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 도제왕축래빠를 만나다 

  미라래빠는 딩마진의 렉빠두짼 동굴에 머물면서 제자와 신도들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수행을 권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수승한 체험을 증득하게되었다. 제자들 중 매우 근면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는 호랑이 부족의 후예였다. 깨달음의 여명이 밝아오자 스승에 대한 그의 신심도가 깊어갔다.어느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스승에게 간청하였다.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윤회계의 비참함과 해탈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잠시 동안이라도 안일하게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습니다. 제발 저를 시자로 받아주소서! 그러면 밤낮으로 선생님 곁에서 수도할 수 있을테니까요. 선생님의 공적과 법계(法系)스승들의 거룩한 행적을 생각하면, 세속의 갖가지 공적은 부질없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청하오니, 저에게 진리 수행에 필요한 가르침을 허락하소서!" 

  미라래빠는 이에 노래로 응답하였다. 

         우리 법통의 원조(元祖)는 지금강불이요, 

         증조(曾祖)는 거룩한 띨로빠요, 

         조부(祖父)는 대학자 나로빠요, 

         아버지는 역경사 마르빠요, 

         나는 수도자 미라래빠라네. 

         심오한 가르침의 원천인 이들은 

         여섯가지의 의지처가 되네. 

         내 그대들에게 '여섯 가지 속임수'를 들려주네. 

         사원은 속이 텅 빈 

         뗏목들의 집합소--- 

         승려 생활은 거룩하고 순수한 듯하지만 

         속이고 허망하여 속이 비었네. 

         하여 나에게는 그런 친구들 필요없다네. 

         마음속에 평화를 깊이 간직한 자는 

         갖가지 뜬소문과 비난에 관심없네. 

         생명열 내부에서 타오르면 

         모든 양모옷이 소용없네. 

         무거운 예복(禮服)도 필요치 않나니 

         집안일에 이러쿵저러쿵 신경쓰고 싶지 않기 때문. 

         세상사가 싫어지면 

         재물과 소유물은 가치없네. 

         때문에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고 

         재물을 바라지 않네. 

         불굴의 인내와 정진심(精進心)이 생기면 

         자녀와 제자들은 중요하지 않네. 

         모임과 방문객이 필요하지 않으니 

         수행을 방해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네. 

         심오한 가르침을 수행하는 자는 

         진리와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잃나니 

         자존심과 교만을 자극할 뿐이기 때문이네. 

         하여 나에게는 경서(經書)와 학식이 아무 소용없네. 

         이는 '여섯 가지 속임수'의 노래이니 

         여기서 핵심 교의를 찾을진저. 

         그대 젊은이여, 

         심사숙고하여 이를 마음속에 새기렴! 

젊은이는 탐복했다. 

"정말 옳은 말씀이군요. 스승이시여! 저희들같이 어리석은 중생들을 위해 선생님 자신의 여섯 가지 공덕과 그 수승함을 들려주소서!"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했다. 

         나는 지금껏 '수승함'을 자랑한 적 없지만 

         법통(法統)의 위대함은 찬양받아 마땅하기에 

         '여섯 가지 수승함'의 노래를 부르리. 

         훌륭하도다, 스승과 부처님들의 자비심이여! 

         훌륭하도다, 수호불과 신들의 은총이여! 

         훌륭하도다, 진리 수호신들의 능력과 힘이여! 

         훌륭하도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르침이여! 

         훌륭하도다, 미라래빠의 인내심이여! 

         훌륭하도다, 그 제자들의 신심(信心)이여! 

         나, 이제 '여섯 가지 즐거움'을 노래하리 

         즐겁도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수도함이여! 

         즐겁도다, 스승의 가르침을 명상함이여! 

         즐겁도다, 견고한 방석 위에 앉았음이여! 

         즐겁도다, 홀로 동굴에 머무름이여! 

         즐겁도다, 굶주림과 추위에 벗어남이여! 

         즐겁도다, 쿠콜동작을 수행함이여! 

         나, 이제 '여섯 가지 모임'을 노래하리. 

         낮이면 사람들이 여기 모이고 

         밤이면 다끼니들이 모이네. 

         아침과 저녁에는 음식과 의복이 모이고 

         내 영혼에는 깨달음의 바퀴[法輪]가 모이네. 

         바깥 세계와 내 마음은 '하나'로 모이네. 

         나, 이제 '여섯 가지 지킴'을 노래하리. 

         락마에선 '보리행(菩提行)'을 지키고 

         '붉은 바위 보석 골짜기'에선 독수리를 지키고 

         붉은 바위 위에선 하늘을 지키고 

         묀 지방에선 호랑이굴, 사자굴을 지키고 

         까따야 수정(水晶)동굴에선 질경이를 지키고 

         '백마의 이빨 동굴'에선 중심을 지키네. 

         나, 이제 '여섯 가지 탁월함'을 노래하리 

         탁월하도다, 마하무드라의 정견이여! 

         탁월하도다, 나로빠의 육법(六法)이여! 

         탁월하도다, 방편의 심오한 행법이여! 

         탁월하도다, 삼신(三身)의 자증(自證)열매여! 

         탁월하도다, 까귀빠 성자들의 은총이여! 

         탁월하도다, 미라의 심오한 가르침이여! 

         오, 신실한 보시자들이여, 제자들이여, 

         악행자는 세상에 많으나 덕행자는 적네. 

         모든 고통은 죄악의 응보(應報)요, 

         모든 기쁨은 덕행의 과보이니 

         이들은 모두 스스로 지은 행위의 결과일 뿐이네. 

         우리 다시 만나자꾸나. 

         다시, 또 다시 만나자꾸나. 

  노래를 듣고 제자들과 보시자들은 한결같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크게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미라래빠는 청년을 시자로 받아들였다.그는 후에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가 곧 따곰램빠도제왕축으로 알려진 제자이다. 

이 장은 도제왕축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