 
         서른두 번을 거듭 산들 무슨 소용 있으리. 
         아상(我相)의 원수를 정복함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말, 말, 말을 위해 낭비할 시간이 나에게는 없네. 
         논리니 명제니 나는 모르나니 
         오늘 논쟁의 승자는 그대들이네! 
 
이때 다로가 대들었다. 
우리는 진리의 언어로 질문했는데 당신은 불교 용어로 답하지 않는구려.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려고 기만적인 노래를 불렀소. 그따위 엉터리 같은 노래라면 누구인들 부르지 못하겠소? 그런 노래로 바보들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우릴 속일 수눈 없소. 불교의 전통적인 철학 용어로 우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기만적인 노래로 사람들을 속여 보시를 받는다면, 당신은 짓밟혀도 마땅하오." 
다로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흙을 한 움큼 집어들더니 미라래빠의 얼굴에 휘익 뿌렸다. 미라래빠는 미소를 띠고 흙을 턴 뒤 입을 떼었다. 
"단지 학문적인 호기심을 위해 책이나 문자에 집착하는 그대 같은 학자가 어떻게 진리와 일치되게 행동할 수 있겠소? 그대처럼 강렬한 죄업의 까르마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학식이나 성직자의 직책이 도리어 더 큰 불행을 초래할 뿐이오. 그대의 행동은 진리와 조금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오. 동일한 언어, 동일한 교의를 믿지 않는 우리가 어찌 진리라는 공통된 소재를 논할 수가 있겠소." 
이 광경을 줄곧 지켜보고만 있던 래충빠는 생각했다. 
'내 비록 스승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하지만 스승님을 해치려는 저 악행자를 후려치지 않는다면, 딴뜨라의 싸마야 계율을 어기는 것이 된다. 저 녀석을 징벌하면 큰 공덕을 쌓게 되리라.' 
래충빠는 지팡이를 집어들고 승려를 향해 후다닥 뛰어갔다. 막 후려치려는 찰나 미라래빠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래충빠야,아들아, 들으렴! 재산은 궁핍할 때 쓰는 것이요, 친척은 어려울 때 도와주는 법이요, 진리는 힘든 상황에서 유용한 것이다. 래충빠야, 정신 차려라. 나의 노래를 듣고 선의와 자각을 일깨우렴!" 

         자애로운 스승이시요 나의 영광이신 
         마르빠께 예배드립니다. 
         위대한 스승님은 모든 중생의 피난처이시니 
         저희를 악행에서 구해주소서! 

         오, 내 아들 래충빠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귀담아 들으렴. 
         '큰소리로 떠드는'위선적인 불자들이라 
         역경을 만나면 고통을 받으리라. 
         아들아, 그대가 만약 싸움을 일삼는다면 
         계율을 범할 뿐이 아닌가! 

         아들아,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승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렴. 
         광대무변한 진리의 창공에서 
         내 어린 '각성(覺醒)'의 새끼독수리는 날기를 연습하네. 
         하지만 비상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나니 
         종파주의의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네. 

         래충빠야, 스승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렴. 
         진리 수행의 가없는 대양에서 
         내 어린 '각성'의 새끼물고기는 헤엄치는 연습하네. 
         하지만 수영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나니 
         미혹의 그물에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네. 

         래충빠야, 스승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렴. 
         진리 실천의 설산 능선에서 
         내 어린 '각성'의 새끼사자는 싸움을 배우네. 
         하지만 힘 자랑을 하지 않나니 
         욕망의 눈사태에 휩쓸리지 않기 위함이네. 
   
         래충빠야, 스승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렴. 
         진리 성취의 고귀한 땅에서 
         내 어린 '각성'의 아들은 상술을 배우네. 
         하지만 교활하게 장사하지 않나니 
         행여 진리의 대진주(大眞珠)를 잃을까 염려해서라네. 

