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2. 마음을 찾는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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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음을 찾는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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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미라래빠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위대한 빛의 동굴'에서 내려와 망율 지방의 '행복한 마을'에 이르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 한가운데로 다가가 그날 아침의 음식을 구걸하였다. 그러자 그들이 물었다.

"선생님은 예전에 락마에 머문 적이 있는 수행자가 아니십니까? 그 유명한  요기가 아니십니까?"

미라래빠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들은 크나큰 존경심을 품고 이렇게 외쳤다.

"오, 그 위대한 명상자가 여기에 오셨군요!"

그들 중에는 자식이 없는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미라래빠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대접한 뒤 여쭈었다.

"선생님, 선생님의 집과 친척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나는 친척과 고향을 떠난 가난뱅이요. 그들도 나를 포기한 지 오래지요."

그러자 그들 부부는 기뻐하며 외쳤다.

"그러시다면 우리 집에 모시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비옥한 땅이 한뙈기 있어요. 그걸 드리겠어요.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아 들일 수 있을 거예요. 머지않아 친척들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소. 그 이유를 말해 주리다."

미라래빠는 곧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집이니 전답이니 처음에는 즐거운 듯 보여도

         몸과 말과 마음을 갉아내는 줄()과 같네.

         밭 갈고 이랑 만들기는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가!

         그런데도 뿌린 씨앗, 돋아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가네?

 

         마침내 황폐한 땅 되어

         굶주린 귀신이며, 유령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리니

         창고를 채우는 것은 죄악을 쌓는 일이라

         내 심장 갉아댈 것이 틀림없네.

 

         덧없는 감옥에 난 머물고 싶지 않으니

         그대 가족 되지 않으리.

 

 

그러자 부부가 말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좋은 가문에서 자라난 훌륭한 여인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녀는 훌륭한 신부가 될 거예요. 그녀를 소개해 드릴테니 우리의 청을 부디 뿌리치지 말아주세요."

미라래빠는 다시 노래하였다.

 

 

         처음에 여인은 천사 같아서

         보면 볼수록 눈을 뗄 수가 없네.

         중년이 되면 흐리멍텅한 눈동자

         악마와도 같아라.

         한 마디 말하면 두 마디 되받고

         머리채 휘어잡고 정갱이 걷어차네.

         지팡이로 때리면 국자를 던지네.

         늙은 할망구는 이빨 빠진 암소.

         성난 눈동자엔 악마의 불길 타올라

         남편의 심장을 파고드나니

         다툼과 언쟁이 싫은 나는 여인을 멀리하네.

         그대들이 권하는 아리땁고 젊은 여인,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네.

 

 

그러자 남편이 다시 물었다.

"친애하는 수도자시여, 나이 들어 임종에 가가워지면 젊었을 때처럼 인생을 향유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즐거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에게는 아들이 없으니 이런 낭패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자식이 전혀 필요없다는 겁니까?"

미라래빠는 응답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의 아들은 하늘의 왕자인 양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

        애정을 간수하기조차 어렵네.

        그런 아들 장성하면

        주제넘은 채권자인 양

        모든 재산 다 물려줘도

        적다고 불평하네.

        예쁜아내 맞아들여 양친을 쫓아내니

        아버지가 불러도 대꾸없고

        어머니가 고함쳐도 들은 척 만 척.

        이웃 사람 엿듣고 거짓 소문 퍼뜨리니

        자식은 마침내 원수가 되더라.

        이를 마음에 새긴 나는

        윤회의 질곡 벗어났으니

        아들이니 조카니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네.

 

 

그들 부부는 미라래빠에게 공감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참으로 옳습니다. 때로는 아들이 부모의 원수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딸을 가지면 어떨까요? 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라래빠는 응답의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이 딸아이는 미소 머금은 천사 같아서

         금지옥엽 애지중지 눈에 넣어도 아프잖네.

