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7.  은빛 시냇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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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은빛 시냇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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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상 수행자 미라래빠는 여름 한 철을 북부 스리리에서 명상으로 보낸 뒤, 가을이 되어 추수가 시작되자 탁발을 하려고 마을로 내려갔다. 하지만 도중에 깜빡 잠이 든 미라래빠는, 꿈속에서 빛나는 눈썹에 금발의 푸른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스무 살 가량의 젊은이를 데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미라래빠님, 미라래빠님은 당신의 마음의 연꽃으로 만들어진 여덟개 의 꽃잎을 갖게 될 것이에요. 이 젊은이도 그들 중 하나예요. 축복해주시고 가르쳐 주세요."  
소녀는 곧 사라졌다.  
  
미라래빠는 잠에서 깨어나 이 꿈이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소녀는 다끼니 여신임에는 틀림없고, 여덟 개의 꽃잎은 자질이 뛰어나고 심장처럼 소중한 여덟명의 수제자들을 예지하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업장(業障)이 거의 녹은 제자를 만나게 되리라. 그를 만나면 내 힘껏 그를 도와주리라.'  
  
미라래빠는 이렇게 생각하며 봉(Boon)으로 향하는 길을 올라가다 마침내 은빛 반짝이며 흐르는 시내에 이르렀다. 시냇가에서 잠시 낮잠이 들었을 때 검은 말을 탄 젊은이가 와서 그에게 물었다.  
"아니 수행자님, 왜 여기서 주무세요?"  
미라래빠는 눈을 뜨며 다음과 같이 받아 넘겼다.  
"친애하는 젊은이여, 어디로 가는 중인가?"  
"이 냇물을 건너 딩리로 가는 중이지요."  
"나는 이미 늙어 시냇물을 걸어서 건너기는 너무 힘들다네. 그대가 나를 태워주지 않겠는가?"  
"저는 저 건너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그리 고 두 사람이 타면 이 말이 견뎌내겠어요?"  
대답을 마친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히 말을 몰았다.  
  
미라래빠는 깊은 집중으로 스승과 합일(合一)의 삼매에 들었다. 호흡을 멈춘 채 가볍게 물 위에 떠서 미끄러지듯 시내를 가로질러 맞은편 강둑으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니 청년과 말은 시냇물 한가운데서 첨벙대고 있었다.  
청년은 미라래빠가 강물에 빠지지 않고 그이 곁을 가볍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도 청년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내가 환각에 빠진 걸까? 아니면 저 수행자는 원래부터 물위를 걸어다니는 사람일까?'  
맞은편 강둑에 도착한 청년은 미라래빠에게 다가가서 그이 발을 세심히 살폈다.그러나 발바닥에는 물에 젖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에 깊은 신심이 가슴속에 일어난 젊은이가 외쳤다.  
"오오, 선생님! 선생님이 깨달음을 성취한 분임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말에 태워드리지 않은 것이 너무나 후회됩니다. 저의 잘못을 용서해주소서!"  
그는 미라래빠에게 고개 숙이며 사죄하였다. 그리고 믿음과 성심으로 여쭈었다.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으며 어떤 종파에 속하는지요? 선생님의 스승은 누구시며, 사원은 어디에 있는지요? 그리고 어떤 수행을 하시는 지요? 오늘 아침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며, 오늘 밤에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신가요?"  
스승은 노래로 응답하였다.  
  
 
         오, 젊은 친구야  
         내 노래를 들으렴.  
 
         내가 누구냐고?  
         나는 궁탕의 명상자 미라래빠.  
         위와 짱 지역 두루 다니며  
         행법(行法)과 교의를 배웠네.  
 
         자애로운 스승 고미로부터  
         룽뙨라가 스승에 이르기까지  
         열 분의 스승들로부터  
         다섯 딴뜨라와  
         진리의 지견을 배웠네.  
 
         스승 라제누충에게서는  
         흑성(黑星)과 적성(赤星)의 마법을 배웠네.  
         그는 마법에 통달한 스승이지만 
         나의 미혹을 제거하지 못했네.  
 
         그때 나는 들었네.  
         남강(南江) 굽이진 골짜기에  
         영묘한 스승이 계신다는 소문을.  
         그분은 나로빠와 이뜨리빠의 축복받아  
         큰 마음의 본질 깨우치신 분이었으니,  
         자신의 몸 다스리는 법 익힌 후  
         남강 기슭에 살고 계셨다네.  
         그 이름 널리 알려진 그분은 바로  
         아버지 마르빠 역경사이시네.  
 
         임의 이름만 듣고도  
         온몸이 떨리고 머리칼 곤두섰네.  
         험난한 여행길 마다 않고 나는 임을 찾아갔네.  
         얼굴 한번 뵌 것만으로도 내 마음 바뀌었으니  
         임은 내 생애의 유일한 스승.  
 
         임에게 드릴 돈과 재산 없어  
         몸 닳도록 봉사하며  
         헤바즈라 딴뜨라의 깊은 가르침과  
         나로빠의 심오한 도를 배웠네.  
         또한, 맹세하며, 축복받은 뎀촉불의  
         사대 입문(四大入門) 받았네.  
 
         하여 마하무드라[大法印]의 본질을 깨달아  
         마음의 참모습을 알았네.  
         온갖 언어 유희 초월하여  
         궁극적인 본질을 체득했네.  
 
         구전되어온 네 개의 강물 같은 가르침으로  
         심오한 아홉 가지 행법을 행했네.  
         생명 에너지와 에너지 통로,  
         빈두 행법을 통달하여  
         마음과 생명 에너지를 완전히 다스렸네.  
 
         하여 공중에도 머물 수 있는  
         수행자가 되었나니  
         지(地). 수(水). 화(火). 풍(風) 다스려  
         강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그대의 질문에 답하자면,  
        사원은 스리리에 있고  
        오늘 아침 나는 상부(上部)꼬탕에서 왔으나  
        저녁에는 어디로 갈지 모르네.  
        나에겐 오직 수행자의 길이 있을 뿐.  
 
        내 노래, 잘 들었는가?  
        그대, 쾌락만 구하는 행복한 젊은이여!  
  
 
노래를 들은 뒤 젊은이의 가슴속에서는 스승을 향한 불변의 신심이 일어났다. 그는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난 뒤, 검은 말의 고삐를 미라래빠에게 드리면서 노래하였다.  
  
 
         선생님은 알려지지 않은 성자, 모든것을 초월하신 분!  
         만나기 어려운 붓다이시고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대로 화신불의 설법입니다.  
 
         선생님의 이름은 예전에 뵈온 듯하나  
         그 또한 확신이 서지 않네요.  
 
         저의 태도가 불손했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제 질문이 적절치 못하고 성급했더라도  
         부디 용서하세요.  
         선생님을 몰라 뵙고 그런 것이니까요.  
         저의 이 흑마, 바람같이 빠르답니다.  
         목에서 멋진 방울 울리고  
         좋은 혈통에 어울리는 포근한 안장천, 잔등 위에 놓여 있고  
         그 위에는 튼튼한 목조 안장 얹어져 있지요.  
 
