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5. 현명한 소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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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현명한 소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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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래빠와 그의 아들 제자인 래충빠가 지참 지방에 있는 '다섯 작은 호수들' 근처에서 중생을 도우며 걸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의 명성은 곧장 주위에 알려져서 소문이 돌기 시작 했다.  
"보라, 미라래빠와 그의 아들 래충빠가 지금 띠셰 설산과 마팜 호수에서 수도하고 있도다!"  
그들의 명성이 높아지자 조로지참 사람들은 모두, '이들이야말로 참으로 놀랍고 훌륭한 수도자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존경심을 품고 수군거렸다.  
"저 위대한 수도자들을 찾아가보자!"  
  
이리하여 어느날, 많은 보시자들이 음식물과 예물을 준비하여 미라래빠 를 찾아왔다. 그들 중에는 진리에 깊은 신심을 지닌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자비심을 지닌 총명한 소녀로, 사실은 다끼니 천녀의 화신이였다. 그녀의 이름은 래충마였다.  
미라래빠의 이야기를 듣고 신심이 깊어진 그녀는, 네 명의 소녀들을 데리고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그녀와 친구들은 미라래빠와 그 아들의 명성을 확인하고 시험해보려고 다음과 같은 노래로 미라래빠에게 도전하였다.  
  
 
         삼보에 귀의 하오니  
         대자비 베푸시어 우리를 축복하소서!  
         오, 두 분 훌륭한 수행자 래빠님이시여,  
         잠시 동안 저희들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훌륭한 가문에 태어난 저희 다섯 소녀들은  
         수행자를 위해 노래 바치오니  
         저희 노래 들으시고  
         비유를 숙고하여 판단하시길... ...!  
 
         띠셰 설산(雪山)의 명성은 높고 높아서  
         소문만 듣고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찬미하지요,  
         "보라, 흰 눈 덮인 띠셰 산은 수정탑 같도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훌륭하고 경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지요.  
 
         띠셰 산 정상은 백설에 가려 있고  
         몸체는 눈옷을 입은 것뿐이지요.  
         위대하고 경이로운 건 없지만  
         주위의 산들이 조금은 멋있고 매력 있지요.  
 
         마팜 호수의 명성은 높고 높아서  
         소문만 듣고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하지요.  
         "보라, 초록색 마팜호는 옥구슬 만달라 같도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훌륭하고 경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지요.  
 
         하늘의 빗물이 떨어져 고이고  
         개울 강물이 남실대며 흘러 모인 것뿐이지요.  
         호숫가에 많은 바위가 깔려 있고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을뿐,  
         위대하고 경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  
 
         창공에 솟은 '붉은 바위' 명성은 높고 높아서  
         소문만 듣고도 사람들은 저마다 탄복하지요.  
         "보라, 저 바위는 보배 구슬 같도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보면  
         불쑥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일 뿐이에요.  
 
         그 위엔 풀들과 나무들이 무성하고  
         주의에 시냇물이 졸졸대며 흐를 뿐,  
         위대하고 경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대들 래빠들이시여,  
         우리들은 너나없이 칭찬하기를,  
         "보라, 저들은 참으로 성취한 수도자들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서 살펴보니  
         수치 모르는 듯 알몸을 드러내고  
         함께 노래하고 읊조리며 흥청대는  
         한 쌍의 늙은이와 풋내기일 뿐이군요.  
 
         낡아빠진 무명옷은 걸친 둥 만 둥  
         걸식하며 방랑하는 두 사람 비렁뱅이,  
         집도 없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무모한 두 사람의 악당 같군요.  
         경이롭고 선한 모습 찾아볼 수 없고  
         위대하고 훌륭한 건 아무것도 없군요.  
         모든 곳을 두루 다녀본 우리 자매에게  
         오늘 순례는 시간 낭비요,  
         세상의 많은 소문 들어본 우리에게  
         오늘 아침 여행길은 무의미하네요.  
         이런 여행은 발만 아플뿐이예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 만나본 우리 자매에게  
         행자들 같은 늙은이. 젊은이 만남은 시간 낭비요,  
         세상의 많은 소문들어본 우리에게  
         행자들의 이름 듣는 건 귀만 따가울 뿐이에요.  
         붓다의 두 허수아비, 아니 두 마물(魔物)들은  
         저희들에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따름.  
 