         하지만 나이들어 시집만 가봐라,

         아버지 면전에서 기구를 옮겨가고

         어머니 등뒤에서 좀도둑처럼 훔쳐가네.

         부모가 칭찬 않고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빈정대고, 오해하고,

         붉으락 푸르락 서슴없이 화를 내네.

         잘 돼봐야 남 좋은 일 시키고

         못되면 재앙과 불행을 불러오는 장본인.

         여인네라 언제나 근심거리, 두통거리.

         이를 마음에 새긴 자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 피해서 가니

         여인네는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네.

 

 

부부는 미라래빠에게 다시 물었다.

"아들과 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친척들이 없으면 삶이 너무나 외롭고 비참하지 않을까요? 친척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에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처음으로 친척들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워

         봉사하고 환대하며 담소하네.

         고기며 술의 향응 끊이지 않네.

         하지만 결국에는 이만큼 주었으니 저만큼 달라고

         뭔가를 바라게 되네.

         화를 내고 불평하여

         불행과 원망의 씨앗 되네.

         이를 마음에 새긴 자는

         친구도 친척도 바라지 않나니

         친척이니 이웃이니 내 입맛에는 맞지 않네.

 

 

부부는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과연 친척도 필요없겠군요. 한데 저희들에게는 재산이 많아요. 이걸 맡아서 관리해 주시지 않겠어요?"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태양과 달이 한 장소만 비추지 않듯이, 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해 살아갑니다. 따라서 당신들 가족의 일원으로 머물 수가 없소. 당신들은 단지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생과 내생에 축복받을 것이오. 나는 지순한 정토에서 당신들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오."

그러면서 미라래빠는 다시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재산이란, 가진 자를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부럽게 하네.

         하지만 아무리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니

         마침내 구두쇠 악마가 되게 하네.

         때문에 선한 일에 가진 재산 털어놓기 참으로 어려워

         부()는 원수를 자극하고 귀신을 부추기니 

         죽어라 벌어도 쓰는 사람 따로 있게 마련,

         하여 마침내 목숨 걸고 다투게 되나니

         돈과 재물 축척하면 원수가 몰려드네.

         덧없는 윤회 세계 미망(迷妄)을 버렸으니

         내 어찌하여 눈 속이는 악마의 재물이 되랴.

 

 

이 노래를 들은 부부는 미라래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모은 재산을 진리를 위해 바치고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삼악도에서 영원히 벗어났다. 그들은 죽어서 깨달음의 대도(大道)로 들어섰고, 점차 불타의 경지로 나아갔다.

 

이 일이 있은 뒤 스승은 락마에 있는 '깨달음의 동굴'로 돌아갔다. 예전의 신도들이 더러 찾아와 봉사하고 예물을 바쳤다. 스승은 이 동굴에 머물며 삼매에 젖어 있었다.

 

어느날 두 명의 목동이 미라래빠를 찾아왓다. 그중 어린 목동이 여쭈었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도 친구가 있나요?"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그래 나에게도 친구가 있단다."

"누구죠?"

"그의 이름은 '보리심(菩提心)'이란다."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우주의 씨앗 의식(아뢰야식)이라는 집 안에 있지."

"그게 어디에 있는 집인가요?"

"이 육신이 바로 그 집이란다."

그러나 나이 든 목동이 말했다.

"선생님, 저희들은 돌아가는 편이 낫겠어요.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길을 가르쳐줄 수 없잖아요."

그러자 어린 목동은 다시 여쭈었다.

"우주 의식은 마음을 뜻하고, 육신은 마음의 집을 뜻하는가요?"

"바로 그렇단다."

소년은 계속 물었다.

"선생님, 집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소유지만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으며 언제나 많은 사람이 하나의 집에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하나의 육신에는 오직 하나의 마음만이 살고 있나요, 아니면 수많은 마음들이 살고 있나요? 만약 많은 마음들이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함께 살고 있을까요?"

