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2 . 띠셰 설산에서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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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띠셰 설산에서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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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래빠와 몇 명의 제자들이 뿐렌을 떠나 설산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띠셰와 마팜의 지신(地神)들이 많은 시자들을 데리고 나타나 마중하였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엎드려 예배드린 뒤 갖가지 예물을 바쳤다. 그리고 미라래빠에게 전설과 설화에서 이미 알려진 훌륭한 명상 장소들을 일러주면서 수행자들을 수호하겠다고 서약한 뒤 자기들의 거처로 모두 돌아갔다.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마팜 호숫가에 이르렀다. 이때 나로뵌충이라는 뵌 사제(司祭)가 찾아왔다. 그는 진작에 미라래빠가 제자들을 데리고 띠셰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형제 자매들을 데리고 호숫가로 찾아왔던 것이다. 뵌 사제는 미라래빠 일행을 알지 못하는 척 짐짓 물었다. 
"당신네들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우리는 명상 수행하러 띠셰 설산으로 가는 중이오. 우리는 그곳에 있는 은신처에서 수도하려고 하오." 
뵌 사제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누구 십니까? 존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는 미라래빠라 하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마치 마팜 호수와 같군요! 마팜 호수는 그 명성이야 사방에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 와보면 그렇게 놀라운게 아닙니다. 어쩌면 호수가 수려해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호수와 주위의 산들은 이미 우리 뵌 신자(무당)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여기 머물고 싶다면 우리의 가르침을 따르고 뵌 신앙을 믿어야 합니다." 
미라래빠는 다시 응답했다. 
"이 산은 진리 수호자들의 처소가 되도록 부처님께서 이미 예언한 장소로 알려져왔소. 그리고 나에게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성소(聖所)요. 스승께서 이미 예언한 장소이기 때문이오. 그대 뵌 신자들이 지금까지 여기에 살아왔다니 참으로 잘한 일이오. 그대들이 앞으로도 여기 계속 머물기를 원한다면 우리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게 좋겠소." 
"당신은 이중 성격을 지녔군요!" 
뵌 사제는 대꾸했다. 
  "듣기로는 당신이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이다. 하지만 이제 가까이서 보니 작고 하찮은 사람에 불과하군요. 세인이 말하듯이 당신이 참으로 그렇게 놀라운 인물이라면 나와 겨루는 것도 개의치 않을 테니 누구의 신통력이 뛰어난지 한번 대결해봅시다. 이 시합에서 이긴 자는 합법적인 소유자로 여기에 남고, 진 자는 떠나도록 합시다." 
뵌 사제는 말을 마친 뒤 신통력으로 마팜 호수를 두 다리 사이에 넣고 걸터앉아 다음과 같이 노래불렀다. 
 
         띠셰 설산은 명성이 높을지라도 
         꼭대기는 눈 속에 깊이 파묻혔네. 
         마팜 호수 그토록 널리 알려졌건만 
         거센 바람에 수면이 흔들리네. 
 
         세상에는 미라래빠가 참으로 위대한 자라고 알려져 있건만 
         알고보니 벌거벗고 잠자는 늙은 망나니에 지나지 않네. 
         아름다운 노래 입으로 읊고 다니지만 
         손에 든건 등나무 지팡이 하나뿐, 
         찾아봐도 위대한 건 아무것도 없네. 
 
         우리 뵌 종교의 불변자는 주(主) 예신쭈퓌이니, 
         스와스띠까상이 그 상징이네. 
         입 크게 벌린 무서운 흡혈대신(吸血大神)! 
         머리는 아홉 개요, 팔은 열 여덟 개, 
         온갖 신통력 지닌 대왕이시네. 
         아아, 대신(大神)의 화신은 구두신(九頭神)이네. 
 
         대신의 누이는 
         온 세상 다스리는 모왕신(母王神)! 
         뵌 행자인 나는 모왕신의 제자이네. 
         자, 볼지니 놀라운 신통력의 시현을! 
 