         우리들의 노래 이해한다면  
         응답해 보시라고요.  
         그렇지 못할진댄 일어나 떠나도록 하세요.  
         우리에겐 그런 사람들 소용없어요.  
  
 
소녀들의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는 래충빠에게 말하였다.  
"오, 래충빠야, 설산 세 호수들은 붓다께서 이미 훌륭한 수도 장소라고 예언하신 곳이다. 이를 경멸하는 사람들에게 응답하지 않으면, 그 비방은 저주가 될 뿐만 아니라 거룩한 장소의 공덕을 더럽힐지 모른다. 몸과 말과 마음에 진솔한 우리 수도자들은 우리에 대한 비방의 노래에 응답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자의 정의와 공덕이 살아 숨쉬고, 비방이 바로잡아지게 된다. 자, 래충빠야, 이 아비와 함께 이 젊은 여자들의 노래에 응답하자!"  
  
 
         오, 여기 찾아온 신실한 보시자들이여,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이여,  
         유별나게 수다스런 다섯 소녀들이여,  
         응답의 노래를 귀담을진저!  
 
         그대들은 아느냐,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늙은이. 젊은 래빠들  
         오른편에서 노래하는 나는 수도자 미라래빠요,  
         왼편에서 노래하는 이는 도작래충이네.  
 
         나는 깨달음의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곡조, 깊은 의미의 노래 부르네.  
         그대 보시자들이여,  
         듣고 생각하고 명심하기를......!  
 
         띠셰 설산은 명성이 드높아  
         세상사람들은 멀리서 칭송하네.  
         "띠셰 산은 수정탑과 같도다!"  
         가까이 찾아와 바라보면  
         띠셰 산은 눈에 덮여 있네.  
         붓다는 예언하셨네.  
         이 산은 세계의 배꼽이요,  
         설산 표범이 춤추는 성소(聖所)라고,  
         산봉우리, 수정 같은 탑은  
         뎀축불이 사는 순백의 궁전이네.  
 
         띠셰 산 에워싼 장엄한 설산들은  
         오백 나한(羅漢)이 거하는 성봉(聖峰)이네.  
         여기는 여덟 분파의 모든 신들이 예배드리네.  
         주위엔 언덕과 늪이 펼쳐지고  
         향초(香草)는 무성히 자라 감로약의 원천이네.  
         이곳은 성취한 수도자들이 사는 장소,  
         초월 삼매를 성취하는 곳이네.  
         이보다 경이로운 장소가 있으랴,  
         이보다 수려한 장소가 있으랴!  
 
         마팜 호수는 명성이 드높아  
         세상 사람들은 멀리서 칭송하네.  
         "마팜호는 초록색 옥구슬 만달라이도다!"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면  
         청량수가 언제나 흘러 넘치네.  
         붓다께서 예언하셨네,  
         마팜은 더위를 몰아내는 '청량호(淸凉湖)'라고.  
         마팜은 사대강(四大江)의 근원이요,  
         물고기. 수달들이 노니는 낙원이네.  
 
         여덟 용왕들은 호수에 사네.  
         때문에 마팜은 여의주의 만달라 같도다.  
         천상에서 떨어지는 청량수는  
         성유(聖乳)의 방울인 양 감로수의 빗물 되네.  
         팔공덕수(八功德水)의 시원한 감로수라네.  
 
         호수 둘레의 아름다운 초원과 바위틈은  
         작은 용들이 노니는 곳.  
         장려한 잠부띠샤 숲은 무성하나니  
         남쪽 대주(大州)를 이름하여  
         염부제(閻浮提)라 하도다.  
         이보다 경이로운 호수 있으랴.  
         이보다 아름다운 호수 있으랴!  
 
