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에 시달려 몹시 화가 납니다, 어떡하죠?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말하고, 작은 실수를 크게 부풀려 말하고, 이렇게 함부로 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많이 나게 되지요.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평소 자신감이 없고 구설수에 많이 시달립니다. 남들이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본 것처럼 말한다든지 별것 아닌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말하는 것, 또 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걸 들으면 저도 모르게 몹시 화가 납니다. 한 번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앙심을 품기까지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일이 없는데 자꾸 그런 일이 생기니까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기도를 해야 좋을까요?”
 

 법륜 스님 : “복을 지은 적이 없는데도 복을 받게 됐다면, 아주 작은 복을 지었는데 큰 복이 돌아왔다면 기분이 아주 좋겠지요. 그런데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거나 작은 잘못을 크게 부풀리는 말을 들으면 왜 기분이 나빠질까요? 사실이 과장된 평가를 받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그것은 복만 받고 재앙은 피하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이제 앞으로는 잘못한 일 없이도 욕을 먹겠다, 좋은 일 하고도 칭찬받지 않겠다.’ 이런 마음을 먹어 보세요. 아예 그렇게 마음을 내면 나쁜 소리 좀 들었다고 억울한 생각 들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지은 복이 절대 어디 다른 데로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은 덮어둘수록 새끼를 칩니다. 좋은 일을 하고서도 아무 바라는 바가 없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큰 복이 됩니다. 생색내는 마음이 있으면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러면 나중에 언젠가는 배신당했다고 괴로워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남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생색내는 마음도 독이 됩니다.

 

인과법을 믿으면 남이 나를 알아주든 몰라주든 그런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나에게 달려 있지 그들의 입에 달려 있지 않으니까요.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살면 됩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나에 대해 뭐라 말할까, 자꾸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면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내 삶을 그들의 손에 매달아 놓고 끌려다니는 격입니다.

 

나는 남의 말 안 하는 사람이니까 남들도 내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내가 남의 말 안 하는 건 내 성격이고, 그들이 내 말하는 건 그들의 인생입니다. 내가 욕하지 않는 것은 내 인생이고, 남들이 내 욕하는 건 그들의 인생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은 내 마음이고,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너의 마음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너도 날 좋아해야 한다, 나는 너한테 손해 끼친 적이 없는데 너는 왜 나한테 손해를 입히느냐, 이런 식의 손익 계산은 괴로움을 자초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1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사위를 여섯 번 던질 때마다 1의 눈이 딱 한 번씩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한 번도 안 나올 수도 있고 두세 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언뜻 보면 1/6이라는 수학적 확률이 틀리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주사위 던지는 횟수를 충분히 크게 할수록 확률은 점점 1/6에 근접해갑니다. 당장 눈앞의 일만을 보고 있기 때문에 세상일이 인과 법칙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인과의 법칙은 언제 어디서나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 했는데 왜 나쁜 소리를 들어야 하나? 저놈은 나쁜 짓을 하고도 왜 벌을 받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은 짧은 안목에 갇혀 인과법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를 도와주든, 남이 내게 뭐라 하든, 지금 이 자리에서 손익 계산을 하려고 들지 마세요. 인과의 이치를 믿는다면 자꾸 눈치 보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복을 지으면 그만입니다.

 

“저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억울함은 지은 인연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좋은 인연을 지어서 좋은 과보를 받고, 나쁜 과보는 받지 않도록 나쁜 인연은 짓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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