         래충빠야, 스승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렴. 
         마음을 안정시키고 분노의 불을 끄렴. 
         래충빠야, 자신을 단련시켜 
         욕망의 불을 끄도록 하렴
 
미라래빠의 노래를 듣고 래충빠의 마음은 진정 되었다. 래충빠는 성낸 행동으로 인하여 다소간 비난을 받았다. 이 일이 있은 후 보시자들은 모두 미라래빠에게 더욱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학자들은 미라래빠를 중상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자신들을 욕되게 하고 불명예스럽게 했을 뿐이다. 
  다음날, 치욕을 당한 다로와 로뙨 및 몇몇 승려들이 미라래빠에게 보복하려고 다시 찾아왔다. 그들은 많은 고기와 경전을 가지고 왔다. 그들은 전날의 실수를 사과하겠다며 미라래빠를 만나고자 하였다. 이에 래충빠는 대꾸했다. 
"사과 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논쟁할 필요도 없소. 그러니 스승님을 만날 필요가 없소!" 
  래충빠가 그들을 제지 하는 동안, 다른 제자들이 미라래빠에게 가서 이사실을 알렸다. 미라래빠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지만, 어쩌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일이다. 자, 저 학자들을 안으로 모셔라." 
   이리하여 미라래빠는 그들을 맞아들였다. 학자들은 고기를 바치며 말했다. 
"어제는 선생님이 옳았습니다.우리가 한 행위를 참회하는 표시로 살코기를갖고 왔습니다. 오늘은 이 경전들을 판단의 근거로 하여 우호적인 입장에서 불교의 교의를 토론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응답했다. 
"친애하는 학자들이여, 속담에 이르기를 '얼굴의 표정만 보아도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소. 마찮가지로 진리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자신의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렸는지 안 버렸는지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법이오. 만약 아상을 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불교의 교의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오. 진리를 유창하게 설명하고 또 모든 논쟁에서 이긴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에고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조금도 극복하지 않고 다만 언어와 대화에만 탐닉한다면, 그 사람은 설령 논쟁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익을 가져오기는 커녕 도리어 자만심과 이기심을 강화시킬 뿐이오. 이는 영원히 윤회 세계에서 방황하는 원인이 되고, 또한 지옥에 떨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말한다면, 이런한 논쟁은 한결같이 파괴적이고 유해할 뿐이오. 어제로서 우리는 토론을 마쳤으니 오늘은 돌아가는 게 좋겠소," 
  다로는 이에 대꾸했다. 
"오로지 붓다만이 아상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정복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상에 대한 집착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단지 불교에 대한 지식과 논쟁에서 훌륭한 말솜씨를 발휘했다고 해서 그가 윤회 세계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지옥에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는 것은, 지식과 학식이 죄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학식 자체가 큰 죄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유덕(有德)한 척하는 자만심의 죄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요, 스스로 옳다고 여기고 저지르는 악행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곧바로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옳고 그른 것을 확실히 알고 분별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저는 논쟁의 규칙과 과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자신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그 관점에서 명제를 제시하실 것을 제의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평가하여 의견을 제시하시겠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학식이 풍부한 학자들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생님께서는 아무 질문이라도 하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가 그렇게까지 주장한다면, 나에게 별다른 방도가 없소.우리들은 모두 여기 참례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소. 이들은 우리에 관해서 보고 들었으므로 우리를 익히 알고 있소. 여러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박식과 무식을 초월한 주제를 제시하겠소. 먼저 그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뒤에 불교의 교의에 관한 명제를 제시하겠소. 자, 대답해보시오. 공간은 막혀 있소, 아니면 막혀 있지 않소?" 학자는 대답했다. 
"여태까지 이런 질문을 던진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전에 약속했기 때문에 대답하겠습니다. 공간은 물론 막혀 있지 않습니다. 그밖에 어떻게 달리 말하겠습니까?" 
"하지만 내 관점으로 볼땐 막혀 있는 것 같소." 
"감히 그렇게 가정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라래빠는 즉시 '공간을 응고시키는 삼매'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답했다. 