         배대끈은 묀 산의 강철로 만들어졌고  
         엉덩이 껑거리띠는 매듭이 훌륭해요.  
         갈기는 호랑이 미소 같고  
         머리털 장식물은 별빛처럼 빛나지요.  
 
         손으로 치고 고삐 흔들면  
         흑마는 순종하여 달립니다.  
         '뛰라!' 외치면 쏜살같이 달리고  
         눈앞에 깃발 보면 누구보다 앞서 나가지요.  
         훌륭한 말은 세상 사람들의 자랑거리.  
         선생님, 준마를 예물로 바치오니  
         제발 저를 지옥 세계에 떨어지지 말게 하소서!  
  
 
젊은이는 노래를 마친 뒤 미라래빠에게 자기의 말을 바쳤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받지 않으면서 자신에게는 이보다 훨씬 더 멋진 말이 있다며 이렇게 노래하였다.  
  
 
         사랑하는 보시자야, 들으라!  
         나에게는 생명 에너지- 마음으로 가득 찬 준마 있으니,  
         명상의 비단천은 목도리 장식이요,  
         명상 후의 상태는 부드러운 살갗이요,  
         빛나는 자각은 안장이요,  
         삼종 염상화(念傷化)는 박차(拍車)요,  
         엉덩이 껑거리띠는 이종문(二種門)이네.  
         생명 에너지는 머리 장식이요,  
         삼시(三時)는 앞머리 뽀족한 곱슬이네.  
         신체 운동[調身]은 고삐요,  
 
         평정심으로 장식하고  
         부단한 영감의 굴레를 씌웠네.  
         이는 중앙 통로 힘차게 달리는  
         수행자의 준마이네.  
 
         이 말을 탄 자는  
         윤회계의 진흙탕물 벗어나  
         깨달음의 안식처에 이르네.  
 
         그대 보시자야, 흑마는 나에게 소용없네.  
         젊은이야, 그대의 길을 가라 쾌락을 찾아가라.  
  
  
청년은 생각했다 '이 검은 말은 소용 없을지라도 맨발이신 수행자에게 신발은 필요하실지 몰라.'  
그는 자기의 신발을 미라래빠에게 바치기로 결심하고 이렇게 노래 하였다.  
  
 
         존경하는 수행자님이시여,  
         금강 보옥처럼 흠 없는 성자님은  
         마음속에 집착 없어 이리저리 방랑하며  
         때로는 맹견을 만나고  
         때로는 가시덤불 협로를 지나시니  
         맨발은 언제나 상처투성이,  
         신발 없이 걸으면 고통스럽지요.  
          
         이 청색 가죽신은 충직한 하인.  
         놋쇠 뒷굽 튼튼하고  
         비단 장식 화려하며 값진 신발이지요.  
         장인(匠人)솜씨 훌륭하여  
         사슴. 야크. 악어 가죽으로 만들어  
         젊은이의 자랑거리, 저의 상징 되었지요.  
         선생님께 드리오니  
         받으시고 축복하소서!  
  
 
그러나 스승은 그 예물을 받지 않았다. 그에게는 더욱 훌륭한 가죽신이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노래 불렀다.  
  
 
         들으렴, 그대 신실한 청년아,  
         어둠과 맹목의 이 땅은  
         윤회하는 세 왕국[三界]의 일부.  
 
         욕망의 진창엔 잡초가 무성하고  
         질투의 늪에는 가시가 가득하고  
         분노의 사나운 개는 사악하고  
         자만의 언덕은 가파르고 위험하네.  
 
         그러나 나는 태어남과 머무름과 달라짐과 사라짐의  
         네 강물 건너  
         정토의 언덕에 이르렀네.  
         윤회 떠난 생가죽과  
         덧없음을 깨우친 무두질한 가죽으로  
         훌륭한 가죽신을 만들었네.  
         만상(萬相)에 집착 않는 무집착의 채색으로,  
         진리 수행의 실과 끈으로,  
         인과법을 믿는 신심의 장인 정신으로  
         가죽신을 만들었네.  
         세 가지 업[身.口.意]을 다스리는 가르침으로  
         잡아매는 고리를 만들었네.  
         이것이 나의 신발, 수행자의 신발이네.  
         그대 세속의 가죽신에 관심 없나니  
         사랑하는 보시자야,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렴!  
  
 
청년은 다시 말씀드렸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가죽신은 그만 두더라도 웃옷은 받아주세요. 이 화려한 녹색 상의는 입고 주무시기에도 편하고, 추위도 막아줍니다. 선생님은 그저 몸만 겨우 가려주는 얇은 옷을 입고 계시군요. 자, 이 옷을 받아주세요."  
젊은이는 다시 노래로 청하였다.  
  
 
         고귀한 성취자이시여,  
         '나'라는 것에 집착 않고  
         마음에 경계선 두지 않고 떠도시는 분,  
         때로는 험한 정상에 오르고  
         때로는 장터 거리에서도 주무시는 분,  
         얇은 옷 한 장으론 얼어죽기 예사인데  
         이 옷을 받으심 어떨지요.  
 
         이 화려한 상의은 재단사의 자랑거리,  
         옷감은 화사한 만다리 천이지요.  
         앞자락은 밝은 비단천이요,  
         안감은 보드라운 고급천이요,  
         옷섶은 담비털로 장식하고  
         옷깃은 수달피로 둘렀지요.  
         어깨받이 자수는 아름답지요.  
         입으면 가뿐하고 보기에는 장렬한  
         귀족의 옷이지요.  
         때문에 살을 에는 폭풍도 두렵지 않지요.  
 
         제발 이 옷을 받아주세요. 존경하는 아버지시여.  
         축복을 주시고, 은총을 베푸소서!  
  
 
미라래빠는 상의를 받지 않았다.  
"내가 입은  상의는 그것 보다 훨씬 훌륭하다."        
미라래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들으렴, 그대 말솜씨 좋은 젊은이여!  
         윤회 세계 육도(六道)의 도시 위로  
         성난 까르마의 바람은 매섭게 몰아치네.  
         감각의 노예 되어 자유를 잃은 이들은  
         삶과 죽음을 방황하며 바로도를 헤매네.  
 
         때로 그들은 생사를 오가며  
         꿈결 같은 상태에서 높은 산의 정상에도 오르고,  
         때로는 윤회계의 바르도 거리에서 잠들기도 하네.  
 
         꿈에서 깨어난 실재의 세계 열망하노니  
         나, 미라는 흠없는 훈련의 지수로  
         지순한 일심(一心)의 천에 수를 놓았네.  
 
         주의 깊은 마음은  
         내 옷을 세 가지 요가의 모양으로 자르는 재단사,  
         내 외투의 안감은  
         세 가지 핵심 사항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기술.  
         바르도에 빛나는 정광명(淨光明)은  
         어깨받이 장식한 화려한 천이요,  
         화신불. 보신불은 바르도 해탈의 값진 옷이네.  
         이것이 내 옷이라,수행자의 옷이라.  
         그대의 옷을 나는 바라지 않노라.  
         젊은 보시자여, 돌아가 즐기기나 하렴.  
  
