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8. 째링마 여신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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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째링마 여신의 도전 


밀라래빠 (3).jpg   



  
         백설의 나라에서 태어난 임은  
         세속의 티끌 흔적 없으며,  
         온갖 고통과 시련을 극복한 나로빠의  
         영적 승계자에게 축복받았네.  
         일체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임은  
         영약과도 같은 분,  
         모든 중생이 해와 달처럼 떠받드니  
         곧 거룩한 성취자 미라이시네.  
         아버지 래빠를 숭앙하며  
         저는 임에게 예배드립니다.  
  
북쪽 눈[雪]의 나라 티벳과 네팔의 경계 지점에, 서로의 언어는 다르지만, 한때 온갖 종류의 물품을 교환하던 화려하고 번창한 교역장소가 있었다.  
그곳에는 나가[龍神]왕궁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항상 나각(螺角)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곳은 부와 재산이 절로 늘어나는 곳이었다. 동쪽으로 달리는 사자처럼 보석 바위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왼편으로는 장수(長壽)의 여신인 째링마가 살고 있엇다. 그곳은 설산의 신(神)들이 에워싸 지키는 천혜(天惠)의 장소로, 초원과 목초지가 많았으며 여러가지 약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축복받은 그곳 '약초 골짜기'의 은둔처 곁으로는 로따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임진년(壬辰年)여름 첫째달 초파일 한밤중에 미라래빠는 유동삼매에 들었다. 그러자 열여덟 대악마(大惡魔)들이 세상의 모든 마군과 귀신들을 이끌고 수행을 방해하려고 찾아왔다. 그들은 땅을 흔들고 하늘을 변화시키면서 온갖 마법을 행하였다. 특히 다섯 마녀들은 갖가지 추악하고 소름끼치는 형상을 나타내 보이며 미라래빠의 명상을 방해하려고 하였다. 이리하여 미라래빠는 여러 부처님들과 다끼니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노래를 불렀다.  
  
 
         거룩한 스승이시여,  
         삼업(三業)이 정화된 로작와,  
         임에게 기도합니다.  
         무색계(無色界)에서 오신 임이시여, 부디 굽어 살피소서!  
 
         진리의 강 가는 길 은둔처에서  
         티벳의 수도자 미라는 명상에 잠심하네.  
         생명 에너지 집중하여 나타난 환영들은  
         수행자를 미혹시켜 두렵게 하네.  
 
         색계의 신들과 마군들이 남김없이 여기 나타났는데,  
         그중 다섯 마녀는  
         사악한 모습을 나투어 수행자를 방해하네.  
         해골처럼 공포스런 마녀는  
         히죽이 웃으며 수미산을 들어올리고,  
         혀를 길게 내뻗어 피를 토하네.  
         짙붉은 마녀는 바닷물을 집어삼키고,  
         분노의 야만따까 모습을 지닌 마녀는  
         해와 달로 만든 바라를 두들기네.  
         온 몸에 재를 뿌린 마녀는  
         별무리.혹성을 짓밟고 춤추며 자지러지게 웃네.  
 
         또한 요염하고 어여뿐 천녀는  
         매혹적인 눈길로 응시하며  
         아리따운 용모와 매력적인 미소로  
         수행자의 마음을 앗아가네.  
 
         한편 몸을 은닉한 사악한 마군들은  
         험상궂은 큰 손 뻗어 숲을 휘어잡고  
         바위를 던지고 지축을 뒤흔드네.  
         수행자의 주의에 참호를 파고  
         사방에 네 거인을 세워 감시하네.  
         그때에 모든 천계들은 불타고  
         사대주는 홍수로 범람하네.  
         하늘에는 악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니  
         "나가라! 나가! 여기서 떠나거라!"  
         그들은 공포의 질병을 소낙비처럼 퍼붓고  
         가증스레이 웃나니  
         "와,하! 하! 하!  
         네놈의 지혜는 그 기초가 흔들리도다!"  
 
