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60. 대성취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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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대성취의 증거


 

 

 [ 1 ]

한때 미라래빠가 붉은 바위 산봉우리에 있는 하늘 성() 동굴에 머물고 있었다.

이때 진 마을에서 몇 명의 양치기들이 찾아와서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대들이 진리를 받아들이고 싶다면, 나의 모범을 따라야 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이것과 상반되는 것들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상반되는 것이란 무엇입니까?"

그들의 질문에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들으렴, 친구들이여, 보시자들이여!

 

        무의미한 행위와 겉치레,

        겁없이 대화는

        내가 포기한, 진리와 상반되는 가지라네.

        그대들도 포기함이 좋으리.

 

        뽐내게 하는 위치와

        다툼을 이르키는 단체,

        위선으로 지속되는 지위는

        내가 포기한, 진리에 상반되는 세 가지라네.

        그대들도 포기함이 좋으리.

 

        지견 없는 스승과

        신심 없는 제자,

        계율을 지키지 않은 형제[法友]

        내가 포기한, 진리에 상반되는 가지라네.

        그대들도 포기함이 좋으리.

 

        잔소리만 늘어놓은 아내와

        언제나 벌을 주어야 아들,

        건방지며 으스대는 하인은

        내가 포기한, 진리에 상반되는 가지라네.

        그대들도 포기함이 좋으리.

 

이 노래를 듣고 보시자들은 모두 신심과 영감으로 고무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 2 ]

어느 날 미라래빠가 높은 낭떠러지에 있다가 엄청난 강풍이 휘몰아 치는 바람에 그만 떨어졌다. 그의 몸이 절벽에서 떨어져 큰 나뭇가지에 부딪치자 제자들은 혹시 스승께서 크게 다치시지는 않았는지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하였다.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상처가 없음을 보여준 뒤 노래하였다.

 

        절벽에서 강풍에 날려가

        무자비하게 나무에 부딪혀

        참을 없는 고통에 사로잡혔지만

        다끼니 여신들이 육신을 고쳐주었네.

 

 [ 3 ]

또 어느 날 미라래빠가 절벽의 꼭대기에서 떨어졌다. 제자들은 이를 목격하고 떨어지는 스승을 받으려고 분주히 달려갔다. 미라래빠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스승은 이미 자리를 잡고 편히 앉아 있었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스승에게 제자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쭈었다. 그러자 미라래빠가 노래로 응답하였다.

 

        비이원의 독수리 날개 펼치고

        붉은 바위 절벽 꼭대기로 미라는 날았네.

        떨어짐은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짐이요,

        놀이는 제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노는 것이요,

        벗어남은 윤회와 열반에서 벗어남이며,

        받음이란 진아의 지복 공성을 받음이라네.

 

 [ 4 ]

또 어느 날 미라래빠가 높은 절벽 끝에 앉아 있었다. 때마침 한 소녀가 지나가다 쳐다보고 외쳤다.

"그곳에 앉아 계시면 안 돼요. 그곳에 앉아 계시면 안돼요. 너무 위험해요!"

그녀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마라래빠는 여전히 거기 앉아 있었다. 이때 그이 밑에 있던 흙더미가 절벽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거대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찰나, 미라래빠는 '위협의 무드라'를 지으며 몸을 날려 피했다. 제자들은 스승이 크게 다쳤으리라 생각하고 그가 피한 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이르러 보니 미라래빠는 평안히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몸은 꽃과 같네.

        위태로운 붉은 바위에서

        악마들이 움켜쥐려 안간힘을 쓰건만

        여신들이 안전하게 품고 있나니

        악마들은 다시 시도하지 않으리.

 

이때 제자들이 여쭈었다.

"존귀한 스승이시여,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나무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은 까닭은 무엇입니까?"

미라래빠는 응답하였다.

"나의 육신은'무지개 몸'으로 바뀌었고, 번뇌는 지혜로 바뀌었다. 그리고 비유(非有) 진리를 깨달았으므로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 여덟 가지 세속의 욕심을 버렸으므로 네 악마들은 모두 내게서 치욕을 당하고 떠나버렸다."

"선생님께서는 네 악마들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여기십니까?"

"그렇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십삼 대(十三代)까지 나의 법을 잇는 자들은 네 악마들의 침입을 받지 않으리라."

 

 [ 5 ]

느날 어떤 딴뜨라 수행자가 위 지역에서 미라래빠를 만나러 왔다. 쎄완래빠가 그에게 물었다.

"위에는 어떤 부류의 성취자들이 삽니까?"

수행자는 대답하였다.

"그곳에는 비인간들이 시중을 들고 음식을 바치는 성취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미라래빠가 말하였다.

"내가 판단하건대 그들을 성취자로 볼 수 없다네."

쎄완래빠는 스승에게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도 비인간들로부터 예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 나는 이와 같이 받는다네."

 

        한없는 하늘의 보물인

        삼매는 나의 하인이요.

        여신들은 음식을 준비하지만

        이는 성취자의 증거가 아니라네.

 

이에 수행자는 대꾸했다.

"하지만 위 지역에서는 수호불을 볼 수 있는 명상 수행자들도 있답니다."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했다.

 

        마음의 본질을 보고

        무명의 안개 걷힌 자에게

        여신들의 모습을 나타내네.

        하지만 본질의 세계에서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나니

        마음속에 바라보려는 노력 사라지면

        만법은 저절로 발현되네.

        이는 다끼니 여신들의 가르침이네.

 

        가장 심오한 가르침은

        오직 스승으로 부터 주어지네.

        스승과 함께 해야만

        세속적이고도 지극한 모든 성취 얻어지며

        선량한 모든 소원 이생에서 성취되네.

        이는 다끼니 여신들의 증언이지만

       이것도 성취자의 증거는 아니네.

 

수행자는 다시 여쭈었다.

"그러면 어떤 비유로 마음의 본질을 설명하시겠습니까?"

미라래빠는 그의 물음에 답하여 노래하였다.

 

        생겨남이 없는 마음의 본질은

        비유나 상징으로 설명할 없네.

        어리석은 자들은

        불멸하는 마음의 본질을 설명하려 애쓰지만

        깨달은 자에게는 저절로 풀이되네.

        '상징되는 ' '상징하는 자'가 전혀 없나니

        이것은 일체의 언어와 사념을 초월한 영역이네.

        법계(法系) 축복은 얼마나 놀라운가!

 

이 노래를 듣고 수행자는 자신의 그릇된 관념을 깨닫고 미라래빠에 대하여 불변의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그를 시자 제자로 받아주고 교의로 입문시켰다. 그는 열심히 수행하여 마침내 수승한 깨달음을 얻은 명상자가 되었다.

 

이 장은 네 악마들의 정복과 딴뜨라 수행자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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