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5. 객사(客舍)에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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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객사(客舍)에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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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래빠는 장따고[北馬門]에서 명상한 이후, 스리리로 향해 가는 도중 예루장 고을에 있는 객사에 머물렀다. 객사에는 많은 승려 제자들을 데리고 있는 약루탕빠라는 유명한 학자와 여러명의 수행원을 거느린 부자 상인이 묶고 있었다. 상인의 이름은 다와노루였다. 미라래빠는 부자 상인한테 보시를 청했다. 그러자 그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당신 같은 수행자들은 타인의 재물을 얻는 데 타성이 붙었군요. 왜 스스로 돈을 벌지 않소? 스스로 자급하는 것이 훨씬 떳떳하지 않소?"  

미라래빠는 응답하였다.  

"당신들의 길을 따라 살면 일시적인 행복과 기쁨을 얻을 수 있는건 사실 일 거요. 하지만 그런 쾌락 자체가 장차 더 큰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걸 당신들은 소홀히 하고 있소. 자, 그럼 '여덟 가지 충언'의 노래를 들어보시오."  

 

 

         성()과 혼잡한 도시는  

         그대들이 정 붙이고 사는 곳,  

         하지만 명심할진저!  

         그대가 세상을 떠난 뒤에 도시는 결국 황폐하게 될 것을.  

 

         자만과 허영은 그대들이 즐겨 따르는 유혹의 덫,  

         명심할진저!  

         죽음에 임하면 그것은 전혀 피난처 되지 못함을,  

 

         친척과 친족들은 그대들이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명심할진저!  

         세상 떠날 땐 그들도 모두 남겨두고 가야 함을.  

 

         재물과 하인과 자녀들은  

         그대들이 애착하여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  

         명심할진저!  

         죽음에 임하면 빈손으로 가야 함을.  

 

         건강과 활력은 그대들이 갈망하는 것,  

         명심할진저!  

         죽음을 당하면 그대들의 시신은 말 안장에 실려 버려지게 됨을.  

 

         지금 그대들의 육신이 건강하고  

         근육과 뼈 튼튼할지라도  

         명심할진저!  

         죽음에 임하면 육신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감미롭고 맛있는 음식은 그대들이 즐기는 것,  

         명심할진저!  

         임종의 순간엔 입이 거품을 토할 것을.  

 

         이런 일들 그려볼 때  

         내 어찌 붓다의 가르침을 구하지 않을 수 있으리.  

         세상의 쾌락과 기쁨이 아무런 매력도 되지 못하네.  

          

         나 미라래빠는  

         짱 지역 가라카체 객사에서  

         '여덟 가지 충언'을 노래하였나니  

         그대들, 부디 명심하고 수행할진저!  

 

 

노래가 끝나자 상인 다와노루는 깊이 감동받고 외쳤다.  

"친애하는 선생님, 방금 부른 노래는 참으로 진실하고 확실합니다. 노래를 듣고 저는 이제 진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은 노래로 응답하였다.  

 

         

         황량한 동굴은 공덕의 장소요,  

         지혜와 행법 지닌 스승은 귀중한 보석이니  

         성심과 경의로 간구하고  

         어김없이 가르침을 수행해야 하리라.  

 

         마음이 부단히 달아나는 자는  

         공()의 지견으로 고칠지니  

         그러면 마음의 집착은 사라지리라.  

         얼마나 놀라운 수행이냐!  

 

         마음이 병든(답답한)자는  

         '분별 없는' 걸식을 행할지니  

         그러면 장소의 집착에서 벗어나리라.  

         이 얼마나 놀라운 수행이냐!  

 

         명상에 길들여지지 못한 자는  

         훌륭한 스승과 의논할지니  

         진정한 명상자와 대화하며 사는 것이  

         마음의 평정을 얻는 길이네.  

 

         의심과 의혹이 생기면  

         붓다의 거룩한 말씀을 읽을지니  

         진리의 말씀에는 확신이 있어  

         마음속에 신심이 자라게 하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자는  

         아버지 스승께 지성으로 간구하라!  

         그러면 축복이 쏟아지고  

         마음은 평정을 찾게되리.  

         

         그리고 생각해보라.  

         윤회의 침상 위에 몸을 눕힌 불신자들을.  

         오독(五毒)의 베개 베고  

         욕망의 배설물을 시방(十方)에 뿌리는 자들을.  

 

         이러 환자 고치려면  

         신(). 구().의() 세 문을  

         관찰하여 진찰하고  

         여섯 공덕 약()을 써야 하네.  

         그러면 법신. 보신. 화신  

         삼신을 체현하고  

         오독병(五毒病)을 고치나니.  

 

         용서와 자비 구하려거든  

         아무쪼록 진실한 마음으로 보시할진저.  

 

 

부자는 노래를 듣고 스승에 대한 신심이 확고해졌다. 그 이후 그는 세속인으로 남아 있으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열심히 수행하여 마침내 매우 훌륭한 명상자가 되었다.  

   

한편 고행 수도자 미라래빠가 찾아갔을 때쯤, 객사에서는 의사이자 학자인 약루탕빠가 법회를 주관하고 있었다. 그의 승려 제자는 밤에는 열심히 진언을 염송하고, 낮에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 수행[坐禪]을 하였다. 그들은 또한 종교적인 의식도 행하였다. 그리고 새벽에는 설법이 행하여졌다.  