"자, 이제부터 육신 속에 마음이 하나 살고 있는지 여럿이 살고 있는지는 네가 스스로 찾아보도록 하여라."

"선생님, 그럼 제가 한번 찾아볼겠어요."

소년은 미라래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어린 목동은 미라래빠에게 찾아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제가 어젯밤에 밤늦도록 마음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더니 마음은 하나뿐이였어요. 그 마음은 없애려고 하여도 없어지지 않고, 죽이려 하여도 죽일 수 없고, 붙잡으려하여도 잡히지 않고, 눌러 두려하여도 눌러둘 수가 없었어요. 머물게 하려 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도망가게 버려둬도 달아나지 않고, 모아두려 하여도 묶여 있지 않았어요. 보려고 하여도 보이지 않고, 알려고 하여도 알 수가 없었어요. 없는 것이라면 있음을 느끼지 않아야 할 텐데 항상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것은 깨어 있고 살아 있는 것이지만 이해 할 순 없어요.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도무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선생님, 부디 마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미라래빠는 소년을 위해 노래하였다.

 

 

         양치는 목동아, 나의 노래 들으렴

         아무리 설탕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도

         단맛을 체험할 수는 없는 법,

         달콤한 맛이 어떻다고 마음으로 알지라도

         혀 끝에 닿아야만 체험되듯이.

         마음의 본성 또한 온전히 알기 어렵네.

         하지만 스승이 곧바로 가르쳐주면

         언뜻 볼 수는 있다네.

 

         하나 이렇게 언뜻 보지 않더라도

         마음의 본성을 찾고 또 찾으면

         마침내 온전히 알게 되리니

         사랑하는 목동아,

         네 마음 지켜보려무나.

 

 

소년은 말씀드렸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에게 마음의 본성을 곧바로 알게 해주는 가르침을 주세요. 그러면 오늘밤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일 아침에 그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네가 돌아가거든 마음의 색깔이 어떠한지 알아보아라. 하얀 색깔인지, 빨간 색깔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색깔인지? 그리고 마음의 모양이 어떤지도 알아보아라. 길쭉한지, 둥근지, 아니면 다른 모양인지? 그리고 또 그것이 너의 몸 속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지도 알아보아라."

 

이튼날 아침, 해가 산머리에 떠오를 때 목동은 양떼를 몰고 동굴로 찾아왔다. 미라래빠는 목동에게 물었다.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았느냐?"

소년은 대답했다.

"예. 알아봤어요."

"어떻게 생겼더냐?"

"마음은 색깔도 없고 모양도 없어요. 맑은 것도 같고, 투명한 것도 같고, 움직이는 것도 같으나 예측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어요. 마음이란 것이 눈과 관련을 맺으면 볼 수 있고, 귀와 관련을 맺으면 들을 수 있고, 코와 관련을 맺으면 냄새 맡을 수 있고, 혀와 관련을 맺으면 맛을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발과 관련을 맺으면 걸어다닐 수가 있어요. 몸이 안절부절못하면 마음도 또한 초조해져요, 몸이 건강할 때는 마음이 몸을 다스리지요. 하지만 몸이 늙고 병들어 죽게 되면 마음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걸 던져버려요. 마치 밑(肛門)을 닦은 더러운 것을 집어던져버리듯이. 마음은 매우 실질적이고 융통성이 있어요. 그러나 몸은 고분고분하게 있질 않고 자꾸만 마음을 괴롭혀요. 아파서 못 견딜 정도로 마음을 괴롭히기도 해요. 밤에 잠이 들면 마음은 도망가 버려요. 하지만 꿈을 꾸면 마음은 또 열심히 활동해요. 모든 고통은 바로이 마음이 원인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자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양치는 목동아,

         귀담아 들으렴.

 

         몸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고

         마음은 몸의 결정적 요소라네.

         악도(惡道)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윤회 세계의 죄수.

         마음이야말로 윤회 세계를 벗어나는 열쇠라네.

 

         소년아, 저 언덕(彼岸)가고 싶으냐?