여기에 응답하여 미라래빠는 즉시 호수 위에 앉았다. 미라래빠의 몸이 조금이라도 커진 것도 아니고 호수도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는 마치 방석 위에 좌정(坐定)한듯이 호수를 전부 깔고 앉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들을진저, 여기 모인 천상과 지상의 뭇 존재들이여! 
 
         영취산 정상에 
         팔무외(八無畏)의 법석 펴고 
         완전한 승리자 석가모니불은 좌정했네. 
 
         천상 옥민의 진리궁(宮)에  
         둘아닌 지혜의 본신(本身), 
         무한한 금강지불은 상주하네. 
         가엾은 어머니 모왕신은 닥메마요, 
         본생의 화신은 띨로빠요, 
         문지기 대학자는 나로빠요, 
         역경사 생불(生佛)은 마르빠시네. 
         이 사왕신(四王神)에게 나, 미라는 축복과 은총을 받았네. 
 
         축복받은 존재인 나, 미라빠는 
         스승 마르빠의 가르침 따라 
         일체 중생의 안녕을 위해 
         띠셰 설산에 명상하러 왔네. 
 
         그대, 사견에 빠진 뵌 신앙자여, 
         화답하는 내 노래를 들을진저. 
 
         명성이 높은 백설의 띠셰 산은 
         지순하고 흠 없는 붓다 가르침을 상징하네. 
         수많은 강물 흘러드는 마팜 푸른 호수는 
         절대의 진리 세계 상징하네. 
 
         이 늙은 미라래빠는 벌거벗고 잠자니 
         이원(二元)의 상대 세계 초월을 의미하네. 
         입술에서 나오는 작은 노래들은 
         사실은 내 가슴에서 흘러넘치는 샘물, 
         붓다의 경전을 말하는 노래들이네. 
 
         손에쥔 지팡이는 
         윤회 바다 건너는 상징 도구. 
         마음과 물질 통달한 미라는 
         신들의 도움 없이도 모든 기적 행하네. 
 
         조야(粗野)한 형태를 지닌 신들이 거하는 
         띠셰산은 온 세상 설산들의 제왕이네. 
         미라래빠 따르는 불자들의 땅이네. 
 
         본 사제와 이교도들이여, 
         그대들이 지금 곧 진리를 수행한다면 
         머지않아 만인에게 이익을 베풀 수 있으리,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날지니 
         보다시피 내 신통력이 그대들보다 뛰어나기때문. 
         자, 이제 자세히 볼지어다. 
 