   

 

어느날 미라래빠는 점심때가 되어 음식을 구하려고 그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갔다. 이때 여러 승려들이 말했다.  

"정말 불쌍한 사람이군. 수행자 같기는 하지만 법은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아. 명상도 하지 않고 기도 구절[眞言] 하나도 암송하지 못하는가봐. 게다가 우리 승려들에게까지 걸식하다니, 참으로 비참하고 불쌍한 사람이군!"  

그들은 미라래빠를 크게 동정하며 불쌍히 여겼다. 이에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의 마음은 항상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수행법을 동시에 행할 수 있기 때문이오. 예를 들면 만뜨라를 염송하고 불보살을 마음에 그리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하는 것이오. 자, 그럼. 노래를 들어보시오."  

미라래빠는 승려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무위(無爲)를 자각하는 경지에 이르러  

         만유를 지탱하는 삼보(三寶)를 깨달았나니  

         새삼 삼보에 기도할 이유 어디 있는가?  

         굳이 진언을 염송하지 않아도  

         요가의 수행은 행복 그 자체라네.  

 

         수호불은 세간(世間). 출세간을 가르지 않으니  

         대광명 속에서 나는 깨달았네.  

         실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하여 몸 일으켜 요가를 행하는 것조차  

         나에게는 필요치 않네.  

         나와 붇다가 서로 다르지 않으니  

         이 같은 체험은 행복하여라.  

 

         다끼니 여신들은  

         모든 장애를 쓸어 없애 불행을 제거하니  

         진아(眞我)의 본질, 근원의 땅에 서서  

         나는 그것을 완전히 깨달았네.  

         그러니 공불을 바치는 의식이 무슨 필요 있으랴.  

         육근(六根)이 편히 쉬는  

         합일의 수행은 행복하여라.  

 

         두려움은 장애의 원천이네.  

         진리의 본질에선  

         악마를 보는 일과 원만한 지혜를 하나로 만드나니  

         마군을 쫓아낼 필요 있으랴.  

         두려움과 법신(法身)이 하나가 되는  

         합일의 수행은 행복하여라.  

 

         말과 문자와 신조와 논리는  

         밝게 깨우친 의식 안에 녹았네.  

         그러니 학식이 무슨 필요 있으랴.  

         모든 경전의 근본인  

         요가의 체험은 행복하여라.  

 

   

노래를 들은 의사 약루탕빠는 미라래빠에게 말했다.  

"친애하는 수행자여, 당신의 체험과 이해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지만 불교 교리에 의하면 초보 승려들이 배워야 할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도들은 황색 법복을 입은 승려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미라래빠는 응답했다.  

"그것은 그대의 종파에 속한 가르침이니 그대 좋으실 대로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나의 가르침은 그와는 다르지요. 그대들이 가르침 안에서 부끄러울게아무것도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말하는 게 사실이 아닌지 노래를 듣고 판단해 보시오."  

 

 

         삼보에 귀의 하오니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언제나 보살피고 축복하소서!  

 

         세속 팔풍(八風)에 분망한  

         학자의사여,  

         그대 자신의 마음조차 정복할 수 없다면  

         중생의 산란심과 무명을 어찌 고치려는가?  

 

         화려한 공작새, 새하얀 천개(天蓋)아래 허세부리며 앉았으나  

         번개같이 빨리 사라지네.  

         생각해 보라, 친애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야단스런 공공 집회에 참석함은  

         광분한 원수들에 에워싸인 듯하네.  

         생각해보라. 친애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말과 양 떼, 보물을 쌓음은 풀잎의 이슬 같나니  

         더운 바람 불어오면 자취없이 사라지네.  

         생각해보라, 친애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욕정에 붙잡힌 미망의 육신은  

         도금한 시체 같도다.  

         생각해보라, 친애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내적 체험 없는 여자들을 수행으로 이끄는 것은  

         우스꽝스런 망신거리 같나니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점()과 점성술[四柱], 뵌 의식은  

         거짓과 속임이 많나니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제자들이 흥얼대는 주문은  

         용신(龍神)을 불러오는 가락이네.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고향과 가족과 토지는 영원한 재산이 아니니  

         어린애가 무지개를좇듯 감질나는 것.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위선과 허식으로 제자들을 다스림은  

         많은 주인을 섬기는 하인 같네.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진리를 알지 못하고 법을 설하면  

         거짓말이요 속임수네.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의사여, 그렇지 않은가?  

 

         자신을 구제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들을 구제하랴?  

 

 

의사 약루탕빠는 노래를 듣고 스스로 깊이 반성하였다. 그의 뺨에서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승에게 엎드려 절하고 나서 말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참으로 옳습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진리의 길로 인도하소서."  

이리하여 그는 깊이 참회하고, 진리의 길로 정진하게 되었다.  

 

한편 약루탕빠의 제자 가운데 세완뛴충자와라는 젊은 승려가 있었다. 그는 스승을 따라 입문하고 가르침을 받은 뒤 명상에 몰두하여 마침내 지고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가 돕빠 출신의 쎄완래빠이다. 그는 미라래빠의 마음의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짱 지역의 예루장 고을에 있는 가라카체 객사에서 제자 쎄완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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