         오,자비의 스승들이시여, 수호불이시여!  
         본질에 거하는 거룩한 빠워.빠모여!  
         놀라운 마법과 무수한 마병을 거느린 신장들이여!  
         수행자를 지키고 보호하소서!  
         분노의 모습 나퉈 송곳니 드러내고  
         공포의 용자(勇姿) 나퉈 마군을 물리치소서!  
         거만하고 오만한 염라대왕의 모습을 나타내시길......!  
 
         하늘에 계시는 분노의 신들이여! 번갯불을 토하고  
         뇌성으로 "훔! 패!"외치고  
         소낙비를 퍼부으소서!  
         열두 가지 성난 얼굴로 오만 불손하게 웃으며  
         모든 마군의 덫과 올가미를 부수소서!  
         수행자를 축복하고 입과 몸을 정화하소서!  
 
         하여 몸과 마음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 불길한 조건이  
         보리도(菩提道)의 수행과 가르침으로 승화되게 하소서!  
         수호불과 다기니들의 기도에 응하여  
         마군을 익사케 하소서!  
 
   
이와 같이 미라래빠는 스승과 수호불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이때 열여덟 마군들은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의 방해로 마침내 마음의 평정을 잃은 것 같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그들은 기뻐했지만 그렇다고 미라래빠의 내적 깨달음과 체험의 경지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이에 마군은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로 미라래빠를 한 번 더 시험해 보려고 '방해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목청 좋은 가인(歌人)이여,  
         베다의 성자처럼 큰소리로 운율을 노래하네.  
 
         적정처에 홀로 남아  
         수호불과 다끼니 군사들의 도움을 청하나  
         모든 도움 거절당하면  
         그대는 흔들리고 두려워하리라  
          
         겁에 질려 떠는 자여,  
         잠시 동안 우리의 노래를 들으렴.  
 
         황금 날개 지닌 여의주 용왕은  
         '남로의 제왕'이라 불리네.  
         하늘 높이 날며 날개 아래로  
         절벽 위의 숲을 내려다보고  
         설산준령에 에워싸인  
         고원의 약초 골짝을 굽어보네.  
         음력 상서로운 초파일  
         팔만 방해꾼들이 여기 모였나니  
         하늘은 마병으로 가득찼네.  
 
         색계의 대신령들과 권능 있는 마병,  
         땅위에 기어다니는 미천한 뱀신들까지  
         모두들 분노의 형상 나투어 찾아왔네.  
         이적(異蹟)의 능력과 게걸스런 탐욕으로  
         수행자를 혼란시키고 훼방하려 모였네.  
 
         열여덟 대신령은 두목들이요,  
         시방의 수호신은 열 명의 수행원들이네.  
         또한 열다섯 동자신들과 식육(食肉)의 다섯 마녀들,  
         그리고 인육(人肉)을 삼키고 흡혈하며  
         희생의 향기를 즐기고 돌[石]을 삼키는  
         빠모 마녀도 찾아왔다네.  
         또한 세상의 모든 악행을 시현하는  
         씬모 마녀도 찾아왔네.  
         우리는 여기 오기전에 점을 쳤도다.  
         "이번에는 바로 네 차례야. 네가 당해야 할 차례야!"  
         그대가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나니  
         그대는 힘도, 자유도 없네.  
         그대 목숨을, 그대 마음을, 그대 영혼을  
         우리는 빼앗으러 왔나니  
         그대 숨을 멈추게 하고, 그대의 육체에서 의식을 빼앗으리라.  
         그대 피를 마시고, 그대의 살과 오온(五蘊)을 먹으리라.  
         그대의 목숨은 이제 끝장났나니.  
 
         그대의 까르마와 쌓인 공덕은 다 소진되었네.  
         죽음의 마왕(염라대왕)은 그대를 먹으리라.  
         까르마의 검은 오랏줄로 단단히 묶으리라.  
         오늘밤에 그대는 세상을 떠나리라.  
 