이어 미라래빠는 또 다른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마팜 호수 전체를 들어서 손가락 끝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 안에 생존하는 생명체들은 조금도 다치지 않은 채였다. 이에 뵌 사제는 말했다. 
"첫번째 시합에서 보여준 당신의 신통력은 나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 먼저 왔으므로 여기서 물러설 수가 없소. 우리 중에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 한 번 더 겨뤄봅시다. 
미라래빠는 응답했다. 
"그대처럼 몸에 마취약을 발라 사람들을 현혹시켜 미혹적인 환영을 보게 하는 마술사와은 다투고 싶지 않소, 붓다의 가르침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그대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겠소." 
뵌 사제는 대꾸했다. 
"나는 스와스띠까 뵌을 버릴 수 없소. 만일 당신이 승부에 이긴다면 양보하고 떠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코 여기서 떠나지 않겠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당신은 결코 나를 죽이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오. 그건 사실이겠지요? 자, 그럼 이제, 초자연적인 능력을 겨뤄봅시다." 
뵌 사제는 띠셰 설산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한편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띠셰 산의 북동쪽 골짜기 큰 암반 위에서 서로 만나자 뵌 신봉자가 미라래빠에게 말했다. 
"당신네들이 이 성소를 돌고 예배드리는 것은 합당한 일이지만 앞으로는 뵌 예법으로 돌도록 하십시오." 
그러면서 미라래빠의 손을 거머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스승은 이에 대꾸했다. 
  "나는 그대들의 잘못된 예법을 따르고 싶지 않소. 불교의 전통을 바꾸고 싶지 않으니 그대들도 나처럼 불교 예법으로 돌도록 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미라래빠는 뵌 사제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고 한는 동안 바위 위에는 미라래빠와 뵌 사제의 발자국이 무수히 생겼다. 그러나 결국 뵌 사제가 미라래빠 쪽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들이 띠셰 산의 북쪽에 왔을 때 뵌 사제는 입을 떼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뵌 예법을 따라야 하니 반대로 한 바퀴 돕시다." 
"그것은 그대의 능력에 달려 있을 뿐이오." 
미라래빠의 말을 듣고 뵌 사제는 다시 대꾸했다. 
"당신의 힘이 나보다 센 듯하지만 다시 한번 능력을 겨뤄봅시다!" 
말을 마치자 그는 언덕 앞에있던 야크만한 바위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때 미라래빠는 그에게 다가가서 바위와 사제를 한꺼번에 번쩍 들어올렸다. 뵌 사제는 미라래빠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번에도 당신이 이긴 것 같지만 한두 번 대결로 승부를 가릴 순 없소. 우리 끝까지 겨뤄봅시다!"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별빛을 해와 다?l 광명에 어찌 비할 수 있겠소? 사대륙(四大陸)을 덮고 있는 어둠은 해와 달의 광명에 의해서만 제거될 수 있는 것이오. 그대가 나와 경쟁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건 별빛이 해와 달의 광명을 겨루는 것과 같소. 
이제 띠셰 산은 우리가 은둔하는 장소가 되었소. 하지만 내가 기적을 보인 것은 그대들를 기쁘게 하기 위함이오. 이제 불타의 가르침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만인이 알게 되었소." 
그후 미라래빠는 '성곡(城谷)'의 서쪽 비탈진 곳에 있는 '영화 동굴'에 가서 좌정하였다. 한편 뵌 사제는 동쪽 비탈진 곳의 동굴에 가서 앉았다. 미라래빠는 골짜기의 서쪽 비탈진 곳에서 두 다리를 쭉 뻗었다. 다리는 골짜기를 가로질러 뵌 사제가 앉아 있는 동굴 바로 앞에 까지 닿았다.  
그러자 미라래빠가 외쳤다. 
"사제여, 그대도 나처럼 다리를 뻗어보시오!" 