"공간이 막혀 있는지 막혀 있지 않는지 확인해 보시오. 자, 일어나 주위를 다니며 팔다리를 뻗어보시오." 
  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 하였으나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처음의 자세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꼿꼿이 앉아 있을 뿐, 심지어 입조차 뗄 수가 없었다. 한편 미라래빠는 공중에 떠올라 공간 속에서 걸어다니고, 서고, 누워 있다가 연화좌에 앉았다. 얼마 후 미라래빠는 삼매에서 나와 학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공간이 막혀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소?" 
"그것은 선생님께서 흑마술과 사악한 주문을 썼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은 단지 마법과 사악한 주문에 기인한 것일 뿐, 공간이 막혀 있지 않다는 것은 일체 중생들이 다 알고 있는 일입니다." 
  미래라빠는 학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에게 개념이나 관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간이 트여 있겠소? 동물들도 공간을 그렇게 여기겠소? 그대와 그대의 스승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여겨 왔겠지만, 그대 자신의 실험으로 그것을 반증(反證)된 것이 아니겠소?  이 사실은 흑마술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공간이 막혀 있다는 증거는그대의 입증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겠소? 그러면 그대에게 다른 명제를 제시하겠소. 우리들 앞에 있는 이 바위가 막혀 있지 않다는 명제를 나는 제시하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오?" 
  학자는 대답했다. 
" 만약에 다시 사악한 주문과 마법을 쓰지 않는다면 바위는 분명히 막혀 
있습니다." 
이에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그대가 처음에 어떤 문제를 다루어도 좋다고 제의했기 때문에 나는 그 
대가 정통하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싶은 것이오. 자, 이제 우리앞에 있는 이 바위가 텅 빈 것이 되도록 능력을 발휘해보시오." 
"마법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과 구태여 그것을 행하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행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단지 선생님과 같은 악행자(惡行者)들은 타인을 속이기 위해 이와 같은 흑마술의 계교를 쓸 뿐이지요." 
  그러자 미라래빠가 응수했다. 
"조금 전에 그대는 무엇이든지 알고 행할 수 있는 것처럼 장담했소. 그대가 말하는 소위 '금지된 마법'이 지금도 무수한 붓다들에 의해 삼천대천세계에 소나기같이 퍼부어지고 있소." 
  로뙨은 불쾌한 듯 대꾸했다. 
"그렇다면 공간이 조금 전에 막혔던 것처럼, 이제는 바위가 막히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보시오." 
  미라래빠는 곧 '공간을 텅 비게 만드는 삼매'에 들어가 바위를 텅비게 했다. 그는 바위의 위에서 바닥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통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하반신을 바위 속에 잠겨 있게 하고 상반신을 바위 밖에 나와 있게도 하였다. 그는 이어 거대한 바위을 집어올려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그는 한 손으로 바위를 번쩍 치켜들고 래충빠에게 외쳤다. 
"래충빠야 기둥을 가져오너라!" 
  래충빠가 기둥 모양의 돌을 옮겨 세우자 미라래빠는 거대한 바위를 그 위에 려두었다. 손을 떼자 바위에는 손자국이 생겼고, 이 손자국은 오늘날 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학자 로뙨은 입을 떼었다. 
"바위를 막히지 않는 물건처럼 보이게 하셨는데 이것이 미혹시키는 마법이 아니라면 우리도 또한 바위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 말씀해보십시오, 통과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오! 바위가 딱딱하게 막혀 있었다면 나는 이미 그 밑에 깔려 죽지 았겠소?" 
  이때 학자 다로가 참견했다. 
"나는 바위가 닿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었소. 원래 자리에 바위가 없었다면 막힘이 있고 없고를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에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바위가 떨어질 때 그대에게 부딪히는 느낌이 없었다는 사실은 바위가 막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오. 어떤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오." 
  미라래빠의 설명을 듣고 다로는 더욱더 분노하였다. 
  그러나 로뙨은 이미 자신의 신조가 흔들리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은 매우 순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처럼 의심이 많고 쉽게 지 않은 학자들은 무슨 일이든 확신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에 이 일이 법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고, 정도(正道)로 행해진 것이라면, 나는 그에게 육바라밀(六波羅蜜)의 가르침을 받는 게 좋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로뙨은 미라래빠에게 청했다. 
"육바라밀을 어떻게 수행하시는지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오, 지중한 삼대(三大) 피난처시여, 
         머리 위에 영광과 기쁨으로 좌정하셨네. 
         성심으로 간구하오니 항상 재림하시어 
         자비와 선의로 감싸주시고 
         모든 중생들에게 진리를 허락하시길! 