         이생에서 행한 일을 후회하느냐?  
         죽음의 마왕이 결박할 때 그대는  
         도망하겠느냐? 아니면 맞이하겠느냐?  
         비참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자신 있느냐?  
         우리는 이것을 그대에게 묻노라.  
 
         오늘밤 그대는 우리의 발자취 따르리.  
         죽음의 마왕이 사자(使者)를 보내리.  
         바르도의 흑암은 어둡고 무섭나니  
         그대는 몸을 위한 보호자가 있느냐?  
         그대의 입을 위한 소원(所願)의 준마를 가졌느냐?  
         그대의 마음은 떠날 준비가 되었느냐?  
 
         아아, 불쌍한 수행자여, 친구도 가족도 없이  
         침침하고 무서운 먼 곳에 외로이 사는 자여,  
         험난하고 위험한 길을 홀로 가는 자여,  
         여기서 지체 말고 빨리 떠날진저!  
  
 
마군과 유령의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는 생각하였다.  
'이들 악마들과 우주의 삼라만상은 모두 마음의 표현에 불과하다. 이는 모든 경론(經論)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거룩한 스승의 감로수와 같은 가르침에 의하면 마음의 본성은 모든 극단적인 언어의 유희를 초월한 투명한 공성(空性)이다. 그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심지어는 염라 대왕의 무수한 마병들이 포위하여 무찌르려고 하더라도 결코 상해를 당하거나 더럽혀지거나 파괴되지 않은다. 뿐만 아니라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들이 온갖 공덕을 모아 무한한 광명의 빛으로 비추더라도, 그것은 더 영화롭게 되는 것도 아니요, 욕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본성은 어떤 경우에든 항상 그대로 남아 있을 뿐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한편 족쇄와 같은 육신은 주관, 객관이라는 집착심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기에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만약 신들과 악마들이 이 육신을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주겠다. 모든 생명체는 무상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육신을 버릴 기회 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가치 있는 예물을 드리는 일이 되리라.  
내 앞에 나타난 귀신과 악마들의 환영은 주객(主客)의 잘못된 사고 작용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방해자와 방해받는 자를 감지하고 보는 것은, 마치 눈이 불완전한 사람이 환영의 구름이나 안개나 신기루를 보는 것과 같다. 생사 윤회계의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로부터 비롯된 근본 무명(根本無明)으로 인해 습관적 사고가 생겨나고 여기서 불안정한 사념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미망의 환영(幻影)들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들 몽환의 영상을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미라래빠는 실상의 경계와 합일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 불변의 확신으로 두려움 없이 노래를 불렀다.  
  
 
         여기는 당마진, 이름난 장소이네.  
         인도인과 티벳인들이 함께 모여  
         물품을 교역하는 시장터.  
 
         이곳엔 그대 천상의 여왕이 사네.  
         백설의 호수를 지키는 여신 째링마여,  
         머릿단은 험준한 산봉우리 흰 눈으로 장식하고  
         치맛자락은 약초 골짜기의 푸른초원으로 수놓았네.  
         여기 강물이 휘감아 흐르는 곳,  
         팔만(八萬)말썽꾸러기들이 모였네.  
 
         위로는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천국으로부터  
         아래로는 굶주린 귀신[餓鬼]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나  
         우둔한 노래를 부르네.  
 
         허공을 떠도는 무수한 귀신들이 나타났나니  
         향기를 마시는 귀신들,  
         더러운 귀신들, 굶주린 귀신들,  
         흡혈귀들, 식인귀(食人鬼)들, 시체를 이르키는 귀신들,  
         인형(人形)의 귀신들, 중뽀 악마들......  
         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악마들이여! 악령들이여!  
         그중 공포의 귀신들은  
         인육을 삼키는 다섯 마녀들.  
         마녀들은 욕설을 퍼붓고 저주하나니  
         "너를 죽이겠다! 너를 삼키겠다!"  
         죽음의 공포 때문에 미라는  
         불멸의 마음[一心]을 명상하고  
         무생(無生)의 세계에 깊이 잠기었네.  
         수행의 핵심은 윤회로부터의 해탈.  
         모든 교의의 진수(眞髓)를 따라  
         미라는 각체(覺體)를 여실하게 아노라.  
 