         '붉은 바위' 는 명성이 드높아  
         세상 사람들은 멀리서 칭송하네.  
         "거대한 바위는 보석을 쌓아놓은 것 같도다!"  
         가까이 다가가 쳐다보면  
         평원에 우뚝 솟은 장엄한 바위 봉우리이네.  
         붓다께서 이미 예언하셨네.  
         비제 산맥의 큰 바위 검은 능선이라고.  
         여기는 삼림지의 북쪽 지방  
         티벳과 인도의 경계선,  
         인도의 호랑이 들이 어슬렁대며 포효하는 곳이네.  
 
         약목(藥木) 짼단과 쌍주 나무는  
         야생으로 무성하게 자라네.  
         '붉은 바위'는 빛나는 보석 덩어리,  
         천상의 성자들이 사는 궁전이네.  
         여신들의 축복받은 수행자들이 사는 곳,  
         여기 성취한 수도자들은 은둔하여 명상하네.  
         강물이 산을 에워싸고 흐르는 이곳은  
         세인(世人)들에겐 금지된 고요한 적정처.  
         이보다 아름다운 은둔처 있으랴.  
         이보다 경이로운 적정처 있으랴!  
 
         두 명의 늙은 래빠와 젊은 래빠의 명성을  
         세상 사람들은 멀리서 칭송하네.  
         "그들은 참으로 성취한 수도자들이도다!"  
         하지만 가까이 찾아와서보면  
         노인과 젊은이를 만날 뿐이네.  
         신비하고 경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네.  
         두 사람은 꾸밈없고 솔직하여  
         만나보면 물질의 집착과 분별심이 사라지네.  
 
         수행자가 벌거벗고 누워 있음은  
         이원(二元)세계 집착하는 옷을 벗음이네.  
         무심결에 남자의 성기를 들러냄은  
         스스로 만든 수치심이 없기 때문이네.  
 
         입으로 흘러나오는 미라의 노래는  
         내적인 체험의 자연스런 표현이네.  
         수행자가 입은 무명베옷은  
         타오르는 기쁨의 내부열 상징이네.  
 
         걸식하여 남은 음식 얻어 먹음은  
         욕심과 세상락의 버림이네.  
         세상에 무관하고 두려움 없는 마음이네.  
         수행자는 육근(六根)을 자연스럽게 누리며  
         천진하게 인생을 살아가네.  
 
         미라래빠는 신심 깊은 이들의 스승이요,  
         지고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원천이네.  
         보시자들이 예배하는 표상이요,  
         모든 성현들의 모범이네.  
         신실한 수도자들은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지견을 얘기하고 사견(邪見)을 버리네.  
         미라는 무자성(無自聖)의 진리 체득한 수도자요,  
         진리가 현현되는 원천이네.  
 
         미라는 마음의 평정을 얻은 자이니,  
         대도(大道)를 증득토록 제자들을 인도하네.  
         미라는 법신(法身)을 증득하였나니  
         자비심으로 이타행을 실천하네.  
         이보다 경이로운 일이 있으랴.  
         나보다 신비한 자 있으랴!  
 
         그대 소녀들아,  
         비록 많은 지방 순례했다지만  
         여행은 고달프고 힘들었을 뿐이네.  
         참으로 뜻있는 순례를 원한다면  
         성스러운 파빠와띠 사원을 찾으렴.  
 
         그대들이 모든곳을 여행했다지만  
         시간을 허송했을 뿐이네.  
         발은 아프고 지치기만 하였으리.  
         참으로 값진 여행을 원한다면  
         성스러운 보드가야를 찾으렴.  
 
         그대들은 다니지 않은 곳 없으련만  
         무의미한 여행을 했을 뿐이네.  
         참다운 순례를 원한다면  
         라싸의 출낭 사원을 찾으렴.  
 
         소녀들아, 배우지 않은 게 없다지만  
         그건 다만 불필요한 지식일 뿐이네.  
         참으로 심오한 가르침을 원한다면  
         수행 법통의 핵심 교의를 배우렴.  
         그대들이 믿고 의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만 친척일 뿐이였네.  
         참으로 신뢰할 사람을 찾는다면  
         훌륭한 스승을 찾으렴.  
 