 
젊은이는 다시 말씀드렸다.  
"존경하는 수행자시여, 상의는 받지 않으시더라도 이 외투는 받아 주세요. 추위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다시 노래로 청했다.  
  
 
         존귀한 스승, 위대한 임이시여,  
         여름날,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뻐꾸기 노랫소리 들릴 땐  
         벌거벗고 살아도 춥지 않아요.  
         하지만 겨울밤, 싸늘한 달빛이 조요(照耀)하고  
         눈보라 휘몰아칠 땐  
         무명옷은 비단보다 얇은 듯  
         뼈를 에는 한기가 독화살 같지요.  
     
         아버지 스승이시여,  
         혹한의 시련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여기, 초록색 화려한 모피 외투 있어요.  
         가장자린 밤색 털로 에워싸고  
         오색 비단으로 장식했지요.  
         값비싼 외투를 임에게 드리오니  
         부디 이걸 받으시고 저에게 축복을 베푸소서.  
  
 
하지만 미라래빠는 외투를 받지 않았다. 그에게는 더욱 훌륭한 외투가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젊은 보시자야, 귀담아 들으렴!  
         지난날 나는 무명(無明)을 길잡이 삼아  
         위험한 길을 떠돌았나니,  
         격정의 질풍에 부대끼며  
         때론 덥고 때론 추워하다가  
         되갚음의 까르마 소낙비를 만났네.  
         시련에 지치고 지친 나는  
         마침내 대자유의 도시를 열망했네.  
 
         여행길의 외투는 내부 생명열(뚬모),  
         네 가지 차크라의 옷깃이 달렸네.  
         재봉사는 생명 에너지--- 마음.  
         빈두를 따뜻이 흐르게 하네.  
         바늘은 축복의 공(空)체험, 외투를 꿰매네.  
         이는 수행자의 외투, 여름 겨울 한결같네.  
   
         그대의 모피 외투, 훌륭할지라도  
         수행자의 뚬모 외투(무명베옷), 한결 가볍고 편안하네.  
         친애하는 보시자야,  
         외투는 나에게 소용 없나니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렴!  
  
 
젊은이는 대답했다.  
"외투가 소용 없다면 그 대신 저의 모자를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명상 수행을 하셔서 몸이 약하실 테니, 이걸 돈으로 바꾸어 보양할 고기를 사서 드시도록 하세요."  
이어 그는 노래를 볼렀다.  
  
 
         존귀한 스승, 위대한 임이시여,  
         윤회계에 지치고 지쳐  
         생사의 바퀴 벗어나는 길 선택하셨군요.  
         마침내 심산에서 명상 수도 하셨군요.  
 
         하지만 선생님도 때로는 추위를 느끼시겠지요.  
         장엄한 이 모자는 인도의 경이(驚異),  
         모자의 틀은 값진 금속으로 만들어져  
         장인의 솜씨를 자랑하지요.  
         덮게는 악어 가죽.  
         독수리 깃으로 장식되었지요.  
         값비싼 이 모자, 몸집 큰 야그 소 한 마리 값이지요.  
         화신불(化身佛)이신 선생님께 이 모자 드리렵니다.  
         건강과 보양을 위해 이 모자 팔아서  
         살코기를 사서 드시지요.  
         여름이나 겨울이나  
         저는 선생님을 따르며 봉사하겠어요.  
  
 
그러나 미라래빠는 모자를 받지 않고 이렇게 노래하였다.  
  
 
         사랑하는 젊은이여, 
         그대는 머리를 잃지 말기를......!  
         나는 위대한 나로빠 스승을 따르니  
         그분은 우주의 인과법칙 통달하신 분.  
         그분은 또한 깊은 행법의 스승이시니  
         나는 내 안의 바람요소도 두렵지 않고  
         매들이나 먹는 살코기에도 의존치 않네.  
         살을 에는 혹한을 되레 기뻐하고 즐거워하네.  
 
         내 머리 위의 왕관은  
         해와 달같이 장엄한 광명으로 빛나네.  
         역경사 마르빠 스승은 그 위에  
         인골(人骨)의 장신구로 앉아 계시네.  
         스승은 여의보조(如意寶珠)화신불,  
         존경의 마음으로 그분을 바라보면,  
         그분이야말로 지금강불임을 알 수 있으리.  
         그분은 그대를 아들처럼 영원히 보호해주시리.  
         이것은 나의 보기 드문 모자요, 비밀의 장식품.  
 
         내 머리 위의 지고한 스승은 아름다우니  
         사랑하는 젊은이야, 나는 그대의 모자 원치 않아.  
         어서 말을 타고 흔쾌히 떠나렴!  
  
 
청년은 이에 생각했다.  
'존경하는 스승은 내가 드린 걸 아무것도 받으시지 않는구나. 나의 예물이 너무 적다고 여기시는 건 아닐가?'  
이리하여 그는 매우 값진 보석 목걸이를 풀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노래 하였다.  
  
 
         소중한 스승, 위대한 임이시여,  
         마음에 집착 없이 정진에만 힘 쏟으시니  
         물질적인 모든 것이 당신에겐 망상일 뿐!  
         선한 것이나 복된 것에 대한 바람조차 없으시니  
         당신을 향한 깊은 신심, 내 안에 일어납니다.  
         물려받은 아버지의 재산 아끼면  
         '구두쇠 유령'이라 멸시 받지요.  
         때문에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이 보옥을 물리치지 마소서.  
         육각 투명한 백옥(白玉)은  
         섬광처럼 번뜩입니다.  
         부드러운 사슴피(皮) 빨간 양귀비 보옥함에 담겨 있어  
         한층 우아하지요.  
 
         이 백옥 가지면 구차스런 가난은 이제 먼 이야기,  
         목의 장식품으로 이걸 바치오니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주소서.  
 
청년은 스승에게 보옥을 바쳤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받지 않고 말하였다. "나에게는 그보다 훨씬 값비싼 보석이 있단다. 자, 들어보렴."  
 
          
         들으렴, 부유한 아버지를 둔 보시자야,  
         나, 요기는 온갖 지방을 두루두루 떠돌며  
         거리에서, 문전에서 음식을 구걸하네.  
         하지만 난 좋은 음식 탐내지 않고,  
         그 무엇도 소유하길 바라지 않네.  
 
         인간의 욕망은 끝간 데를 모르니  
         쌓아 놓은 금전이 키 높이가 되어도  
         결코 만족을 모르네.  
         나는 그대의 재산과 부, 부럽지 않네.  
         스스로 만족함이 내가 가진 최고의 보물이요,  
         은밀하게 전해 받은 가르침이 나의 재산이요,  
         진리에의 열정이 나의 장식품이네.  
         일상 생활 속에서도 항상 깨어 있음으로 나를 단장하나니  
         하루 네 차례 명상이 나에게는 즐거운 선물.  
         크고 작은 마음의 자각을 난 뜨겁게 사랑하노니  
         그대의 목걸이 보석, 나에게는 필요없네.  
         사랑하는 젊은이여, 흔쾌히 그대의 길을 가렴.  
  