         명백한 무상성을 확연히 깨달았나니  
         투명한 공(空)을 알기에  
         나는 생사를 두려워 않노라.  
 
         여덟 가지 괴로움이 두려워  
         윤회계의 번민과 고뇌를 명상하고  
         인과응보를 깨달아 삼보에 귀의하네.  
 
         수행자는 깨달음의 마음을 부단히 명상하여  
         습관적 사념의 뿌리를 제게하네.  
         눈앞에 무엇이 나타나든지  
         허망한 그림자임을 아나니  
         삼악도를 두려워하지 않네.  
 
         생명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여  
         생명 에너지 통로를 수행하고  
         심오한 가르침으로 세 가지가 결국 하나임을 명상하여  
         육근(六根)을 통달하네.  
         하여 법신을 깨닫고 성도(聖道)를 걷노라.  
 
         미라는 불생의 법계(法界)에 녹아들었나니  
         지금 바로 죽은들 후회를 하랴, 두려워 하랴.  
         그대 현상계의 신들과 몽매한 악마들아!  
         남녀 중생의 목숨을 앗아간 자들아, 나의 노래 들으렴!  
         인간의 육신은 오온(五蘊)이 화합하여 만들어졌나니  
         덧없는 것이요, 미망의 것이요, 죽을 것이네.  
         때가 되면 버려야 하나니  
         원하는 자는 육신을 가져갈진저!  
         아아, 뭇 존재를 위해 육신을 바칠 수 있다면,  
         무수한 부모에게 바칠 수 있다면,  
         하여 이 몸을 성심으로 바치나니  
         그대들 기뻐하고 만족할진저!  
         이 같은 미미한 덕행으로 말미암아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로부터 지어온  
         죄업과 빚이 청산되기를... ...!  
 
         흔들리는 마음이 비어 있어 실체 없음을 미라는 잘 아네.  
         열여덟 지옥계(地獄界)의 마군들이 모두 모여 공략하면  
         미라를 쉬이 무너뜨릴 줄 알았더냐.  
         무명의 본질을 꿰뚫어 보나니  
         미라는 공(空)의 수행자도다!  
 
         미라는 악마를 두려워 않나니  
         그대들 마음이 지어낸 환영이기에.  
         실상처럼 보이나 실체 없는 것이기에.  
         오, 매혹적인 연극이여!  
         멋들어진 윤회의 연극이여!  
 
미라래빠는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노래한 후 악마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시작을 알 수 없는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는 삶을 거듭하여왔다. 우주의 모든 먼지 수만큼이나 많은 삶을 살아왔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무수한 전생을 살아오면서 선한 목적을 위해 살기보다는 부질없는 일에 몰두하여 고통과 온(蘊)을 점점 쌓아왔다. 그대 신들과 악마들이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으로 만들어진 더러운 몸을 원하다면 나는 당장 주겠다. 육도 세계의 모든 중생들은 나의 어머니요 아버지이니, 그들에게 진 빚(은혜)을 갚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관(五官)과 내장과 피와 살과 뼈, 모든 부분들 지금 바치겠으니 그대들이 원한다면 어떤 것이라도 취하여 즐기도록 하라! 이 육신의 공양으로 말미암아 모든 악마들과 악령들은 증오와 악의를 버리고 자비심을 이르키길 바라노라. 자비의 씨앗이 본래 지닌 대지혜와 '하나'되어 모든 악마들은 악과 고통에서 영원히 해탈될진저! 모든 중생들이 지복과 선(善)과 지족(知足)을 향유하도록 나는 이 공덕을 회향하노라."  
미라래빠의 말을 듣고 뭇 천신들과 악마들은 악의에 찬 언행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그들은 미라래빠를 향해 경외심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자 살을 먹는 다섯 마녀가 외쳤다.  
"당신이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은 참으로 경탄할 일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해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실은 깨달음과 지견(知見)을 시험하려고 온 것이예요. 마군들이 만들어낸 온갖 외적 방해물이란, 자신의 내적 집착심에서 생겨난 것에 불과해요.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 당신은 다소간 두려움을 지니고 신들과 천녀들에게 간청했지요. 이를 보고 우리는 당신이 아직까지 마음속에 욕망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음을 알았지요. 따라서 무례한 말로 조롱하고 위협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 당신의 신실하고 진실한 응답을 들었으므로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후회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위혐에 처하거나 마음이 흩어질 때마다 마땅히 마음의 본질을 명상해야 합니다.  
그러면 모든 장애물은 반드시 극복할 거예요. 그렇게 하면 브라흐마 하늘로부터 땅에 이르기까지 삼천대천세계가 흔들리고 무너질지라도 놀라거나 두려워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다섯 마녀들은 미라래빠에게 이렇게 충고한 뒤 하늘로부터 한목소리로 노래하였다.  
  