         대승의 수도자는 
         말뿐인 진리에 귀 기울이지 않네. 
         공의 진리에는 수행조차 없나니 
         하여 십악(十惡)을 버리네. 

         구두쇠의 허울을 벗지 않으면 
         보시를 논한들 무슨 소용 있으며, 
         위선과 가식을 버리지 않으면 
         계율을 지킨들 무슨 소용 있으리? 
         사특한 험담을 버리지 않으면 
         인욕을 가장한들 무슨 소용있으며 
         무관심과 타성을 버리지 않으면 
         정진을 맹세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산란한 생각을 극복하지 못하면 
         선정에 힘쓴들 무슨 소용 있으며 
         만물이 유익함을 알지 못하면 
         지혜를 수행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금지와 허용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면 
         학식을 배운들 무슨 소용 있으며 
         취함과 버림을 알지 못하면 
         까르마의 인과법(因果法)을 말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진리와 마음이 계합하지 않으면 
         교단에 들어간들 무슨 소용 있으며 
         번뇌의 독사를 죽이지 않으면 
         보리심의 열망은 미망(迷妄)이요, 
         사람들에게 유해한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존경과 명예을 바라기 어렵네. 
         자아 집착과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진리의 평등성을 바람은 사견(邪見)이요, 
         에고의 악마를 정복하지 못하면 
         번뇌는 많아지고 수행은 실패하네. 
         진리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항상 타인의 선행을 훼방하고 
         진리와 합일되지 못한 채 떠들고 장담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킬 뿐이네. 
         때문에 잡담과 논쟁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지니 
         생전에 후회 없이 살고 
         죽음을 자신 있게 맞이할진저! 

  그러자 다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육바라밀에 관해서는 들은 적이 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십바라밀(十波羅蜜)은 어떻게 수행합니까?" 
  다로의 도전에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오, 자애로운 스승님, 역경사 마르빠시여! 
         기도하오니 질투의 불을 꺼주시고 
         이 악한 시대에서 저희를 보호하시길! 

         들을진저 다로여, 삿된 마음의 소유자여!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논쟁과 언어에만 몰두하는 자여, 
         지난 32년 동안 그대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네. 
         그대 자신을 수행에 바쳤더라면 
         훨씬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을! 
         아아, 오염된 이 시대여! 
         사람들의 욕정과 탐욕은 감당할 수 없이 커져만 가고 
         사특한 사람들의 혀는 잘도 돌아가는구나. 

         내가 도달한 무아(無我)의 저 언덕에는 
         이렇다 할 보시(布施) 바라밀이 없네. 
         내가 사는 저 언덕에는 
         이렇다 할 지계(持戒) 바라밀이 없네. 
         (여기서는 인욕(忍辱)바라밀이 빠져 있음) 
         현신이 아닌 것이 없는 저 언덕에는 
         이렇다 할 정진(精進)바라밀이 없네. 
         모든 것이 현전(現前)하는, 내가 사는 저 언덕에는 
         이렇다할 선정(禪定) 바라밀이 없네. 
         절대의 실재인 저 언덕에는 
         이렇다할 지혜(智慧)바라밀이 없네. 
         일체가 원만한, 내가 사는 저 언덕에는 
         이렇다할 방편 바라밀이 없네. 
         사대 악마을 정복한 저 언덕에는 
         이렇다할 역(力)바라밀이 없네. 
         내가 사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언덕에는 
         이렇다할 원(願)바라밀이 없네. 
         이것이 올바른 수행법이나니 
         공허한 논쟁은 아무 소용 없고 무익하도다. 