         소년아, 해탈의 행복한 도시에 살고 싶으냐?

         소년아, 원한다면 그 길을 보여주리라.

         거기 가는 길 내 가르쳐주리라.

 

 

노래를 듣고 목동은 외쳤다.

"그렇고 말고요. 선생님. 저는 마음에 길을 찾으려고 결심했어요."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아, 네 이름은 무엇이지?"

"쌍계깝이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이예요."

이에 스승은 '삼귀의(三歸依)'의 가르침을 전해주면서 그 뜻과 중요성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당부하였다.

"집에 돌아가거든 오늘밤 이 삼귀의를 계속 염송하고, 귀의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인지 몸인지도 알아보고, 내일 다시 와서 말해보도록 하여라."

 

다음 날 아침 목동은 다시 찾아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어제밤에 저는 귀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어요. 그런데 몸도 마음도 아니었어요. 몸을 관찰하면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각각 기관(器官)이 있고, 이름도 있지요. 이 전체가 몸인데 이것이 돌아가 의지 할까요? 그럴 순 없어요.

왜냐하면 마음이 떠나버리면 몸은 죽어버리잖아요. 몸이 죽어버리면 시체가 되는데. 시체가 어떻게 돌아가 의지하겠어요? 게다가 시체는 썩으면 없어져 버리니 몸은 결코 부처님께 돌아가 의지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마음이 돌아가 의지한단 말인가 하고 곰곰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마음 또한 돌아가 의지 할 수 없어요. 마음은 단지 마음일뿐이예요. 지금의 마음이 있으면 나중에 일어나는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마음은 두개가 되요. 현재의 마음과 미래의 마음이지요. 현재의 마음이 돌아가 의지하려 하면 그 마음은 곧 사라져버려요.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이내 사라져버리니 부처님에게 돌아가 의지할순 없어요. 만약에 현재의 마음과 미래의 마음이 실제로 돌아가 의지함이 있다면, 이 마음은 고정되고 변하지 않은 것이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육도(六道)세계를 윤회해오면서 과거나 미래의 무수한 생()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할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저는 과거의 생을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래 생 또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작년의 마음과 어제의 마음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내일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의 마음은 변하고 있어 가만 있질 않아요.

선생님, 저에게 설명해 주세요. 저는 선생님에게 순종할 뿐이에요. 선생님은 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잖아요. 선생님은 모든 걸 알고 계시잖아요."

소년의 질문에 응하여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무아(無我)의 진리 체현한 스승께

         몸과 말고 뜻 온전히 바칩니다.

         나와 내 제자들을 축복하소서.

         무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소서!

         자비를 베푸시어 자아에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사랑하는 목동아, 귀담아 들으렴

         나(個我)에 대한 집착은

         의지할 성향일지라도

         이 의식 자체를 가만히 살펴보아라.

         나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을 행하여

         그 어떤 실체도 없음을 보게 되면,

         그제서야 새로운 눈 뜨게 된단다.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을 행하려면

         큰 신심과 겸손, 진리에의 열망으로

         기초를 세워야 하리.

 

         인과응보의 진리를 수행길로 삼고

         스승에게 의지하여 입문하고

         은밀한 가르침과 교의를 수행하면

         마침내 대완성을 성취한단다.

 

         가르침을 받으려는 제자는

         선한 공덕을 쌓아야 하고

         죽음에 대적하는 불굴의 용기 지녀야 한단다.

         사랑하는 목동아, 너는 할 수 있느냐?

         있다면 행운의 아들이요,

         없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아야 하리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깊이 생각해보아라.

 

         간밤에 너는

         '나'라는 것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나니.

         이것이 바로 개아(個我)의 '나 없음의 수행(人無我)'이란다.

         만약 뭇 존재가 텅 비어 있음(法無我)을 알려거든

         내가 보여주는 길을 따라 12년을 명상하렴.