뵌 사제도 다리를 뻗었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골짜기의 시냇물까지도 이르지 못했다. 하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비인간의 무리들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었다. 
  사제는 수치스럽고 당혹스러웠지만 다시 소리쳤다. 
"시합을 계속합시다!" 
그는 다시 뵌의 예법으로 산을 돌았다. 미라래빠는 불교의 법식으로 또다시 돌았다. 이번에는 띠셰 산의 남쪽에서 마주쳤다. 때마침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라래빠는 외쳤다. 
"피신처를 급히 만들어야겠소! 당장 집을 하나 지어야겠으니 그대는 바닥의 기초석을 놓겠소, 아니면 지붕을 덮겠소?" 
뵌 사제는 대답했다. 
"나는 지붕을 덮겠소. 당신은 기초석을 놓도록 하십시오." 
미라래빠는 이에 세 사람 높이의 큰 바윗돌을 가리키면서 '저쪽으로 옮겨져라!'라고 명령하였다.바위는 곧 옮겨졌다. 미라래빠는 그것을 기초석으로 깔았다. 이때 뵌 사제는 여덟 살짜리 어린애 키 높이의 바윗돌을 한개 쪼개어냈다. 미라래빠가 이를 보고 항마(降魔)무드라를 짓자 뵌 사제의 바위는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미라래빠는 사제에게 지시했다. 
"자,이제 지붕 덮개 석판(石板)을 가져오시오." 
"당신이 이미 깨뜨리지 않았소?" 
뵌 사제는 소리쳤다. 
"허어, 우리는 시합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었소. 자, 이번에는 다른 바윗돌을 준비하시오. 깨트리지 않을 테니......" 
뵌 사제는 다른 바위돌을 쪼개어 들어올리려 했다. 미라래빠는 그 즉시'압박 무드라(누르는 손짓)'를 취했다. 뵌 사제는 매우 당황했다. 바윗돌을 들어올리려 하니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었다.그는 옮기는 일을 중단하고 변명했다. 
"나는 이미 석판을 준비했으니 운반은 당신이 할 일이오."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내 임무는 기초석을 놓은 일이고, 그대의 임무는 지붕의 너와[石板]를 덮는일이오. 이제 돌을 들어 이쪽으로 옮기시오." 
뵌 사제는 다시 시도했다. 그는 온 힘을 다 쏟으며 갖은 애를 썼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전력을 다했지만 바윗돌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래빠는 이에 말하였다. 
  "나는 일반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성취까지 이룩한 수행자라오. 그러므로 나의 신통력은 그대와 다른 것이오. 그대가 비록 일반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할지라도 나와는 견줄 수 없소. 내가 만약 항마무드라를 취한다면 그대는 바위돌조차 쪼갤 수 없을 것이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구경하는 존재들[天神]을 즐겁게 하려는 것 이였소.자, 나의 능력을 보시오." 
미라래빠는 한 손으로 큰바위를 덥썩 들어올려 자신의 어깨 위에 놓았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이 바위에 찍혔다. 서 있는 바위 위에도 역시 발자국이 찍혔다.미라래빠가 바위덩이를 다시 들어 머리 위에 올리자 손가락과 머리 자국이 또 다시 바위에 생겼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뵌 사제는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훗날 이 동굴은 '기적의 동굴'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나로뵌충과 다른 많은 시합을 하였다. 그의 능력은 나로뵌충보다 훨씬 뛰어났으며 실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마침내 나로뵌 충은 미라래빠에게 말했다. 
"당시은 나를 마법사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당신이야 말로 마법사이십니다.나는 당신의 기적 능력을 도무지 확신 할 수 없소. 그러니 이달 보름에 다시 겨루도록 합시다. 누가 띠셰 산 정상에 먼저 도착하는지를, 그때 승리한 자가 이 산의 주인이 되도록 합시다. 궁극적인 성취를 이룬 자가 누구인지 이것으로 판가름냅시다." 