 
젊은이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죄업이 너무 크기 때문에 스승께서 자애를 베푸시지 않는 게 아닐까? 어떻게 하든 무얼 바쳐야 할 텐데......'  
그는 미라래빠에게 다시 말씀드렸다.  
"선생님같이 지고하신 분이라면 사람을 현혹시키는 이런 소유물을 원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저는 이제 세 벗을 선생님께 바치도록 하겠어요. 앞으로는 무기를 갖고 다니지 않을 것이고, 생명체를 죽이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가르침에 입문시켜 주시고 은총을 베푸소서!"  
청년은 몸에 지니고 있던 무기 주머니를 끌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노래하였다.  
  
 
         오, 지고하시고 자비로우신 스승이시여,  
         원수를 보면 여태까지 저는  
         가만 있지 않았어요  
         오른손은 화살통을 끄르고  
         왼손을 활을 잡았지요.  
 
         허리에 찬 날카로운 검은  
         적을 질리게 만들었지요.  
         이 세 가지 벗을 항상 지니고 다녀  
         난 무자비한 산적 같았지요.  
         적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면  
         그들은 몸을 떨고 심장조차 떨며  
         당황한 야크처럼 뿔뿔이 흩어졌지요.  
         그들을 기억하여 저의 악행을 반성하니  
         지금은 후회되고 고통스러워  
         이제 저의 이 세 가지 벗을 선생님께 드립니다.  
         스승이시여, 선생님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르겠나이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여전히 철석 같았다.  
"나는 그대가 서약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의 세 가지 벗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나에게는 더 좋은 친구가 있으니까. 자, 그럼 나의 노래를 들어보렴!"  
  
 
         들으렴, 그대 지치지 않은 도전자야!  
         오독(五毒)의 적군은  
         사악한 사념의 벌판 위에 날뛰네.  
         이 전쟁에 모든 것 걸어놓고, 단념치 않으면  
         감옥에 갇혀 자유를 잃게 되리.  
         전투니 적이니 수행자에겐 어울리지 않아.  
         외부 세계는 나의 화살통이요,  
         집착하지 않은 진아(眞我)에의 각성은 표범피(皮)칼집이요,  
         대지혜는 나의 장검(長劍)이네.  
                                                                                
         '하나 속 둘'은 나의 올가미 줄이요,  
         명상의 미덕은 활시위 당기는 나의 손깍지.  
         이것들이 내 안이 숨겨진 이미라네.  
           
         최후의 태어남 없는 공(空)의 활시위를  
         보리심의 활고자에 든든히 메워  
         오독 적군(敵軍)을 겨냥하여  
         사무량(四無量)의 화살을 퍼붓네.  
         전쟁에서 승리할 것, 믿어 의심치 않나니  
         욕망의 적군을 모조리 무찌르리.  
 
         이것이 나의 길이요, 요기의 길.  
         그대의 선물에는 관심 없으니  
         젊은 보시자여, 흔쾌히 떠날진저!  
  
  
젊은이는 다시 말씀드렸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저의 세 가지 벗을 받으시지 않더라도 저는 선생님의 축복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제발 저의 허리띠와 칼만 받아주세요."  
그는 다시 노래불렀다.  
  
 
         살아 계신 붓다시여,  
         진리를 아는 자는 많아도  
         실천하는 이는 매우드물어  
         성취의 증거 보여줄자,  
         백 명 중에 한 명도 찾아보기 어렵지요.  
         법의 세계 아는 자 있다 하여도  
         다른 이에게 배우고 싶지 않나니  
         오직 선생님 살아 계신 붓다, 아버지 래빠를  
         따르려 합니다.  
         임의 가르침은 고된 수행에서 솟아나는 샘물,  
         하여 예물을 드리잖고 배울 순 없지요.  
 
         이 검과 칼집은  
         네팔의 중앙, 분노의 강물이 흐르고  
         운해(雲海)가 사방을 가린  
         사자 머리 바위의 시냇가에서  
         만들어 졌어요.  
         하여 금사,은사 허리띠에 달았나니  
         이 혁대 두르면  
         온 몸이 빛나 보이죠.  
         이 검과 허리띠를 바치오니  
         훗날에라도 지고한 가르침을 베풀어주소서!  
  
  
젊은이는 허리띠와 검을 미라래빠에게 드렸다. 그러자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지금 그대에게 가르침을 베풀 수 없다. 그대의 예물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대의 띠보다 더 좋은 허리띠가 나에게는 있으니까. 자, 내 노래를 들어보렴."  
  
 
         들으렴, 순진한 젊은이야!  
         설산의 지붕에선  
         우유와 감로수 흐르나니  
         그것이 비록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을지라도  
         질그릇 안에 쏟아붓진 않으리.  
 
         불굴의 의지 지닌 이 가난뱅이 수도자,  
         진리를 향한 열렬한 수행의 허리띠를 찼네.  
         내가 찬 그 허리띠에는 가식과 위선 없네.  
         투명한 지혜는 수행자의 검(劍)이요,  
         수행의 깊이 재는 세 가지 척도에 대한 자신감은 칼집이요,  
         진리를 향한 신심과 정진은  
         허리띠 짠 금실과 은실이네.  
         진리의 아름다움은 모든 것 초월한 영광이네.  
         지난 날 가르침 베풀 때  
         난 재물과 돈을 구하지 않았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으리니  
         사랑하는 젊은이야, 집으로 돌아갈진저.  
         나는 그대의 예물 바라지 않아.  
  
 
청년은 다시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선생님은 부와 재물을 조금도 원치 않으시는군요. 하지만 조용히 거처하실 사원은 필요하실 테니 이것만은 거절하지 마십시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참다운 수행자시여,고행자시여,  
         선생님은 세상일에 초연하여  
         고향땅 버리고 떠나셨지요.  
         마음에 경계 짓지 않고 여기저기 떠도셨지요.  
 
         선생님에겐 여기나 저기나 다르지 않겠지만  
         영원히 안주할 집은 영감을 불러일으키지요.  
 
         언덕 위 수려한 장소에  
         사원을 지으면 어떨까요?  
         웅장한 기둥을 우뚝 세웁시다!  
         기둥 위로 해와 달이 걸려 아름답게 빛나겠지요.  
         사원의 대청에는 오색 만다라를 수놓읍시다.  
 
         경내엔 화초를 가득 심고  
         사방 둘레엔 참호를 파고  
         처마 서까래와 도리는 향목(香木)으로 장식하고  
         팔층 탑을 앞뜰에 높이 쌓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신심으로 예배드릴 사당도 짓고요.  
         제발 비오니 이런 사원에 머물도록 하세요.  
         편안하고 안락하게 사시도록 하세요.  
  