         그때가 되어서야 마음의 본질을 알게 되리니

         소년아, 이를 깊이 생각해보아라.

 

 

목동은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의 몸과 머리를 선생님께 바치겠사오니, 저의 마음을 확실하고 또렷하게 알도록 해주세요."

미라래빠는 이 소년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알아보려고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먼저 삼보(三寶)에게 간절히 기도하고, 붓다의 모습을 너의 코앞에 그려보도록 하여라."

이렇게 하여 미라래빠는 목동에게 마음을 집중하는 가르침을 베풀고 돌려보냈다. 

 

 

소년에게서는 일 주일 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일 주일때 되는날, 소년의 부친이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선생님, 우리 집 아이가 이레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양치기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모두들 그애가 선생님과 함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애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소년은 여기에 찾아왔었소. 그러나 일 주일 동안은 여기에도 나타나지 않았소."

소년의 아버지는 깊은 슬픔에 잠겨 울면서 떠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년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그들은 움푹 패인 진흙구덩이에서 몸을 곧추 세우고 앉아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 정면을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그들은 소년에게 물었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게냐?"

소년은 대답했다.

"저는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명상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왜 일주일 동안이나 집에 들어가지 않았느냐?"

"농담 마세요. 저는 여기에 잠깐 동안 앉아 있었을 뿐이에요."

그러면서 소년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태양이, 명상을 시작했을 때보다 오히려 이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깜짝 놀라 반문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날 이후로 소년의 가족들은 소년 때문에 무척 곤란해졌다. 왜냐하면 소년은 시간에 대한 개념을 거의 망각하고 지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나흘의 시간이 소년에게는 하루쯤으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소년의 부모가 사람들을 시켜 소년을 찾게 하는 일이 잦아졌다. 소년은 이제 가족들에게 근심거리가 되었다. 견디다 못한 가족들은 어느날 소년에게 물었다. 차라리 미라래빠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고. 그러자 소년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리하여 가족들은 양식을 대주기로 하고 소년을 미라래빠에게 보냈다.

미라래빠는 먼저 그에게 오계(五戒)를 주고 진리의 가르침을 베풀었다. 그리고 '본래 갖추어진 대지혜(大智慧)'의 가르침을 주었다.

그 후 그는 열심히 수행하여 점차 지고한 명상 체험들을 하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매우 기뻐하면 노래를 불렀다.

 

  

         나로빠의 마이뜨리빠의 축복받은

         마르빠 스승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하나이다.

 

         진리를 입으로 떠드는 자는

         많은 가르침을 아는 듯하여도

         육신을 떠날 때는

         허공에 던져진 듯 막막하다네.

 

         임종 때 정광명(淨光明)밝아지나

         무지에 휘감긴 이는

         공포와 혼돈에 휩싸여

         진리의 몸(法身) 볼 기회를 놓치고 마네.

         일생동안 경전을 연구하며 지내더라도

         죽음에 임하여 마음이 떠나는 순간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네.

 

         아, 오랜 세월 명상한 수행자들도

         깨달음의 일시적인 체험들을

         초월적인 대지혜로 혼동하여

         스스로를 속이고 즐거워하네.

 

         하여 죽음이 닥쳐와 법신의 초월지(超越智)가 밝게 빛나도

         어머니(本覺)와 아들(始覺)광명 하나로 만들지 못하니

         살아 생전 명상도 도움되지 못하고

         악도에 떨어질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네.

 

         사랑하는 아들아, 귀담아 들으렴!

 

         자세를 바로잡고

         마음이 명상에 깊이 용해될 때

         생각과 마음이 모두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되리.

         하지만 이는 명상의 겉핥기일 뿐이니,

         마음을 쏟아 한결같이 수행하면

         밝은 등불처럼

         눈부신 자각이 마음속에 빛나리.

         그것은 꽃과 같아 순수하고 밝으며,

         광막하고 텅 빈 하늘을 응시하는 느낌이네.

