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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승단은 비구승단이 아닌 보살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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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승단은 비구승단이 아닌 보살승단
마성스님 19일 중앙승가대학원 주최 학술대회서 주장
2013년 10월 17일 (목) 10:33:14강지연 기자 sakya73@hanmail.net

“한국불교에서는 처음부터 《사분율》에 의한 삼사칠증(三師七證)을 완전히 갖춘 구족계 전통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율맥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 마성스님.

중앙승가대 대학원(원장 보각스님)이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제6차 불교학술대회에 앞서 공개된 논고 ‘한국불교의 계율전통-근현대한국불교의 계법전승을 중심으로’에서 마성스님(동국대 경주캠퍼스)은 한국불교의 계율전통을 이렇게 규정했다.

마성스님은 “그러나 대승계경(大乘戒經)에 의한 보살계 전통은 분명히 존재했는데 이마저도 조선중기에 이르러 단절되었다”며 “서상수계(瑞祥受戒)라는 비상수단을 통해 계맥을 다시 복구시킨 역사가 있는 만큼 대승불교의 승단에서 구족계의 율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서상수계의 전통을 계승한 한국불교의 승단에서 계맥을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불교의 계율전통은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마성스님의 주장. 한국불교의 계율전통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계율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기에 마성스님은 계율문제를 파고들었다.

“대승불교권의 승려들은 출가보살의 전통을 계승했기에 한국불교의 승려들은 ‘보살승가의 후예’”라고 전제한 마성스님은 “조계종의 승려가 구족계(비구․비구니계)와 보살계를 같이 받기 때문에 계율에 대한 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성문계(聲聞戒)와 보살계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비구승가’인가? 아니면 ‘보살승가’인가? 마성스님은 각각 승가의 정의부터 내린다. 《사분율(四分律)》의 바라제목차에 의해 살아가는 승가는 ‘비구승가’요, 대승계경의 보살계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면 ‘보살승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족계와 보살계를 같이 받는 조계종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심했던 인물이 바로 중국 남산율종의 개조 도선스님(596~667)이었다”고 밝힌 마성스님은 “도선스님은 ‘분통대승(分通大乘)’이라는 용어로 소승율과 대승계의 통합을 시도했는데, 소승율은 대승계 속에 포함된다는 것이 도선스님의 계율관이며, 남산율종의 사상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이론을 현실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마성스님은 임경미(원영)의 말을 빌어 문제를 제기한다. “소승율과 대승계의 겸수와 혼용은 출가자들의 삶을 점점 이중화시키고 급기야는 스스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거기에 현재 종단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실제 승려생활에서는 구족계와 보살계가 아닌 종헌종법과 청규(淸規)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성스님은 “《사분율》에 의한 구족계는 승려의 신분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현실의 제도적 모순 때문에 많은 혼란이 야기된다”며 “이러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계종이 ‘비구승가’인가, 아니면 ‘보살승가’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엄격히 말해서 중국․한국․일본 등 동아시아의 대승불교 전통에서는 상좌부 전통과 같이 구족계의 율맥이 그대로 전승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마성스님의 입장이다. 이것은 지리적․문화적․전통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성스님은 다시 한 번 한국불교 승단을 보살승가라고 강조한다.

“대승불교의 본래 취지에 따른다면, 한국불교는 ‘보살승가’라야 옳다. 왜냐하면 한국불교는 처음부터 대승불교의 전통을 계승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어떤 계율을 승가의 규범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한마디로 조계종은 ‘비구승가’인가 아니면, ‘보살승가’인가를 종헌종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계율과 관련된 많은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호한 기준을 바로 잡아 청정승가를 세우고 나아가 종단의 위상까지 바로잡으려는 마성스님의 노력이 느껴진다.

또한 마성스님은 “현재의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운 성우율사의 원력으로 1981년 단일계단이 설치돼 시행되는 것으로 계율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됐고 조계종은 비로소 ‘비구승가’의 자격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조계종이 ‘비구승가’인지, ‘보살승가’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만일 ‘비구승가’라면, 《사분율》의 바라제목차의 계목을 지키지 않는 승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성스님은 승단의 정체성이 모호한 지금 계율의 허점을 화두로 던진다.

“계율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밝힌 마성스님은 “조계종은 물론 한국의 모든 불교 종파는 ‘보살승가’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한국불교는 처음부터 대승불교의 계율전통을 전승해 왔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19일 오전 9시45분부터 열리는 중앙승가대 대학원의 ‘동아시아불교에 있어서 한국불교’ 주에의 학술대회에서는 △고영섭 교수(동국대)의 한국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발효의 비빔론과 숙성의 고음론을 중심으로 △김호귀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의 한국불교의 선법수용과 그 변용에 대한 비판적 고찰 △마성스님(동국대 경주캠퍼스 강사)의 한국불교의 계율전통-근현대한국불교의 계법전승을 중심으로 △문무왕 전임연구원(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의 실크로드를 통한 한국불교문화 원형에 관한 시론 △이성운 강사(동국대)의 한국불교의례의 특성-상황논리의 역동과 한계가 각각 발표된다.

-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