 
그러나 미라래빠는 이 제의조차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젊은이에게 말했다.  
"나는 어떤 사원에도 머물고 싶지 않다. 사원을 내 집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법을 난 모르거든. 자, 들어보렴."  
  
 
         그대, 갈피를 못 잡는 젊은이야!  
         알지 못하느냐?  
         이 세상은 덧없으며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죽음의 대왕 앞에 나아가면  
         부자의 재물도 소용 없고  
         무사의 칼날도 소용 없네.  
         춤추며 뽐낼 곳도 없나니  
         이 몸은 흙먼지일 뿐이네.  
 
         나는 이런 일 예견하고  
         엄격한 고행으로 은둔 수도했네.  
         내가 거주하는 사원은 불생불멸의 큰 마음이네.  
         부동의 초석 위에  
         실체의 기둥을 세웠나니  
         생기행과 원만행은 일월처럼 빛나네.  
         처마끝 도리 장식은 생명 에너지.  
         그리고 내부열 명상의 넓은 바닥 위에  
         반야바라밀의 장엄한 만달라 수놓았네.  
         광대한 마음의 정원에는  
         지복. 깨달음. 무념의 삼색화(三色花)가 만발하고  
         십덕(十德)의 공덕탑은 우뚝 솟았는데  
         공성(空性)의 깊고 깊은 참호(도랑)는 그 둘레 에워쌌네.  
 
         명상자의 사원은 이러하니  
         그대의 수도원은 소용 없다네.  
         젊은 보시자여, 그러니 흔쾌히 떠나렴.  
  
 
그러나 젊은이는 다시 간청했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선생님께 비록 사원은 필요없을지라도 나약한 육신이 노쇠하여 병들면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저의 누이동생은 진리에 대한 신심이 깊고 매우 착실하지요. 그녀를 조모 여인으로 드릴 테니 이번만은 제발 업신여기지 마세요."  
그리고 청년은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수도자, 은둔자시여,  
         여자의 결점을 충분히 알고  
         정욕이 녹았다 할지라도  
         연약한 이 인간에 육체, 자칫하면 병들기 쉬우니  
         누구나 동반자가 필요하지요.  
         둘도 없는 저의 누이동생,  
         우리 삼형제는 매우 사랑하지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훌륭한 가문,  
         그녀는 왕족의 전통 지닌 딸이지요.  
         무지개처럼 고운 모습, 천녀보다 아름다운 자태는  
         뭇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지요.  
         무명옷을 입어도 비단옷 두른 듯하고,  
         보석과 금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보옥과 진주 목걸이, 목에서 빛나지요.  
         누이의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은  
         형언할 길 없지요.  
         청혼자 많아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화신불이시여,  
         누이동생 맡기오니  
         이번 청만은 무리치지 마시길......!  
  
 
그러나 미라래빠는 여전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말을 하지 마라. 나는 이미 가족의 애착을 버렸다. 자아에 사로잡힌 여자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는 가족과 친척을 떠난 나이 많은 걸식자이다. 그대가 나에게 여인을 보낸다면, 사람들은 오죽이나 비웃고 험담하겠느냐? 그러면 그대는 도리어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인척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냐면 나에게는 그대의 누이보다 훨씬 수려한 배필이 있기 때문이다. 자, 들어보렴."  
  
 
         오, 젊은 주인아, 들으렴  
         여자는 정욕과 집착의 원인.  
         깨달음에 눈 뜬 자질 있는 여인은 참으로 드무네.  
         깨달음의 길 함께 걸을 천사 같은 동반자 있다면  
         경탄할 일 되겠지만  
         그대의 말에는 다소 과장이 있네.  
         무드라 행법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에.  
 
         나의 경이로운 여인은  
         욕정 여읜 '수따나[空性]'  
         아름다운 얼굴에는 자비심 넘쳐흐르고  
         가없는 사랑의 미소를 머금었네.  
         붉은 옷 흰 옷을 화려하게 입었네.  
         '하나 속 둘'의 원융함이 그녀의 비단 목도리요,  
         분별을 넘어선 행동은 그녀의 허리띠요,  
         네 가지 지복은 그녀의 장신구요,  
         만유에 편재한 일미(一味)는 그녀의 목걸이.  
         그녀는 이처럼 매혹적인 마녀이니,  
         고귀한 진리의 깨달음이 그녀의 모태라!  
         이 여인이 나의 동반자요, 수행자의 짝.  
         윤회 세계 헤매는 그대의 여인, 관심없나니  
         젊은 보시자여, 이제 떠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미라래빠가 청을 거절하자 젊은이는 다시 말하였다.  
"깨달은 사람의 마음에는 비록 수치심이나 망신거리가 없겠지만, 사람들의 구설수에는 오르지 않아야 합니다. 신실한 마음으로 이 바지 한 벌을 바치오니 제발 이번만은 거절하지 마세요."  
그는 노래로 다시 청하였다.  
  
 
         딴뜨라의 길을 걷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수행자시여!  
         벌거벗고 동굴에 사시니  
         당신의 보석 같은 음경이 그대로 드러나는군요.  
 
         수행자에게 부끄러움이나 망신은 있을 리 없지만  
         세상 사람들은 꼴사납다 수치로 여기지요.  
         위대한 완성자 붓다께서도  
         세상의 관습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 바지는 훌륭한 바지!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순모로 실 뽑아  
         아내가 솜씨 내어 피륙으로 짜고  
         이웃집 처녀가 곱게 물감 들여  
         친절한 아저씨가 재단하여 지었지요.  
 
         저희들은 이런 옷으로 수치를 가리지요.  
         수행자시여, 이 바지 드리오니  
         제발 '나에게는 소용 없다' 하지 마시길......!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였다.  
"사랑하는 젊은이야, 그대는 부끄럼움에 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구나, 나의 기관[性器]는 거기 자연스럽게 달려 있다. 이상할 건 아무것도 없다. 그대는 왜 거기에 관심을 두는가?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벌거숭이로 태어났다가 죽음이 닥쳐오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돌아간다. 그러므로 거기(육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더할 것이 없단다. 마음속에 '부끄러움'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여! 내 노래를 들어보라."  
  
 
         선한 젊은이여!  
         어찌하여 수치도 아닌 걸 수치로 여기느냐?  
         그건 자연스레 타고난 기관일 뿐.  
         참으로 부끄러워할 건 부끄러워 않네.  
 
         죄악으로 가득 찬 의미 없는 행위들을 보라,  
         그러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나 그대에게 말해주리.  
         스스로 대접하는법, 일러주리  
 
         보리심은 질 좋은 나의 양털이니  
         나는 그것으로 네 가지 입문의 실을 잣네.  
         내가 짠 피륙은 삼매로 가는 자유의 길이요,  
         내가 사용한 물감은 공덕과 선의로 만들어진 것,  
         재단사 어저씨는 명정한 분별지 지녔으니  
         자랑스런 일심(一心)의 바지를 지었네.  
 