         그대들은 많은 일 행했으련만  
         다만 업(業)을 쌓은 일뿐이었네.  
         참으로 소중한 일을 행하려면  
         거룩한 진리의 가르침을 행하렴.  
 
         이는 늙은이의 응답송이네.  
         그대들이 받아들이면 진정한 가르침이요,  
         그렇지 않다면 평범한 곡조일 뿐이네.  
         이제 그대들이 떠날 때가 되었네.  
 
         수행자들은 걸림 없이 살아가나니  
         그대들은 돌아가서 전과 같이 살으렴!  
 
 
소녀들 가운데에 서 있던 래충마는 미라래빠의 노래를 듣고 깊이 감동받았다. 그녀의 두 뺨에서는 진주 같은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던 패옥을 끄르고 머리를 장식한 보석들을 풀었다. 그리고 미라래빠의 발 앞에 덥석 꿇어 엎드려 간청했다.  
"오, 스승이시여! 저희 다섯 소녀들에게 진리의 가르침을 베푸소서! 저희들에게 심오한 가르침을 주세요! 저희들도 동굴에서 수도하게 하소서."  
래충마는 이어 다음과 같이 노래로 간청하였다.  
  
 
         하나의 등불이 다른 등불로 전해지듯이  
         가르침은 법신 금강불[持金剛佛]로부터  
         차례로 전해졌지요.  
 
         법계(法系)의 전수자들은  
         깨달음과 자비의 화신들인  
         띨로빠, 나로빠가 아니신가요?  
         인도까지 여행하며 진리를 전해오신 분이  
         위대한 역경사 마르빠가 아니신가요?  
         인내와 신심으로 스승의 시련을 감내하신 분이  
         선생님 미라래빠님 아니신가요?  
 
         벌거숭이 알몸은 영광을 드러내고  
         가르침은 풍부하고 아름답고  
         자비에 넘친 마음은 광명으로 빛나네.  
         아버지 래빠님의 몸과 말과 마음에  
         겸손히 엎드려 예배드립니다.  
 
         여기 참례한 저희 다섯 소녀들은  
         전생에 작은 공덕 쌓았나봐요.  
         인간의 몸 받았다지만 하천한 태생이기에  
         진리를 실천하려 해도 자제력이 적지요.  
         하지만 존귀하신 스승의 다함없는 축복받아  
         마음속에 깊은 신심 일어나지요.  
 
         허리띠에 매달린 비취와  
         머리에 장식한 진주를 바치오니  
         아버지 래빠님이시여,  
         붓다의 가르침 베푸시고  
         스승님의 생애담을 자세히 들려주세요!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나에게는 그대의 보석과 장신구가 필요없다. 진리를 수행하고자 간절히 열망한다면 나보다 더 훌륭하고 뛰어난 스승들이 많은 테니 그들에게 가서 배우도록 하라. 나는 음식과 의복에는 관심이 없고 인적이 드문 은둔처에서 살아간다. 그대는 이러한 생활 방식을 따를 수 없으리라. 음식과 의복이 부족하면 그대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자, 나의 노래를 들어보렴."  
  
 
         지금강불과 띨로빠의 축복받고  
         성자 나로빠의 시련을 감내한 스승은  
         두 언어 통달하신  
         아버지 마르빠 역경사이시네.  
 
         나는 마르빠의 축복을 받은 미라래빠요,  
         육신의 아버지는 미라셰랍곌짼이요,  
         어머니는 낭짜까곈이요,  
         나의 아명(兒名)은 퇴빠가였네.  
 
