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칠멸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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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계간 청암


다툼을 없애주는 법, 칠멸쟁법


불교승가는 화합을 이념으로 한다. 승단은 협동에 의한 평화로운 화합생활이 강조되었으나, 출가자인 비구의 집단에서도 비구계가 제정되어야 할 만큼 비행이나 다툼(諍事)이 있었다. 다툼이 생기면 승가는 승가의 권위에 의해서 어느 편이 옳은가를 엄격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중죄를 범했으리라고 보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그 사실을 부인하면 쟁사가 된다. 그럴 경우 올바른 법정에서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법정이라는 것은 칠멸쟁법으로 쟁사를 취급하는 일곱 가지 방법이다. 대개 쟁사의 경우 네 가지로 분류되는 데, 이를 칠멸쟁법을 통해 바름과 삿됨[正邪], 옳고 그름[當否]을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쟁사는 네 가지[四種事]로 분류한다. 첫 번째 쟁론쟁사[言諍]는 각종 사건에 대하여 그것이 법인지 비법인지, 율인지 비율인지, 불설(佛說)인지 아닌지, 죄인지 무죄인지, 가벼운 죄인지 무거운 죄인지 등에 대한 다툼이다. 두 번째 교계쟁사[覔諍]는 다른 비구의 행위를 '계를 파괴하고, 수행을 파괴하며, 올바른 견해와 올바른 생활수단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라고 충고, 교계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 범죄쟁사[犯諍]는 계율을 범했는지에 대한 다툼으로, 중대한 것은 교계쟁사의 재판방식으로 다루어지고, 가벼운 것만 범죄쟁사로서 취급된다. 네 번째 사쟁사[事諍]는 승가갈마의 절차상의 타당성과 합법 여부를 다투는 것이다.

 

 위와 같은 네 가지의 쟁사를 아래의 일곱 가지의 멸쟁법에 의하여 판정하며, 결과에 따르지 않을 때는 일곱 가지 징벌갈마로 처리하여 반성을 기다리거나 추방 한다. 일곱 가지 멸쟁법(七滅諍法)의 첫째, 현전비니(現前毘尼)란 어떠한 사건을 해결하기에 앞서 승현전(僧現前), 법현전(法現前), 율법전(律法前), 인현전(人現前) 등의 여러 조건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사분율-멸쟁건도분]에 부처님께서는 "마땅히 본인이 현전하는 데서 죄를 다스려야 하며, 반드시 본인을 참석시켜 단죄할 것이니라." 하셨다.


둘째 억념비니(憶念毘尼)란 사실무근인 죄로 비방당 할 경우, 당사자가 억념비니 줄 것을 청하고, 부재증명(알리바이)이 입증되면 무죄를 인정한다. 그의 억념[기억]이 바르다고 인정되면 승가는 억념비니를 주며, 여법하게 화합해야 한다.  [사분율-멸쟁건도분]에 "마땅히 억념을 시켜 죄를 다스려야 할 것이며, 반드시 본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계에 대해 기억하게 하여 인정한 다음 단죄할 것이니라" 하셨다.


셋째 불치비니(不癡毘尼)는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자기도 모르게 행했던 행위에 대해 그것이 죄라고 비방 당할 때에 이 불치비니를 하여 불치, 즉 청정하다고 무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넷째 자언치비니(自言治毘尼)는 죄를 지은 사람이 죄를 스스로 인정하면 승가가 그의 죄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자백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 죄를 단정하는 것은 비법이 된다.


다섯째 멱죄상비니(覓罪相毘尼)는 법정에서 신문하는 도중에 생긴 쟁사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신문을 받고 있는 비구가 증언할 때 죄를 고백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승가는 그에게 멱죄상갈마를 하고, 그 비구에게는 승단에서 공권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징벌갈마이다


여섯째 다멱비니(多覓毘尼)는 승가가 쟁사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행주에 의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법이다.


마지막 일곱째 여초복지비니(如草覆地毘尼)는 대중들이 두 파로 분열되어 분규가 다년간 계속되어 도저히 수습할 길이 없을 때, 양쪽 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각기 한 사람씩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가 무조건 쟁론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문자 그대로 풀로 땅을 덮는 것처럼 서로 참회하여 대외적으로 승가의 죄를 덮는다는 의미이다.


  위와 같이 쟁사를 해결하는 방법을 부처님께서는 계율로 상세하게 말씀하셨다. 인간은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쟁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쟁사를 일으켰을 경우, 참회하여 쟁사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더욱이 자신이 죄를 지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부처님은 멸쟁법을 통해 죄를 지은 사람 누구든지 참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자신의 잘못을 대중 앞에서 뉘우치고, 다시는 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함으로써 마음의 청정성을 회복하는 것, 그리하여 청정승단의 구성원으로써 수행정진하면 성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참뜻이다.  참으로 승가는 화합하고, 서로 즐겁게 하고, 다투는 일 없이, 동일한 가르침을 받들고, 안온하게 머물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