         품위 있고 이타적인 명상의 바지를 나는 입고 있나니  
         그대의 바지는 나에게 소용없네.  
         사랑하는 보시자야, 이제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렴!  
  
 
젊은이는 마침내 이렇게 생각했다.  
'이 위대한 명상자는 어떤 것을 드려도 받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차라리 어디 사시는지, 어디에 가시는지 알아보는 게 낫겠군. 그리고 제발 우리 마을을 방문하시도록 간청해봐야겠군!  
이리하여 청년은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어떤 것을 드려도 선생님은 받지 않으시는군요. 대신에 저희 마을로 선생님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디로 가시려는 중이었는지 들려주십시요. 이 길을 택하신 데는 분명히 목적지가 있을 겁니다. 숨기지 마시고 들려주십시오."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아들아, 나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추수철이 되면 딩리 마을로 가서 걸식하고, 추수철이 끝나면 냐낭 마을로 간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산짐승과 산새들이 사는 먼 은둔처로 간단다."  
젊은이는 며칠 후 이 분을 집으로 초대하여 설법을 청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노래하였다.  
  
 
         비길 데 없는 스승, 화신불이시여!  
         걸식하러 딩리로 가신다지만  
         딩리는 저주받은 고을.  
         위로는 광대한 하늘 펼쳐졌지만  
         사람들의 덕은 겨자씨만큼 적어요.  
         그들의 손은 굳게 잠긴  
         집회소 대문의 빗장보다 뻣뻣하지요.  
         가난과 기근이 만연하여  
         보릿가루는 황금보다 비싸지요.  
         때문에 백 번 구걸한들 시간만 낭비해요.  
 
         그리고 냐낭은 공포의 땅,  
         산적과 살인자들의 천국.  
         문둥이들이 떼지어 다니고  
         무덤과 화장터는 가득하지요.  
         그 땅은 공포가 가득 차  
         백명의 친구 없인 여행하지 못하고  
         안내자 없인 세 걸음도 뗄 수 없지요.  
         냐낭의 땅은 악명이 높아요.  
 
         그리고 네팔과 티벳의 경계지는 높고 춥지요.  
         설산의 눈보라는 노호(怒號)하고  
         사람들은 노새처럼 입을 다물지요.  
         골딱 물은 남쪽 네팔로 흐르고  
         네팔 낮은 골짝들은 열기로 찜질하고  
         암벽 높이 위험한 밧줄다리는  
         건너가면 흔들려 출렁거리고  
         열(熱)과 질병은 목숨을 앗아가요,  
         남방 사람들은 언어조차 다르고  
         나무는 시체처럼 빳빳하다지요.  
 
         수행자시여, 제발 거기에는 가지 마세요.  
         가시더라도 며칠만 더 연기하세요.  
         모든 예물 거절하셔도  
         이 간청만은 부디 허락하시어  
         이 주일 동안만 저희 마을을 방문하소서!  
 
미라래빠는 청년의 간절한 청에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거만한 보시자들이 사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그대의 마을에 대해서 나는 관심이 없다, 냐낭과 딩리에 관해서는 그대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나의 노래를 들어보렴."  
  
   
         욕심 많은 거만한 젊은이야!  
         신심으로 나의 노래 들으렴.  
         공덕을 쌓은 지순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고  
         유덕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찾기가 어려우니  
         그만큼 시대가 변했기 때문.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요기,  
         그러나 악의 있는 헛소문 퍼뜨리진 않는다네.  
 
         딩리의 보릿가루는 매우 비쌀지언정  
         수행자가 구하기는 어렵지 않네.  
         허나 수행자는 다섯 감로수 맛 즐기나니  
         세상의 음식을 탐하지 않네.  
 
         세속을 떠난 수행자 나, 미라는  
         무분별(無分別)의 삼매 음식 즐겨하여  
         세속의 진수 성찬 바라지 않네.  
         때문에 굶주려도 기뻐하며 평안하도다.  
      
         갈 길은 위태하고 험난하여도  
         대자대비 그분에게 의지하면 인도되네.  
         삼보(三寶)는 안전한 은신처요,  
         삼계(三界)의 여신들은 안내자요,  
         깨달음의 마음은 동반자,  
         팔정도(八正道)의 감시병은 보호자이네.  
 
         가진것 없으니 원수가 없어  
         도둑을 만나도 편안하고 즐겁네.  
         냐낭은 세평(世評)이 좋지 않지만  
         사람들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네.  
 
         주민들은 옛날처럼 순박하고 거리낌 없어  
         걱정 없이 빈둥대며 먹고 마시고 노네.  
         하지만 자연 풍광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거기 숲과 삼림은 울창하도다.  
 
         나는 세상 재물에 관심이 없어  
         음식과 술에 애착 않고 스스로 만족하여,  
         빈둥거리며 즐기는 것 관심 없네.  
         하여, 거기에서 명상할 때면 삼매가 한층 깊어지네.  
         이것이 내가 냐낭으로 가는 이유.  
         뚬모 내부열 통달하여  
         추위도 더위도 두렵지 않나니  
         눈이 쏟아져도 즐겁고 편안하네.  
 
         오늘의 여정을 내가 연기할 이유 어디 있는가,  
         그러나 그대의 마을에는 가고 싶지 않나니  
         거만하고 콧대 높은 보시자들은  
         내 취향에는 맞지 않네.  
         어찌하여 모르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러 간단 말인가.  
 
         사랑하는 젊은이여,  
         늦어지고 있으니 어서 말을 타렴.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부디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렴.  
  
 
이 간청조차 거절당하자 젊은이는 마침내 크게 절망하고 낙담하게 되었다. 그는 미라래빠에게 말씀드렸다.  
"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선생님은 어찌하여 어떤 것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어떤 청을 구해도 허락지 않으십니까? 그토록 저의 죄업이 크고 깊다면 저는 이제 더 이상 살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대로는 떠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이 지켜보시는 이 자리에서 자결해버리겠습니다."  
청년은 예리하게 번뜩이는 검을 빼어들고 칼 끝을 자신의 심장에 들이댄 채 마지막으로 노래하였다.  
  
 
         존경하는 명상자시여, 들으소서!  
         상서로운 오늘 아침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은빛 시내 흐르는 물가에서  
         잠들어 있는 벌거숭이 수행자를 만났지요.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지요.  
         '여기 이 사람은 미쳐버린 수행자인가,  
         아니면 바보 얼간이인가?  
         수치심도 없는지 알몸 드러내고 누웠으니  
         이 사람은 넉이 나가버린 바보임에 틀림없어!'  
         신심은 커녕 경멸심 일어나  
         동행조차 거절하고 혼자 떠났지요.  
         존경하는 수도자시여, 이런 제 마음 선연하게 아셨나니  
         중상을 입은 듯 저는 고통스레 참회합니다.  
 
         푸른 강물을 건너 저편 언덕으로 가실 때  
         저는 선생님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물 위를 날아가시는 걸 보았어요.  
         바람처럼 공중으로 치솟아 날아가시는 걸 보았어요.  
         짱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시는  
         기적 같은 힘을 선생님은 보여주셨어요.  
 