         우리 가족은 공덕과 선행 적어  
         인과응보의 법에 따라  
         아버지 미라는 일찍 돌아가시고  
         재산과 소유는 당숙과 당고모에게 빼앗겼네.  
         우리는 그들을 섬겼지만 그들은 도리어 우리를 학대했네.  
         개도 토할 음식을 굶주림에 겨워 먹고  
         넝마옷이 찟어져 혹풍은 살을 에고  
         살갗은 얼고 몸은 굳어졌네.  
         무서운 체벌은 면할 길은 없었고  
         성급한 당고모는 언제나 화를 냈네.  
         비천한 하인처럼 우리는  
         어깨를 움츠리고 살았네.  
 
         불행은 꼬리를 이어  
         쓰라린 고통을 당한 우리는 절망했네.  
 
         낙담한 나는 융뛴 스승과  
         롱뙨 라가 스승을 찾아갔네.  
         하여 뛰,쎄,때 마법을 배워  
         당고모 당숙의 면전에서  
         친척들과 고향땅에 재앙을 내렸네.  
         훗날 그 때문에 나는 깊이 통회하며 눈물로 참회했지만.  
 
         그후 나는 들었네. 마르빠 위대한 역경사의 이름을.  
         성자 나로빠와 마이뜨리빠 축복받은 마르빠 스승은  
         남강(南江) 윗마을에 살고 계셨네.  
 
         길고 험한 여행 끝에 그곳에 도착했네.  
         자애로운 아버지 마르빠 곁에서  
         6년8개월 동안 머물렀네.  
         그후 스승은 마라를 입문시켰네.  
 
         마르빠 스승은 직지(直指)의 가르침을 베푸셨으니  
         심오한 절대 정견(正見)인  
         마하무드라[大法印]를 진실로 알았네.  
 
         스승은 나로빠의 육법을 전수 해 주셨으니  
         이는 방편도의 지고한 가르침이네.  
         또한 네 종류의 입문을 거쳤나니  
         하여 성자 나로빠의 교의를 온전히 전수 받았네.  
 
         스승의 심오한 가르침을 받은 뒤  
         나는 세속사와 결별하고  
         부단히 진리 수행에 매진했네.  
         마침내 영원한 지복(至福)의 경지에 머물렀나니  
         이는 미라의 생애담이네.  
 
         그대 다섯 젊은 숙녀들아,  
         행운과 무한한 기쁨이 있을진저!  
         이제 우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렴.  
  
 
미라래빠의 생애담을 듣고 소녀들은 신심이 한층 깊어지고 새로워졌다. 그들은 마라래빠에게 시녀 제자로 받아주시도록 간청했다. 이에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그대들은 부유한 가문에 오염된 소녀들이다. 때문에 나에게 오더라도 삶의 고행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대들이 진리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나처럼 은둔 수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는 이어 '자아 성찰'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마르빠 역경사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합니다.  
 
         그대 다섯 자매들아,  
         진실로 진리를 수행코자 한다면  
         또한 나의 길을 따르려 한다면  
         나의 노래를 깊이 생각하여  
         스스로 해답을 찾으렴.  
         그대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려무나.  
         "나는 은둔 생활 고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윤회 세계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스승의 가르침을 굳게 따라  
         굳센 의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설령 죄악의 소굴 같은 고향땅을 떠난다 해도  
         고봉 준령 동굴에서 외로이 수도할 수 있을까?  
         마군(魔軍)의 올가미같은 친척의 해악(害惡)을 알고 떠난다해도  
         진리의 스승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있을까?  
 
         재산과 소유물은 마군의 미끼와 같네.  
         그 해로움을 알고서 떠난다 해도  
         궁핍하게 살면서 고행을 감내할 수 있을까?  
 
         '위'에서 생산되는  
         부드러운 순모 옷을 입지 않고도  
         따뜻하고 황홀한 내부열을 수행할 수 있을까?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을 버리고  
         겸손하고 비천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소녀들아, 이 생의 덧없음을 이해한다 해도  
         윤회 세계의 불확실성을 참으로 이해하는가?  
         이는 수행의 법통을 따르는  
         까귀 라마의 전통이네.  
         원한다면 나를 따를지니  
         심오한 교의와 방편도의  
         깊은 가르침을 전해주고  
         축복하며 입문을 허락하리라.  
  