 

         텅 비어 있음을 깨달음은

         밝고 투명하면서도 생생하기만 하네.

         그러나 눈부시게 투명한 이 무념(無念)의 체험은

         선정(禪定)에 대한 느낌일 뿐이니

         이것을 토대로 삼아

         더욱 삼보에 간구하며

         깊은 사색과 관조로 실상을 꿰뚫어야 하리.

         이리하여 무아(無我)의 대지혜는

         깊은 명상의 생명줄에 묶이네.

 

         자비의 힘과 보리심에 대한 서원으로

         깨달음으로 가는 큰 길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알면서도

         기실은 아무것도 보는 바가 없네.

         하여 기대와 두려움 녹아

         도달함 없이 불타의 경지 이르고

         봄이 없이 모든 일을 성취하네.

      

         사랑하는 아들아, 진리를 찾는 자야,

         이 가르침을 가슴속에 간직하렴!

 

 

미라래빠는 그후 목동에게 완전한 입문식을 베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기르침을 전수하였다. 소년은 이를 수행하여 더할나위 없는 체험과 깨달음에 도달하였다.이리하여 그는 스승의 '마음의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 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은 쌍계깝래빠이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락마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목동 제자인 쌍계깝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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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0분, 부처님 말씀으로 감로수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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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대분류 카테고리 제목 조회 수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6. 메곰래빠의 깨달음 69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5. 래충빠의 세 번째 인도 여행 958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4 . 논리학자들의 도전 664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3 . 다르마보디를 만나다 557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2 . 도제왕축래빠를 만나다 508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1 . 째링마 여신과 무드라 수행 701
밀라래빠 십만송 [2부] 30. 바르도에 대한 가르침 file 956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9. 마음을 돌이킨 쩨링마 여신 file 934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8. 째링마 여신의 도전 file 853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7. 네팔 국왕의 초대 file 87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6. 사냥꾼과 사슴이야기 file 1054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5. 현명한 소녀의 도전 file 843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4. 죽어가는 뵌 신자의 개종 file 819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3 . 래충빠의 깨달음 file 723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2 . 띠셰 설산에서 일어난 기적 file 930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1 . 다르마왕축래빠를 만나다. file 76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20. 카충래빠를 만나다 file 80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9. 스물한 가지 훈계의 노래 file 795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8. 지팡이의 노래 file 959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7.  은빛 시냇가에서 file 1077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6. 산적 두목, 제자가 되다 file 1331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5. 객사(客舍)에서의 노래 file 676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4. 진리를 찾는 소녀 file 79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3. 깨달음의 노래 file 707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2. 마음을 찾는 목동 file 848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1. 짜푸레빠를 만나다 file 702
밀라래빠 십만송 [2부] 10. 소년 래충빠를 만나다 file 881
밀라래빠 십만송 [2부] 09. 회색 바위 불멸성(不滅城)에서 file 806
밀라래빠 십만송 [2부] 0. 밀라래빠와 제자들 file 980
밀라래빠 십만송 [1부] 8. 미라래빠와 비둘기 file 837
밀라래빠 십만송 [1부] 7. 명상자의 기쁨을 노래하며 file 766
밀라래빠 십만송 [1부] 6. 짱팬남카종에서 부른 노래 809
밀라래빠 십만송 [1부] 5. 락마에서 부른 노래 768
밀라래빠 십만송 [1부] 4. 마녀의 도전 823
밀라래빠 십만송 [1부] 3. 눈 덮힌 산맥에서 부른 노래 716
밀라래빠 십만송 [1부] 2. 라치 설산(雪山)으로 향하며 790
밀라래빠 십만송 [1부] 1. 붉은 바위보석 골짜기의 이야기 987
밀라래빠 십만송 [0] 미라래빠 십만송 해제 file 1304
앙굿따니까야-증일아함 3-38. 편안함 경 file 396
이띠붓따까 -여시어경 1-2-9. 참모임의 화합에 대한 경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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