"그렇게 하도록 하오.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하겠지만 그대는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오. 왜냐하면 보잘것없는 신비 체험을 가지고 궁극적인 성취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오. 궁극적인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의 본성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오. 만약 깨닫고자 한다면 수행 법통(修行法統)의 가르침을 따라 명상해야 하리다." 
뵌 사제는 응수했다. 
"당신의 마음과 나의 마음에 무슨 차이가 있겠소? 당신의 마음은 선하고 나의  마음은 악하단 말인가요? 뵌 종교와 불교 사이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당신의 수행과 나의 수행은 엇비슷하지만, 당신의 미혹적인 마술이 나보다 뛰어난 것뿐이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당신이 이긴 것처럼 보였소. 아무튼 때셰 정상의 경쟁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오!"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좋소. 그럼 그것으로 모든 걸 결정하도록 하는 거요." 
그후 나로뵌충은 온 정성을 다하여 자기가 믿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드렸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태평스럽게 지낼 뿐이었다. 이리하여 보름이 되었다. 그날 첫새벽, 나로뵌충은 초록색 외투를 걸치고 뵌 악기를 연주하며 북[鼓]위에 앉아서 하늘을 가로질러 때셰 봉우리를 향해 신통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미라래빠의 제자들은 모두 이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아직도 깊은 잠에 떨어져 있었다. 이에 래충빠는 당황하여 외쳤다. 
"스승님, 어서 일어나서 저기를 좀 보세요! 나로뵌충이 북을 타고 띠셰 정상으로 날아갑니다. 이미 산 중턱에 다다랐습니다!" 
미라래빠는 여전히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조용히 입을 떼었다. 
"우리 뵌 친구가 거기 벌써 도착했느냐?" 
제자들은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미라래빠에게 즉시 행동하시도록 안달복달했다.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그럼, 어디 한번 보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뵌 사제를 향해 무드라를 지었다.제자들이 뵌 사제를 다시 보니, 그는 산 둘레를 빙빙 돌고만 있었다. 위로 날아 오르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었지만 허사였다. 
동이 트고 태양이 솟아오를 때, 미라래빠는 외투를 날개처럼 걸치고 손가락을 '딱!' 튕기며 띠셰 봉우리를 향해 날았다. 순간 그는 띠셰 산 정상에 이르렀다. 아침 햇살이 산 봉우리에 비칠 때였다. 미라래빠는 거기서 구전 법통(까귀빠)의 스승들과 수호신들을 보았다. 뎀촉불(佛)과 시자(侍者)들도 모두 화현하여 환대하였다. 미라래빠는 기쁨을 느꼈다. 
한편 나로뵌충은 정상의 바로 아래까지 이르렀다. 그는 자비심에 찬 미라래빠가 산꼭대기에 앉아 있는 걸 보고 낙담하였다. 바로 그 순간 나로뵌충은 아래로 떨어졌고 그가 타고 있던 북은 띠셰 산 남쪽 능선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토록 드높았던 자존심이 철저히 꺾인 나로뵌충은 미라래빠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선생님의 능력이 진실로 저보다 뛰어납니다! 이제부터는 선생님이 띠셰 산의 주인이십니다. 저는 떠나겠지만 띠셰 설산이 보이는 곳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미라래빠는 응답하였다. 
"그대가 비록 세속의 신들로 부터 축복받고 일반적인 성취를 달성했을지라도 어찌 나와 비할 수 있겠는가? 나는 본생 지혜(本生智慧)를 완전히 깨달아 최상의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띠셰 설산 정상은 지혜의 붓다 코로돔빠가 살고 있는 금강(金綱)정원이다. 그대는 거기 이를 만한 공덕을 쌓지 못했다. 여기에 모인 불자(비인간 포함)들을 위해 나는 신성(神性)을 발휘하도록 허락받았다. 또한 나는 그대의 자만심을 꺾기 위해 그대를 산에서 떨어지게 하고, 북을 잃게 하였다. 앞으로는 그대가 띠셰 산의 기슭에 이르는 것조차 나의 능력에 의존해야 하리라. 내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들려주겠다." 
 