         이와 같은 성취자를 뵙게 되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요.  
         자랑스럽고 흔쾌하여  
         '나는 행운아'라는 자부심이 일어났지요.  
         나는 자질[根機]이 뛰어난 자라고,  
         습관적인 사념에서 벗어나 장애 없는 자라고,  
         진리의 언덕에 이르는 훌륭한 배[船] 같은 존재라고,  
         많은 공덕과 서원 지닌 뛰어난 존재라고 자부했지요.  
 
         태어난 날 이후로  
         오늘처럼 행복한 날 없었지요.  
         내가 받치겠다는 부나 재산이나 위안에  
         눈곱만큼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시니  
         일찍이 티벳에서 선생님 같은 수행자 있단 소리 듣지 못했어요.  
         일찍이 이처럼 완전한 불자(佛子)뵙지 못했느니  
         누구인들 감히 경탄치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상서로운 날, 모든 걸 바치려 했으나  
         임은 하나도 받지 않았습니다!  
         나의 간청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불쌍한 자 되었지요.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박덕한 존재인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하여 혼란의 극치, 실망의 정점에 이르러  
         좌절하고 절망하여 앞길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나는 진리를 수용할 그릇이 못 되는 것 같으니,  
         스승이시여, 어떻게 할까요?  
 
         붓다를 만나뵙고도 법을 듣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으며,  
         무슨 면목으로 마을 사람 대하며,  
         무슨 말을 전하겠습니까?  
 
         부끄러움 무릅쓰고 돌아가느니  
         차라리 생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것은 어차피 죽어야 할 운명,  
         그럴 바에야 성취자께서 보시는 앞에서  
         진리를 품은 채  
         미련없이 죽는 것이 낫겠지요.  
 
         오, 자애로우신 스승님!  
         불쌍한 이 젊은이의 슬픈 이야기를  
         전지(全知)의 마음으로 헤아리사  
         행여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이 간절한 기도를 듣고 미라래빠는 생각하였다.  
'열의로 가득 찬 성실한 젊은이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예언은 바로 그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제는 그를 제자로 받아드릴 때가 되었다.'  
그리하여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들으렴, 사랑하는 젊은이여!  
         덕행을 열망하는 마음 가득 찬 그대는  
         악업이 적고  
         진리를 구하는 마음 간절하여  
         자만심과 자존심이 참으로 적구나.  
 
         근면하고 열성적이니 게으르지 않고  
         보시에 관대하니 인색하지 않구나.  
         지혜와 자비 크니 어리석지 않고  
         수행자를 존중하니 진리와 인연이 깊구나.  
 
         상서로운 오늘 아침  
         나, 궁탕의 방랑자는  
         하부(下部)겔춤의 젊은이를  
         은빛 반짝이는 푸른 강 언덕에서 만났네.  
         전생의 인연이 있어 금생에 만났네.  
         은빛 샘물에서 만남은 운명인 듯.  
         그대는 악업이 적나니  
         습관적 사념에서 벗어났구나.  
 
         젊은 보시자야, 그대 위해 노래부르나니  
         가르침을 듣고  
         진리 실천에 매진할진저!  
 
         가슴속에 신심이 자랐다면,  
         세상 이익에 관심 없다면,  
         진정으로 나를 따르려 한다면,  
         혈족은 진리의 장애물임을 알아  
         그들은 실재한다고 생각지 말 것이며,  
         애착의 불길 끄도록 하렴.  
 
         재물과 맛있는 음식은  
         마군이 보내는 사절단,  
         하여 탐착심을 버릴지니  
         마음을 옭아매는 모든 것들에서 떠나렴.  
 
         쾌락은 악마의 오랏줄,  
         욕망을 극복하려면 죽음을 생각하렴.  
         세속 친구들은 유혹하는 악마의 덫과 같네.  
         그들의 속임수 알아채어 부디 경계하렴.  
 
         고향땅은 악마의 아성이니  
         거기 갇히면 자유롭지 못하네.  
         그러니 부디 벗어나렴.  
         진리를 위해 모든 걸 놓아버릴지니  
         즉각적인 결단만이 성공의 지름길.  
 
         세월 가면 덧없는 그대 육신 허물어질지니  
         지금 곧 진리아 사귀는 것이 좋으리.  
         마음의 새는 어디로든 날아오르니  
         지금 곧 하늘 향해 날개치며 오를진저!  
     
         이 노래, 믿고 따르면  
         그대는 진리 담는 귀한 그릇 되리니  
         축복과 가르침, 전해져내려오는 귀한 가르침,  
         그 안에 담기리.  
 
         아들아, 이는 그대 깨달음의 여행길 출발점이니  
         나, 명상자 미라래빠 또한 그대의 성공 기뻐하네.  
         젊은이여, 그대 또한 기뻐하고 즐거워할진저!  
  
 
청년은 노래를 듣고 한없이 기뻐하였다. 그는 크게 고양되어 스승의 발 앞에 엎드렸다. 몇 번이나 예배드린 뒤 스승의 둘레를 여러 번 맴돌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를 약속하고 떠났다.  
  
그후 넉 달이 지났다. 미라래빠가 진 고을의 맨릉추와르에 머물때, 젊은이는 조카와 함께 찾아왔다. 청년은 미라래빠에게 흠없는 백옥을 예물로 드렸고, 조카는 황금반냥을 드렸다. 그러나 미라래빠는 받지 않았다.  
그 당시, 역경사 바리는 진 고을에서 쭈또르남겔 붓다의 탑을 짓고있었다. 그래서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일러주었다.  
"그대들의 예물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 바리 역경사를 찾아가서 그것들을 바치고 입문시켜주도록 청하여라. 그러나 핵심 교의는 내가 직접 가르쳐 주겠다."  
  
이에 그들은 바리 역경사에게 가서 뎀촉의 완전한 입문을 청하였다. 바리는 그들에게 무병 장수를 위한 쭈또르남게르이 외적 가르침인 메루씽하 행법과, 불타의 경지를 성취하기 위한 교의를 전수해주었다.그는 또한 뎀촉불(佛)의 내적 가르침인 칠성어(七聖語)행법과 스승 상징의 여신(女神)교의와 꾸루꿀라 여신의 명상 행법도 전수해 주었다. 입문을 마치자 그들은 바리 역경사와 함께 싸꺄 수도원으로 갔다.  
  
그후 청년은 미라래빠에게 돌아와서 5년 동안 스승과 함께 살았다. 스승으로부터 나로빠의 육법(六法)과 위대한 스승 마이뜨라빠로부너 전해진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을 전수 받았다. 그는 이 가르침을 열심히 수행했다. 이리하여 미라래빠는 그에게 모든 핵심 교의를 전수해 주었다.  
  