 
         오, 위대한 수행자 래빠시여,  
         공덕을 많이 닦아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천혜의 환경에서 수도하는 분!  
         지난날 소원은 때가 되면 익나니  
         거룩한 진리의 가르침을 수행하시는 군요.  
          
         임은 선량하고 탁월하신 분이지만  
         우리는 낮고 비천한 존재들이지요.  
         지견은 좁고 무명(無明)은 큽니다.  
         공덕이 적어 나쁜 생각 지니고  
         지은 악업 때문에 하늘에 떠돌지요.  
 
         애매한 언어는 오해받기 쉬워  
         우리는 비유로 노래합니다.  
         임의 마음은 맑고 깊을지라도  
         무드라의 자세로 경청하소서!  
 
         동방의 상서로운 관문(關門)을 지나면  
         중국 여인들은 비단을 짜고 있지요.  
         자매들과 종알대며 지껄이지 않는다면  
         바깥에서 부는 바람이 비단천을 어찌 망치겠어요?  
         때문에 마음 기울여 세심히 베짜는 게 중요하지요.  
         북방에는 몽고 제국,  
         용감하고 힘센 병사들이 싸움을 잘 하지요.  
         나라 안에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게싸르 왕의 군대인들 두려울까요.  
         때문에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지요.  
 
         서방(페르시아)왕의 가파른 관문에는  
         조개 모양 은밀한 징표의 문이 있지요.  
         대장장이의 굳센 쇠빗장이 안에서 부서지지 않는다면  
         어떤 대포의 포환도 바깥에서 파괴치 못하지요.  
         때문에 안의 문은 튼튼히 잠금이 중요하지요.  
 
         남방 네팔은 천둥과 암석의 나라지요.  
         백성들이 도끼로 백단향(白檀香)나무를  
         마구잡이로 찍어내지 않는다면  
         묀 침입자들이 어떻게 베어내겠어요.  
         때문에 백성들이 삼림을 보호함이 중요하지요.  
 
         진 강 가까이 조용한 은둔처에서  
         미라래빠님은 온전히 명상하지요.  
         마음속에 악마의 사념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악마의 군단인들 어찌 위협할 수 있겠어요.  
         때문에 내면의 마음을 다스림이 중요하지요.  
 
         오, 수행자님이시여,  
         여기엔 어떤 의혹도 품지 마소서!  
 
         공의 진리체(眞理體)언덕에서  
         굳건히 삼매성(三昧城)을 지키소서!  
         보리심의 옷을 입고  
         지혜와 자비의 검을 들면  
         네 악마의 마군들은 해치지 못하지요.  
         주객의 생각을 품지 않는다면  
         어떤 악마도 해치지 못하지요.  
         염라왕의 수졸들이 에워쌀지라도  
         수행자를 굴복시키지 못하지요.  
      
