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육방예경

Extra Form

자비와 존경으로 드리는 예경

 

 

부처님께서는 인과법에 따라 자신이 주인 되는 삶을 강조하셨다. 같은 맥락에서 재가자들에게 실생활과 관련된 행위기준과 인간관계에서의 도리를 설하시는데, 대표적인 경전이 《육방예경(六方禮經)》이다. 이것은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의 약명(略名)이며, 《선생경(善生經)》도 알려져 있다.

싱갈라의 부친은 대부호大富豪로 그와 그의 아내는 부처님께 귀의한 재가신자였다. 죽기 신심이 없는 싱갈라로 하여금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있도록 그의 부친은 여섯 방향에 예배하라 유훈을 남겼다. 훗날 싱갈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여섯 방위를 향해 예배하였고, 이것을 부처님은 그러한 단순한 예배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하시며 육방예경의 올바른 뜻을 일러주신다.

동방東方을 부모, 서방西方을 아내와 자식, 남방南方을 스승, 북방北方을 친구, 상방上方을 수행자나 성직자, 하방下方을 하인이나 고용인으로 여기고, 그러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예배하며 실제로 다음의 덕목을 실천하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첫째, 동방에 해당하는 부모와 자식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먼저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 의무를 하며, 하시는 일에 순종하며, 가문의 전통을 잇고, 돌아가신 다음에는 부모님을 위해 공양을 올린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에게 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하고, 선한 것을 확립하게 하고(교육), 기술을 배우게 하고, 어울리는 아내와 맺어주고, 적당한 때에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자식과 부모 간에 서로 이와 같이 섬겨야 동쪽 방향은 안온하여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둘째, 남방에 해당하는 스승과 제자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제자는 일어나 맞이하고, 시중들고, 열의를 보이고, 봉사하고, 성실하게 기술을 습득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훈련받도록 하고, 이해시키고, 기술을 모두 배우도록 가르치고,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모든 방향에서 안전을 강구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가 서로의 도리를 다할 서쪽 방향은 안온하게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셋째, 서방에 해당하는 남편과 아내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남편은 아내에게 존중하고, 멸시하지 말고, 신의를 저버리지 말고, 권한을 부여하고, 장신구를 제공한다. 아내는 맡은 일을 처리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신의를 저버리지 말고, 재물을 보관하고, 모든 해야 일에 유능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도리를 다할 서쪽 방향은 안온하게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넷째, 북방에 해당하는 친구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서로 보시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하고, 유익한 행위를 하고, 협동하고, 정직한 말을 한다. 서로 보살펴주고, 두려울 때에 피난처가 되어주고, 재난에 처했을 때에 버리지 않고, 그의 자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친구간의 도리를 다할 북쪽 방향은 안온하게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다섯째, 하방에 해당하는 주인과 하인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주인은 일꾼의 능력에 맞게 일을 안배하고, 음식과 임금을 지불하고, 병이 들면 보살펴주고,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적당한 때에 휴식을 취하게 한다. 하인은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일을 처리하고, 주인의 명성을 날리게 하고 칭송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로써 아랫방향은 안온하게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여섯째, 상방에 해당하는 재가자와 수행자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신다. 재가자는 ·· 삼업이 자애로워야 하고, 수행자에게 기쁜 마음으로 보시해야 한다. 그리고 수행자는 악한 것으로부터 재가자를 보호하고, 선한 것에 물들게 하고, 청정하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재가자와 수행자가 도리를 다할 윗방향은 안온하게 두려움 없이 수호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육방에 예배하기 전에 번뇌의 원인이 되는 살생·투도·사음·망어의 가지 행위와 탐냄·성냄·어리석음·두려움의 가지 나쁜 마음, 그리고 가정과 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과음·방황·방탕·도박·나쁜 친구·무능의 여섯 가지 행위를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세상에서도 살고 다음 생에서도 좋은 과보를 얻는 원인이 된다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며, 이를 바탕으로 올바르게 실천하는 지혜로운 사람이야말로 위대함을 얻고, 이러한 요소들이 없으면 존경과 예배를 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싱갈라와의 문답을 통해 여섯 방위를 향한 단순한 예배를 가족과 이웃을 향한 자비와 존경의 실천으로 승화시켜주셨다. 특히 부부관계에 있어서 아내의 위치를 중시하고, 주종主從의 관계에 있어서도 하인이나 고용인의 입장을 배려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육방예경(六方禮經)》은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윤리와 실천규범으로 재가불자가 경청해야할 주옥같은 가르침이자 구체적인 수행지침서라고 있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의무와 역할을 하고 이웃을 배려한다면, 항상 감사와 사랑의 에너지로 풍요로운 삶을 있을 것이다.

 

= 참고

『디가니까야』, 전재성 역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미산 지음, 명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