청년은 이전에 다르마왕축으로 불렸으나 미라래빠가 그에게 시와외래빠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는 진리로 전향하기 전에는 감각주의자(또는 물질주의자)였으나 미라래빠를 만난 뒤에는 세속을 완전히 떠나게 되었다. 이리하여 미라래빠 앞에서 다시는 가죽신을 신지 않고, 한 벌 이상의 무명옷을 입지않고, 이틀 치 이상의 양식을 축척하지 않고, 고향땅에 돌아가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또한 수행에 온 정성을 다하여 마침내 훌륭한 체험을 증득하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그의 수행이 진전된 것을 기뻐하여 노래를 불러주었다.  
  
 
         스승들에게 예배와 헌신을!  
 
         수행의 법통 이어받은 자비의 스승들,  
         그분들의 축복은 다함이 없네.  
         마르빠와 미라의 교의는  
         수승하며 효력이 뛰어나네.  
 
         그대 시와외여, 근면하고 성실하니  
         다끼니 은총 입어 그대는  
         훌륭한 지견을 증득했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명상을 성취하려면  
         완고한 신조와 공허한 언어를 삼가렴!  
 
         지난날의 귀족적 영화일랑 모두 버리고  
         찾는이 없는 골짜기에 머물지라.  
         세상 친구들을 멀리 떠나  
         자신을 관찰하렴!  
         스승이 되려 하지 말고  
         겸허하고 부지런히 수행하렴!  
         지고한 깨달음 급히 성취하려 말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명상하렴!  
         문자와 공부는 잊어버리고  
         가르침의 진수를 수행하렴!  
         자신을 이롭게 하려거든  
         언어 유희 버리고  
         수행에만 매진하렴!  
  
 
스승의 노래를 듣고 시와외는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실제적인 수행을 하지 않은 채 식견만 많은 사람은 잘못되기 쉽다고 하시는데 이 점을 좀더 설명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되면 세속일에 집착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알면 알수록 세속일에 집착하고, 지식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게다가 지식이 많은 사람은 행법을 소홀히 하기 쉽다. 마르빠 법계의 가르침에서는 이런 위험이나 잘못이 없다. 문구나 언어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실제적인 수행일 뿐이다. 자, 그럼 '위험과 오류에 관한 노래'를 부르니니 들어보아라."  
  
 
         거룩한 스승들께 예배를!  
 
         물 흐르듯 유창한 언어와 과장된 말로  
         열띤 논쟁에 탐닉하는 허풍선이 논변자들을 보아라.  
         그들은 언변으로 남을 이기려 하네.  
         걸을 때는 거만한 몽고인 같고  
         잠잘 때는 오만한 사람 같으니  
         갖은 위험과 장애가 그들을 에워싸네.  
 
         삼계 육도의 중생들은  
         욕망에 사로잡혀 위험에 빠지네.  
 
         그대는 경계하라, 일곱 가지 위험을.  
         첫째는 소승의 즐거움[獨樂]에 떨어짐이요,  
         둘째는 교의를 이용하여 음식(재물)을 구함이요,  
         셋째는 성직자라 자랑함이요,  
         넷째는 수행자의 광행(狂行)에 떨어짐이요,  
         다섯째는 공허한 말에 탐닉함이요,  
         여섯째는 무(無)의 덫[無記空]에 사로잡힘이요,  
         일곱째는 무명을 완저히 밝히지 못함이라.  
 
         전해져 내려오는 수행 법통의 가르침에는  
         다끼니 여신의 숨결이 숨어 있나니  
         그대는 이를 의심하지 마라.  
         의혹은 마음속 마귀의 장난이네.  
 
         시와외여, 그대는 길 잃을 염려 없네,  
         그대 내 곁에 있으므로,  
         의심하는 마음 내려두고 명상하렴.  
         참다운 가르침을 수행하는 자는  
         길 잃을 염려 조금도 없네.  
   
         부질 없는 언어 지식 그만두고  
         그대는 수행에 전념하렴.  
         그러면 위대한 완성을 성취하리라.  
  
 
이리하여 시와외는 문자와 지식에 관한 탐구를 버리고, 옷과 음식에 연연하지 않고 명상에 몰두하게 되었다.  
  
어느날은 시와외의 친구가 찾아왔다. 제대로 먹지 않고 잘 갖추어 입지 않아 초라해진 시와외의 모습을 보고 친구는 동정하며 소리쳤다.  
"다르마 왕축아, 부유한 집안의 훌륭한 멋쟁이이던 네가, 지금 와서 보니 옷과 먹을 것도 없는 가난뱅이 거지가 되었구나. 이전보다 휠씬 늙어보이는군! 아아, 불쌍한 친구야, 정말 가엾구나."  
시와외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오, 아버지 스승, 진불(眞佛)이시여!  
         임은 뭇 존재들이 복밭이시나이다!  
 
         형제와 자매와 친척들은  
         윤회계에 태어나는 인연 지녔지만  
         나는 그들을 떠났네.  
 
         스승은 나의 유일한 벗님이요,진리의 동반자.  
         오직 임만이 홀로 붓다 가르침의 원천이시네.  
         살아 계신 붓다, 임과 함께 살며  
         나는 은둔처에 홀로 남았네.  
 
         친구들 서너 명 모이면 무의미한 잡담뿐,  
         그러나 나는 그들을 피하여 홀로 남았네.  
 
         경전과 주석서는 자만심만 키우네.  
         하지만 살아 계신 붓다는  
         한 마디 핵심 교의를 베푸시네.  
         때문에 난 모든 책과 경전 버리고  
         선연하게 드러나는 덕행의 공덕 쌓을 뿐.  
 
         은둔자의 수도처는  
         붓다에 가까운 곳.  
         나는 거기서  
         공덕을 실천하고 닦네.  
 
         재산은 많을 수록 더욱 갖고 싶기에  
         나는 집고 고향 멀리 떠나  
         경계 말뚝 사라진 붓다의 경내(境內)에서  
         신실한 수도자로 진리 수행 매진하네.  
 
         친구들과 하인들은 걱정과 근심거리,  
         때문에 나는 멀리 떠났네.  
  
 
시와외의 노래를 듣고 옛 친구의 가슴속에는 깊은 신심 일어났다. 친구는 시와외에게 여러 가지 보시물을 마련해 주었다. 미라래빠는 이 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때 이후로 시와외는 미라래빠가 니르바나에 들 때[入寂]까지 그에게 봉사하였다. 그는 미라래빠로부터 완전한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때문에 명상 체험이나 진리에 대한 견해에서 그릇됨이 없었다. 한편으로 쌍계깝으로 알려진 그의 조카가 래빠로서는 훌륭하지 못했다. 그는 냐낭 근처에 작은 수도 사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도 이 일이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았다.  
시와외는 미라래빠가 열반하신 뒤에 파주 지방의 그 골짜기에 있는 만추 동굴에 들어가 명상하였다. 이리하여 마침내 완전한 깨달음[正覺]과 정도(正道)의 공덕을 성취하였다. 그는또한 걸림없는 신통력을 성취하여 동굴의 바위를 통과할 수도 있었다. 또한 생전에 여신의 정토로 승천하기도 하였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은빛 시냇가에서 제자 시와외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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