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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 : 계율 성립의 배경과 전개 / 이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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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 성립의 배경과 전개 / 이자랑

특집 : 불교와 계율

[53] 20130321() 이자랑 jaranglee@hanmail.net

1. 서론

 

 

계율을 불도수행의 시작이자 근간이라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사실 현대의 불교도들 인식 속에서 계율이 정말 이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또한 이에 근거한 절실한 실천 의지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물론 개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반화시켜서 단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는 불교계의 사건을 비롯하여 주변의 상황을 돌아보았을 때 한국의 불교도들이 계율에 대한 의식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일 듯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속박당하는 것 같아 싫다는 사람도 있고, 번잡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 또 계율 같은 건 수행이 완성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 모든 의견이 대부분 붓다가 왜 계율을 제정했는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 같다.

 

특히 승가를 구성하는 주체인 비구·비구니에 대해 제시되고 있는 수많은 규칙은 일견 잡다하고도 강제적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게 한다. 붓다가 왜 계율을 제정했는가,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양과 딱딱한 훈계식 표현에 질려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규칙 하나하나가 비구()의 수행, 승가의 질서와 안락, 그리고 승가의 영원한 존속과 발전 등을 위해 얼마나 신중하게 고안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또한 율 가운데는 현대 불교도의 입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2,600여 년 전의 인도사회에나 어울릴 듯한 규범들도 다수 있다. 이를 이유로 율장(律藏)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현실성 없는 것들은 지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결국 율장을 생명력 없는 고대 문헌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하지만 율장의 의미를 폄하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는 현실성 결여가 사실은 율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성급한 결론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