  로뙨은 노래를 듣고 탄복하였다. 
"선생님의 수행과 지견은 참으로 지고합니다." 
  그러나 다로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으 말씀은 마치 세 번째로 흉내내는 사람과 같군요! 아무리 흉내내도 냉철한 학자의 관찰은 피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마법과 사술은 사도(邪道)들도 쉽게 행할 수 있습니다. 방금 말한 십바라밀이란 고작 이름을 나열했을 뿐, 이 경전의 내용과는 조금도 일치하지 않는군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이 경전에 기록된 내용을 토론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는 앞에 있는 책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 
"인간의 모든 지식은 논법(論法)으로 평가되고 검증되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논리학은 모든 학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학입니다. 만약에 논리학을 알게 되면 다른 학문들은 모두 이차적인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나는 먼저 논리학을 논하겠습니다. 만약에 선생님께서 논리학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선생님을 인정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논리학은 판단과 정의(定義)의 학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들은 직접적인 경험과 추론(推論)및 연역(演繹)과, 올바른 이성(理性)및 그릇된 이성, 비결정적(非結定的)인 증명, 그리고 명제를 도출하는 방법 등에 관한 것들입니다. 자, 이제부터 이 문제들에 관해서 말씀해보십시오,"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학자여, 그대의 몸과 마음은 악마에 사로잡혀 있소. 그대는 그대 자신과 수호불에 대해서 신심을 지니고 있지 않을뿐더러 붓다 자신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지니고 있지 않소. 그러므로 어떻게 그대가 내 뜻과 일치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소?  
그대가 즐기는 '무자비(無慈悲)'의 다르마 국물을 들이켰을 떼 혀와 입천장은 불타는 듯하였소. 또한 그대가 즐기는 '비출가(非出家)'의 다르마 음식을 먹었을 때는 흙먼지와 재로 만든 음식을 먹은양 메스꺼워 위가 혹사당하는 듯하였소. 마치 오만함과 이기심이 배를 가득 채우는 듯하였소! 나는 자만심으로 트림하고 질투의 노패물을 토했소. 헐뜯음의 방귀를 뀌며 허영의 대소변을 쏟았소. 하여 모든 사람들을 해치는 중병에 거릴게 되었소. 때문에 대의 교의에 관해서는 나는 아는 바가 없소. 만약에 그것이 치료약으로 쓰인다면 환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오. 
내가 아는 진리는, 삼라만상은 일심(一心)이며 그 마음은 어떤 그림자의 흔적도 없는 투명한 공성(空性)이라는 것이오. 이 진리에 관해서 나는 확실한 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해 어떤 추측이나 추론의 흔적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지 않소. 그대가 나에게 '그릇된 논거(論據)'를 제시한다면 그대 자신의 식견은 훌륭한 것이 될 것이오. 이 '그릇된 논거'는 그대의 마음엔 만족을 주겠지만 진리에는 반대될 것이오. 하지만 '흡족한 논거'의 '흡족한' 예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는 있을 것이오. 
그대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성직자의 태도'는 '그릇되고', '흡족한' 논거를 제시하는 데는 합당할 수 있겠지만, 이는 도리어 결정적인 증명이 될 수 없음을 훌륭하게 입증하는 것이오." 
  미라래빠의 응답을 듣고 로뙨은 어깨에 걸쳤던 긴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웃었다. 이때 다로는 머리를 앞뒤로 크게 흔들며 한바탕 호방하게 웃었다. 그리고 대꾸했다. 
"나의 '논리'를 교정해주어서 정말 고맙소! 하지만 노인장은 내 배설물의 앞뒤를 분간 못하는 바보 같군요! 그러면서도 자신을 거룩한 부처님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얼마나 망측한 일이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오! 나의 몸과 마음이 악마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는데 누가 그것을 증명하겠습니까? 그 이유가 내가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학자적 논리 때문이라면, 당신 또한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이 부처라고 떠들어대면서 이렇게 나를 헐뜯지 않았습니까? 결국 당신 또한 다신 자신만의 '논리'를 펼쳐 보였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어떠한 덕(德)도 지니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호언장담하며 무의미한 말만 늘어놓았으니 노인장의 과장은 당나귀 불알보다 큽니다.! 그거(음경)나 감추시고, 조용히 앉아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요?" 
  이에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나는 조용히 앉아 있고 싶으나 그대는 나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구려. 그대가 나의 '논리'에 흥미가 없는 건 당연하겠지만, '나의 논리'는 나에게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 주오. 그러므로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논리라오. 나는 본질적인 진리의 관점에서 얘기하였지만 바로 그점이 그대를 자극하였기 때문에, 그대에게는 내가 나 자신을 칭찬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오. 
모든 중생들의 마음은 비어 있으며 투명하오. 그 마음은 열반의 영화(榮華)에도, 윤회의 오욕(汚辱)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오. 바로 그 마음이 붓다의 씨앗이 감추어진 여래장(如來藏)이오. 중생은 참 마음이 덧없는 무명(無明)의 베일에 가려 있음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윤회계에서 방황하며 욕망의 비참한 노예가 되는 것이오.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깨달은 사람은 해탈자, 성자, 곧 부처가 되어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오.부처님은 말씀하셨소. 