         바깥으로 세상의 유혹이 크고  
         내면으로 졸음과 산란심이 일어나며  
         집착과 애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  
         초월지(超越智)에 잠시 잠심할지라도  
         내면의 유령과 악마들의 환영는 극복하기 어렵지요.  
         이는 간사하고 교활한 번뇌 망상 때문이나니  
         번뇌 망상은 공포와 희망의 비탈길에 숨었다가  
         덫과 밧줄로 수행자를 낚아채지요.  
         하여 내면의 성(城)을 굳게 지키려면  
         수행자는 불침번 파수꾼을 부단히 세워야 하지요.  
 
         진주 같은 이 노래는  
         네 가지 비유와 다섯 가지 의미를 지녔지요.  
         깨달음의 거울인 양 마음을 밝히나니  
         오, 훌륭한 수행자님이시여, 숙고하소서!  
  
 
미라래빠는 마녀들에게 대답했다.  
"외부 세계에 나타난 온갖 악마와 신들은 집착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망상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집착하는 마음은 외부에 나타난 모습에 사로잡혀 그것을 실체라고 믿고 만다. 그대들이 말한 것은 모두 진실하지만 우리 수도자들은 장애물을 전적으로 나쁘다거나 유해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악마들이 나타내 보이는 온갖 형태의 환영들을 우리는 유익한 조건, 또는 은혜로운 선물로 여긴다. 악마들의 방해는 마치 말을 채찍질하는 소리처럼 게으른 초보자들에게 참으로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왜냐하면 뜻밖의 충격은 각성 상태를 한층 깊고 예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악마들의 방해는 몸과 마음을 도와 빨리 삼매에 이르게 해준다. 이미 확고한 깨달음의 길에 들어선 수행자들에게는 이런 방해들이 대지혜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이런 방해들은 깨달음의 빛을 더욱 명정하게 하여 주어 내적 삼매를 더욱 깊게 해준다. 이를 통해 지순한 깨달음의 마음이 발현되어 명상자는 더욱 깊이 수도에 정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모든 신들과 악마들이 사실은 진리의 수호자들임을 알았다. 이 수호자들을 붓다의 화현(化現)으로 본 공덕으로 인해 나는 한층 높은 성취를 이루게 되리라. 이리하여 방해물은 영적 정화의 유익한 도구로 바뀌고, 악은 덕으로 바뀌게 된다.  
  
이제 모든 번뇌 망상, 곧 흩어지고 혼란한 미망의 사념들은 진리의 몸 자체로  화하였도다. 따라서 그대들은 수행에 필요한 온갖 도움을 베풀었도다.  
구경처(究竟處), 곧 존재의 본질에서는 붓다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포와 희망, 선과 악에서 자신을 해방시킨 사람은 모든 존재들의 비실재성과 무자성(無自性)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음을 어지럽히고 날뛰게 만드는 모든 사념들은 모이거나 흩어지는 일이 없는 진리의 몸[法身]이라 불리는 법계(法界)속으로 녹아 버린다."  
미라래빠는 이를 다시 노래로 읊었다.  
  
 
         위대한 완성자들의 나라에  
         두 번째 붓다라 불리는 성자가 살았나니  
         그의 명성은 시방에 알려졌도다.  
         진리의 영원한 당간(幢竿)위에  
         보석처럼 빛나는 분이시니  
         거룩한 스승 마이뜨리빠이시네.  
         수행자는 임의 발 앞에 절하며 헌신합니다.  
 
         마이뜨리빠의 연화좌에  
         아버지 스승은 피어나셨네.  
         마하무드라의 지고한 지견으로  
         천상의 감로수를 마시고  
         본질의 진리를 깨달아  
         더할 수 없는 자유에 노니는 분은  
         지존자 마르빠이시네.  
         지순하고 죄 없는 분이시니  
         붓다의 화현이시네.  
 