 
노래를 듣고 소녀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들을 이끌고 온 래충마가 말하였다.  
"저희들은 비록 비천하여 여자의 몸으로 때어났지만 장식(藏識)에서 보건대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지요. 저희들은 윤회 세계의 미망을 확신하게 되었어요.이제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겠어요. 하지만 저희들은 진리를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자격이 부족해요. 선생님의 시녀로 받아주세요. 저희들이 수행의 자격이 있든 없든지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노래로 다시 간청하였다.  
  
 
         존귀한 스승 아버지시여, 소중한 임이시여!  
         벌거벗은 몸, 영광으로 가득 찬 분,  
         은둔 수도하며 일체 중생 돕는 래빠 스승님께  
         엎드려 절합니다.  
 
         여기 참례한 다섯 자매들은  
         비천한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보리심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답니다.  
         윤회계의 속박을 생각하매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도하게 해주세요!  
         선생님의 가르침 따라 수도하게 해주세요!  
         마군의 소굴 같은 고향을 떠나  
         은둔처에 영원히 머물게 해주세요!  
         근심거리 친척을 멀리 떠나  
         온전히 선생님을 따르게 허락해주세요!  
 
         재산과 소유물은 악마들이 던진 미끼,  
         영원히 떠나 수도 생활 하게 해주세요.  
         위에서 만든 화려한 모피옷을 버리고  
         지복의 내부열을 각성케 하세요!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떠나  
         인적이 드문 적정처에 머물게 하세요!  
         여덟 가지 세속 바람을 떠나  
         만사가 무상함을 깨닫게 하시고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토록 해주세요!  
         오, 완전한 스승이시여,  
         참으로 존귀한 임이시여,  
         진리를 깨닫도록 허락하시고  
         저희들을 시녀로 받아주세요!  
  
 
미라래빠는 그들이 인연 있는 제자들임을 알고 받아주었다. 그 당시 미라래빠와 아들 제자들은 여전히 다섯개의 작은 호수들 주위에 살고 있었다. 거기서 미라래빠는 다섯 소녀들을 입문시키고, 핵심 가르침을 전해주고 수도 하게 하였다. 래충마는 사흘 만에 내부열의 따뜻한 황홀 체험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후 래충마는 병이 들었다. 미라래빠는 그녀가 은둔처에서 견딜 수 있는가를 시험하려고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장소로 떠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대답했다.  
"제가 비록 앓고 있을지어언정 이곳에서 떠나지는 않겠어요."  
이리하여 그녀는 시련을 감내할 인내심을 증명하였다.  
 
어느 날, 미라래빠가 다른 장소에 머물 때 래충마가 찾아왔다. 미라래빠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래충마의 신심을 시험해보려고 중첩된 의미를 지닌 노래를 불렀다.  
  
 
         거룩한 스승들에게 기도드리고  
         수호불께 귀의합니다.  
          
         들으렴, 신실한 보시자들아,  
         세속의 여덟 가지 욕망 버릴 수 없다면  
         신심 지닌 남자라 할 수 없으리니  
         역경에 부딪치면 그대들의 신심, 행방을 모를세라.  
 
         십악(十惡)을 떠나지 않은다면  
         수행하는 남자라 할 수 없으리니  
         비참한 악도에 떨어질세라.  
 
         흩어진 사념들이 그대를 괴롭힌다면  
         딴뜨라의 가르침을 행한다 할 수 없으리니  
         금강지옥(金剛地獄)에 떨어질세라.  
 
         다른 종파의 교의를 비난하지 말지니  
         폭넓고 평등하게 수용하지 못한다면  
         진리를 범해 마음이 심히 메마를세라.  
 
         만유(萬有)의 미망을 깨닫지 못했다면  
         덕행을 경시하거나 죄를 범하지 말지니  
         삼악도에 떨어질세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의 지견을 저주하거나 비방하지 말지니  
         자기 기만과 이기주의에 빠질세라.  
 
         진리의 본질과 '하나'되지 못했다면  
         명상체험을 자랑하지 말지니  
         악마들의 영적 정화를 방해할세라.  
 