         일체 중생에게는 불성(佛性)의 씨앗이 있나니 
         모든 중생이 곧 부처이니라. 

  그분은 또 말씀하셨소. 

         중생이 곧 부처이지만 
         덧없는 오욕(汚辱)으로 불성을 가리고 있도다. 
         오욕의 때[垢]가 깨끗이 정화되면 
         중생이 곧 부처가 되리라. 
  
  부처님은 또 말씀하셨소.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사람은 
          그 마음 자체가 대지혜(大智慧)임을 알게 되리라. 
          때문에 다른데서 부처를 구하지 않나니, 
          이는 최상의 가르침이니라. 

내가 아는 바로는 누구든지 본래부터 갖추고 있는 '투명한 공의 마음'을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는 것이오. 지고한 진리란 바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지만, 그대 학자들은 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대의 신심이 마군(魔軍)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이는 그대를 심히 해치고 괴롭힐 것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소." 
  학자는 다시 대꾸하였다. 
"오, 당신은 듣기 좋은 말씀만 하시는 군요! 나의 심신이 악마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있다면, 왜 당장 악마를 끌어 내지 않소? 그런 허울 좋은 노래와 기만적인 마술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들에 비하면 는 훨씬 더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소!" 
  미라래빠는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어허, 그대가 그렇게까지 주장한다면 그대에게 확인시키는 수밖에 없겠군! 제 내가 하는 말을 경청하시오. 그대가 그렇게도 소중히 여겼던 귀중품은 금은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 있소. 이것 자체가 그대의 심신이 악마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겠소?" 
  이 말을 듣는 순간 학자 다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가 이내 굳어져 검어졌다. 
  미라래빠는 다로의 사생활을 더 이상 들춰내고 싶진 않았으나 래충빠가 곧장 참례자들게게로 달려가 한 가운데 앉아 있는 소녀의 팔목에서 팔찌를 벗겨냈다. 소녀는 래충빵게게 큰 신심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참례자들 앞에서 너무나 수치스러워 꿀먹은 벙어리처럼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는 미라래빠와 래충빠를 향해 한바탕 신랄한 욕설을 퍼부은 후다닥 나가버렸다. 래충빠는 통쾌히 여기면서 사람들에게 팔찌를 들어보였다. 그 뒤 래충빠는 그 소녀의 집에 가서 다로가 소녀에게 준 염주를 가지고 돌아와 모든 사람에게 보였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학자 다로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한편 학자 로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군가가 미라래빠에게 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는 참으로 위대한 재임에 틀림이 없다. 어디 한번 시험해봐야겠구나.' 
  로뙨은 미라래빠에게 
"오늘은 충분히 토의 하고 논쟁했으니 이만 그치도록 합시다."라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로뙨은 걸식하는 발우(鉢盂)에는 피를 가득히 붓고, 해골잔에는 우유를 가득히 부었다. 그리고 고따마 붓다와 그 시자들의 상(像)도 뒤바꾸었다. 근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그가 이일을 안다면 그는 진정으로 성취한 존재요, 신통력을 지닌 자이다.' 