         스승은 말씀하셨네.  
         "깨닫기 전에는  
         현상계의 만물이 속이고 혼란케 한다.  
         외부의 형상에 매달려  
         언제나 구속을 받게 된다.  
         깨달은 후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마법사의 그림자 놀이 같아  
         모든 대상은 유익한 친구가 된다.  
         남이 없는[不生]법신 안에서 만물은 깨끗하다.  
         지고한 진리의 세계[法界]에서는  
         어떤 것도 현현된 적 없다......."  
 
         스승은 또한 말씀하셨네.  
         "깨닫기 전에는  
         끊임없이 동요하는 마음의 의식이 무명에 가려  
         욕정과 요동과 욕망의 원천이 된다.  
         깨달은 후에는  
         동요하는 마음 자체가 광명한 지혜가 되어  
         모든 선과 공덕의 원천이 된다.  
         지고한 진리의 세계에는 지혜조차 없나니  
         하여 진리가 다한 곳[究竟盡處]에 이르게 된다."  
 
         "육신은 지.수.화.풍 네 원소로 이루어졌다.  
         깨닫기 전에는 모든 고통과 질병이 거기서 일어난다.  
         깨달은 후에는 '하나 속 둘'인 붓다의 몸이 되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지순하게 된다.  
         하여 근본 집착[無明]은 뿌리째 뽑힌다.  
         하나 지고한 진리는 몸[形相]조차 없다......"  
 
         사악한 남녀 악마와 유령들이  
         무수한 고통과 방해를 주지만  
         실재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실상을 깨닫고 나면  
         그들은 진리의 수호자들로 화하나니  
         그들의 도움으로 무수한 성취를 이루네.  
 
         지고한 진리에는 불타도 마군도 없나니  
         사람은 이에 법이 사라진 경계에 들어가네.  
         모든 수레들 중에서 이 지고한 가르침은  
         딴뜨라의 교의[金剛乘]에 있나니  
         딴뜨라의 지고한 가르침은 말하네.  
         "여러가지 요소들이 에너지 통로[氣脈]에 모일 때  
         악마의 형상을 보게 된다.  
         하나 마음이 창조한 환영임을 알지 못하고  
         실제하는 것이라 여긴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고 우둔한 바보라."  
 
         지난날 나는 눈 어둔 집착에 가려  
         혼동의 소굴을 방황하며  
         자애로운 신들과 사악한 악마들을  
         실재하는 존재들로 여겼네.  
         하지만 지존자의 은총과 축복으로  
         윤회계와 열반계가  
         존재함도 아니요, 존재하지 않음도 아님을 깨달았네.  
         삼라만상은 마하무드라일 뿐.  
 
         잔물결이 이는 호수에 비친 달처럼  
         흐리고 불안하던 지난날의  내 의식은  
         무명에는 제 성품 없음[無自性]을 깨달아  
         빛나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해졌네.  
         하여 무명과 혼동은 자취없이 사라졌네.  
 
         무지한 관념의 형상화인 악마들은  
         자체 성품 비어 있나니 빛나고 있네.  
         오! 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일인가!  
  
 
미라래빠는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진리에 대한 정견(定見)을 이와같이 노래하였다. 이로 인해 열여덟 대신령들과 모든 악마들은 그를 깊이 존경하며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물러서지 않은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이시군요. 저희들은 그걸 모르고 모독하고 괴롭히려고 찾아왔지요. 이제 저희들은 진심으로 후회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고 돕도록 하겠습니다."  
악마와 유령들은 이렇게 맹세한 뒤 소낙비에 흙탕물이 튀듯 미라래빠의 발 앞에 꿇어 엎드려 예배드렸다. 이어 신들과 악마들은 모두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이 장은 위대한 수도자 금강미소인(金剛微笑人[미라래빠])이 세속의 다섯 다끼니들을 만나서 노래로 응답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갠종의 교사인 보디라자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회상하여 들려준 이야기이다. 이 노래는 '진주 염주'라 불리는 시적(時的)문체로 기록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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