         자애로운 스승 마르빠께 엎드려 절합니다. 
 
         임의 축복과 제불(諸佛)의 자비로 나는 들었네. 
         주(主) 석가모니불은 진리의 바른 가르침[正法]으로 
         육파 외도(六派外道)를 물리치셨으니 
         하여 붓다의 진리, 세상에 널리 전파되었네. 
 
         흰 눈 덮인 띠셰 정상에서  
         티벳의 수행자 미라는 
         진리로 뵌 신앙을 물리치니 
         붓다의 수행 법통으로 온 티벳을 밝게 비춰주었네. 
 
         나의 신통력은 이러하니 
         법계(法系)의 위대한 은총과 축복이 그 힘의 원천이네. 
 
         본초불 지금강불은 하나의 힘이요,  
         모든 교의의 스승(띨로빠)은 또 하나의 힘이요, 
         역경사 마르빠는 또 다른 힘이네. 
 
         무한한 지혜의 초월심(超越心)은 하나의 힘이요, 
         지순한 본체는 또 하나의 힘이요, 
         분별 떠난 명상 수행 또한 그러하며 
         대광명(大光明)또한 또 다른 힘이네. 
 
         어떤 일 일어나든 
         어느것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볼지니 
         그자체가 위대한 힘을 만들어내네. 
 
         흘러가는 모든 것, 충만한 모든 것, 돌아가 안기는 모든 것, 
         존재의 본질을 직시함은 
         한결같이 다함없는 힘을 주네. 
 
         모든 형상에서 자유로움은 하나의 힘이요, 
         스승의 가르침을  실행함은 또 하나의 힘이요, 
         죄업과 범행(犯行)없이 존재함도 또 다른 힘이네. 
         
         행하는 모든 것을 명상하는 마음으로 하면 그것이 곧 힘이요, 
         나타난 모든 현상을 친구 삼으면 위대한 힘이 솟아나나니 
         불굴의 끈기와 결심이 있으면 힘이 샘솟네. 
 
         이것이 나의 힘, 미라래빠의 힘이니 
         이로써 이단을 물리치네. 
         나는 이제부터 띠셰 설산의 주인 되어 불법을 전하리라. 
         지혜의 여신들에게 감사와 기도를......! 
 
노래를 듣고 뵌 사제는 청하였다. 
"저는 이제 선생님의 기적적인 힘과 능력을 완전히 믿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수승하고 놀라운 힘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간구하오니, 띠셰 설산이 보이는 장소에 제가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미라래빠는 나로뵌충에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저 건너 산에서 살도록 하라." 
미라래빠는 곧 눈을 한 웅큼 쥐어 동쪽 산의 정상으로 집어 던졌다.  
그 이후로 눈 한 더미가 항상 그 산 꼭대기에 남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다시 신통력으로 뵌 사제와 자신을 띠셰 산의 능선으로 옮겨놓았다.  
이때 뵌 사제가 말했다. 
"앞으로도 저는 띠셰 산을 돌며 예배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예배드리며 머물장소가 필요합니다." 
미라래빠는 이에 대답했다. 
"그대는 띠셰 맞은편에 있는 저 산에 머물면 된다." 
그후 뵌 신앙자들은 그곳에 있는 동굴에 탑을 세우고, 띠셰 산을 순례할 동안 그들의 거처로 사용했다. 
이리하여 미라래빠의 후예들은 띠셰 설산의 세 호수 주변을 그들의 수도처로 삼게 되었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띠셰 설산에서 뵌 사제 나로뵌충을 물리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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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래빠 십만송 [3부] 56. 의사 엥게에게 주는 충고 file 558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5. 다끼니의 예언을 성취하다 907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4. 죽은 자를 구원하다. 1034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3. 담빠쌍게를 만나다 file 671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2. 위 지역으로 떠나는 래충빠 782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1. 래충빠에게 주는 충고 611
밀라래빠 십만송 [3부] 50. 술의 노래 955
밀라래빠 십만송 [3부] 49. 죽어가는 양의 교훈 668
밀라래빠 십만송 [3부] 48. 센도르모와 레쎄붐 657
밀라래빠 십만송 [3부] 47 . 입문식에서 기적을 보이다 file 617
밀라래빠 십만송 [3부] 46. 뵌뽀 산에서 진리를 설하다. file 686
밀라래빠 십만송 [3부] 45. 짧은 이야기 아홉 편 646
밀라래빠 십만송 [3부] 00. 전해지는 이야기들 527
밀라래빠 십만송 [2부] 44 . 회의주의자의 귀의 file 60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43 . 뙨곰래빠에게 들려주는 행복의 노래 638
밀라래빠 십만송 [2부] 42 . 논리학자 로뙨 이야기 file 629
밀라래빠 십만송 [2부] 41 . 법의 상속자 감뽀빠 이야기 1138
밀라래빠 십만송 [2부] 40 .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는 노래 file 946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9. 래충빠의 참회 file 1146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8. 야크 뿔 이야기 file 883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7. 싸레외래마를 만나다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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