         언어 초월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큰 지경 얻었다 자만하지 말지니  
         무의미한 경지에 오래 머무를세라.  
         이는 진리를 갈망하지만 잡을 듯 말 듯하여  
         열매를 증득하지 못하는 경지라네.  
 
         무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극기를 포기하거나 선의를 버리지 말지니  
         투석기(投石機)로 던진 돌이 돌아와 머리 위에 떨어질세라.  
 
         미라의 입에서 흘러나온 진리의 말씀을  
         가슴깊이 간직하여  
         밝게 이해하고 명심하기를... ...!  
  
 
대중 가운데서  유독 래충마만 이 노래의 깊은 뜻을 온전히 이해하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라래빠에게 말씀드렸다.  
"스승이시여. 저는 선생님의 성취와 행위에 관해 한 번도 의심하거나 불신한 적이 없습니다. 부디 저의 노래를 들어주세요."  
이리하여 래충마는 '열다섯 가지 깨달음'을 노래하였다.  
  
 
         모든 거룩한 스승들께 절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스승에게  
         다함없는 공경심과 변치 않은 신심으로  
         예배드립니다.  
 
         삼보(三寶)는 '하나'이기에  
         저는 이렇다 저렇다 분별하지 않아요.  
 
         스승께서 전해주신 수행 법통의 가르침에는  
         허망한 말도, 말장난도 끊어졌어요.  
 
         이담 행법에서 본체는 스승이지요.  
         거기 시간의 간격은 존재하지 않아요.  
         현현된 만물은 마법과도 같은 것,  
         실체가 아니기에 습관적으로 집착하지 않아요.  
         마음의 본질은 광명 중의 광명,  
         흩어지는 사념이 섞이지 못하지요.  
         마음의 경계인 존재의 본질은  
         주객의 분리로 더럽혀지지 않아요.  
         무위심의 본질에는  
         습관적인 사념이 일어나지 못해요.  
          
         마음의 본성은 법신이랍니다.  
         형상에 더럽혀지지 않고  
         속성에 자유롭지요.  
          
         몸은 네 가지 괴로움이 만나는 장소,  
         때문에 친구들과 다투지 말아야 하지요,  
           
         악마와 불행은 믿음을 돕기 마련이니  
         믿지 못할 점성술, 구할 필요 없지요.  
         꿈은 습관적인 사고가 어리석어 발산된 것  
         실제라 믿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하지요.  
 
         원수는 참다운 스승, 그를 용서해야 하나니  
         결코 복수의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지요.  
         성취자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의심하지 말아야 하지요.  
         이 몸은 각자(覺者), 본래부터 있어온 진여랍니다.  
         달리 완성자를 찾을 필요 있을까요?  
 
         거룩한 스승, 자애로운 임이시여!  
         모든 어진 제자들을 축복하시고  
         사랑과 은총의 강물에 흠뻑 젖게 하세요!  
 
         이 우둔한 제자를 기억하시고  
         대자비의 마음으로 감싸주소서!  
  
 
미라래빠는 노래를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미라래빠는 래충마를 딴뜨라 행법의 자격 있는 여자 수행자로 정했다. 이리하여 래충마에게 핵심 교의을 남김없이 전수해 주엇다. 그리고 래충빠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게 좋겠구나! 이 소녀를 돌보도록 하여라!"  
 미라래빠는 래충빠에게 그녀을 맡겼다. 래충빠는 얼마 동안 그녀를 수행의 도반으로 삼았다. 그후 그녀는 북부 남초추모 지방에 있는 쎄모드에 가서 8년 동안 철저한침묵을 지키면서 명상 수도하였다. 이리하여 그녀는 마침내 열 가지 체험과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고 일체 영적 정화를 이루고 깨달음을 완성하였다. 이리하여 래충마는 이생에 다끼니 천녀들이 사는 정토로 가게 되었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네 사람의 여자 수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래충마를 조로지참의 '다섯 작은 호수들'에서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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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0분, 부처님 말씀으로 감로수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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