  다음날 로뙨은 다시 미라래빠를 찾아갔다. 그의 처소에 도착하자 먼 
저 래충빠를 만났다. 래충빠는 그에게 말했다. 
"오, 친애하는 학자여, 자신을 욕되게 하고 진리를 더럽히려고 또 다시 찾아왔소?" 
  로뙨은 대답하였다. 
"아니요 이번에는 스승님께 예배드리려고 찾아왔소. 그분에게 큰 신심을 지니게 되었기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미라래빠의 거처로 훌쩍 나아갔다. 
  미라래빠는 뢰뙨에게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친애하는 학자요, 나를 그렇게 시험할 필요는 없소. 그대의 마음속에 감춰진 모든 비밀을 나는 알고 있소. 그대는 오독(五毒)의 정수(精髓)를 승려의 우에 담고, 걸식자의 발우에 담아야 할 유액(乳液)을 해골잔에 담았소. 자, 앞으로 진정한 구도자라면 누구도 행하지 않을 이런 일은 그만두시오. 올바른 그릇에 합당한 음식을 붓고 올바른 상(像)을 합당한 위치로 돌려 놓으시오." 
  이 말을 듣자 로뙨은 거의 실신할 정도로 놀랐다. 미라래빠에 대한 그의 신심은 매우 깊어졌고 그는 간구하였다. 
"원컨대 선생님께서 수행하시는 진리를 저에게 가르쳐주십시오. 저는 앞으로 선생님을 온전히 신봉하겠습니다."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이제 그대 스스로 확신하게 되었다니 참으로 기쁜 일이오. 그렇지만 나의 가르침은 합당한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베풀 수 없는 것이오. 자, 그럼 이유를 들어보시오."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역경사 마르빠께 예배를! 
         걸식 수도자인 저로 하여금 은밀한 가르침을 수행하게 하소서. 

         비밀 교의의 거룩한 가르침은 지중(至重)하네. 
         하지만 편협한 학자에게 베풀어진다면 
         논쟁  거리, 다툼거리가 될 뿐 
         시간 낭비요 무의미한 일이네. 

         수도자가 언어에 탐하면 
         명상은 헛된 수고일 뿐. 
         딴뜨라의 가르침은 은밀히 행해져야 하나니 
         시장바닥에 던져지면 망쳐지네. 
         보리심(菩提心) 수행으로 완전한 성취가 이루어지나니 
         성직자의 계율에 묶이면 
         수도자는 길을 잃고 마네. 
         심오한 가르침 좋은 그릇에만 담길 수 있나니 
         더러운 그릇에 담을 수 없네. 
         적정처에서 잠시 동안 수행하다 떠나버리면 
         모든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네. 
         명상 체득의 노래는 심오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저들의 자만심과 허영만 부추기네. 
         자기를 잃고 인생을 허비하는 길은 
         수없이 많다네. 

         그대 질문에 응답하여 
         오늘은 충분히 노래하였네. 

  학자는 다시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내적 체험을 구태여 말씀하지 않더라도 저는 선생님께서 수도를 해 큰 지혜를 얻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 입문(入門), 정도(正道), 경지(境地), 정견(正見), 수행(修行), 그리고 정행(正行)에 관해 간단히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이렇게 응답하였다. 
"그대의 교의에서는 이 주제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나는 아는 바 없지만 나의 교의는 다음과 같다." 

         마르빠 스승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합니다. 
         질문에 응답하여 노래하나니 
         귀 기울려 듣고 숙고하여서 
         잠시라도 비판하는 마음을 버릴진저! 

         지고한 광경은 볼 게 없나니 
         깨달은 마음의 본질이 바로 그러하기에. 
         지고한 얻음을 얻을 게 없나니 
         마음의 본질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배이기에. 
         지고한 진미(珍味)는 먹을 게 없나니 
         무상삼매(無相三昧)의 음식이기에. 
         지고한 음료는 마실 게 없나니 
         보리심의 감로수가 바로 그러하기에. 
         대지혜는 진아의 각성이나니 
         일체의 언어와 설명을 초월하네. 
         이는 소승 행자들의 경지도 아니요, 
         바보들의 경지도 아니네. 
         최상의 입문은 '이것'의 입문이요 
         높낮이가 없는 평등성을 깨달은 자가 
         최상의 경지에 오르고 
         무위의 진리를 깨달은 자가 
         지고한 정도(正道)를 걷네.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를 깨달은 자가 
         지고한 소원을 성취하고 
         논리를 따지지 않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최상승(最上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선악이 없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최상의 방편을 얻네. 
         둘이 아닌 진리를 깨달은 자가 
         지고한 정견(正見)을 성취하고 
         바라봄이 없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지고한 선정을 아네. 
         받고 버림이 없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지고한 수행법을 알고 
         아무것도 수고하지 않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최상의 성취에 나아가도다. 
         교만하고 자만심에 찬 교사들은 
         이 진리를 알 수 없네. 
         언어의 지식을 자만하는 학자들, 
         판단이 앞서는 수도자들은 
         해탈을 갈망할지라도 도리어 속박당할 뿐이네. 
         이원(二元)의 집착에 사로잡혀 벗어나려다가 도리어 묶이네. 
         하여 떨어지고 떨어져 윤회의 바닥까지 떨어지나니 
         음침한 삼악도에서 방황하고 헤매이네. 

  미라래빠의 노래를 듣고 학자 로뙨의 자부심과 교만은 철저히 무너졌다. 그는 미라래빠의 발 앞에 꿇어 엎드려 진리를 간구 했다. 그러나 그 당시로서는 미라래빠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가 없었다. 로뙨은 큰 신심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의 토론은 참으로 '진실한 논쟁' 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이기셨다는 
걸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는 수도원으로 돌아가 다로에게 말하였다. 
"미라래빠가 말씀하고 행하신 것은 모두 진실하다. 반면 우리 논리학자들은 성실성과 신심, 구도심이 부족하고 세속을 포기하는 순수한 정신과 마음가짐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의 학식이 얼마나 유용한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우리의 학문이 대자유을 성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혹시 장애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미라래빠가 행한 순수한 초능력을 마술로 매도하였던 것도 후회하고 있다." 
  다로는 이에 대꾸했다. 
"그대의 태도가 바뀐 것은 그대가 진리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그대가 지금 말한 건 마치 어린애들의 말장난과 같구나! 미라래빠는 거대한 악마에 사로잡혀 악마의 힘으로 마법과 타심통(他心通)을 행할 뿐이다. 그는 붓다의 가르침에 관해서는 한구절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미라래빠가 헐뜯는 비방은 전적으로 터무니 없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이렇게 말한 뒤 다로는 증오와 악의에 찬 채 죽었다. 증오와 질투로 인해 그는 사후(死後)에 무서운 악마가 되었다고 한다. 훗날 미라래빠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다로는 나에게 불길한 태도로 공격하였기 때문에 지금 윤회계(輪廻界)의 가장 낮은 층에 떨어졌다." 
  이렇게 미라래빠를 비방했던 학자들은 화를 자초하곤 하였다. 

  그 후 학자 로뙨은 미라래빠에게 자신을 의탁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열심히 명상한 후 마침내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들 가운데 다섯 학자 수도자들 중 가장 뛰어난 자가 되었다. 그에 관해서는 앞으로 다시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신통과 초능력으로 악의를 지녔던 학승들의 도전을 극복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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