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범패의 전래와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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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의 전래와 변천

 

 

불교음악이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된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인도의 불교음악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절의 주제를 범패의 전래와 변천으로 설정한 이유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음악 중에서 유일하게 문헌적 기록이 전하고 있는 것이 범패이기 때문이다. 불교음악이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초전된 시기에는 중국의 예불의식과 더불어 중국의 불교음악이 연주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불교가 우리의 민속종교와 습합(習合)되고 시간과 지역을 달리하며 점진적으로 한국적 불교신앙의식의 형태를 이루면서 한국적 불교음악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범패가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불렸을 경우 대부분의 불교신도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에는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특히 범패를 부를 때 한역된 경전의 내용을 그대로 한글 발음을 붙여 노래할 경우, ''()''()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한편에서는 일반 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한국적 불교음악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로부터 불교음악을 수용한 중국의 경우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범어로 된 경전이 한역되면서 언어 자체만 번역된 것이 아니라, 인도의 불교음악이 중국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수용된 결과, 인도의 범어찬(梵語讚)과는 다른 중국만의 독특한 한어찬(漢語讚) 범패가 탄생하게 되었다.

중국불교음악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부터 이미 우리식의 범패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리고 있는 범패를 비롯하여 화청(和請)회심곡(回心曲), 그리고 전통음악화된 모든 불교음악은 이러한 수용과정에서 탄생된 한국적 불교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국불교음악은 일찍이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새로운 음악문화를 이루어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국가적 불교의식 행사를 열어 많은 범패승들로 하여금 국재(國齋)를 올리게 하는 등 범패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초기에는 고려적인 의식불교와 더불어 범패가 전승된 것으로 보이나, 중기에는 위정자들에 의한 본격적인 배불(排佛)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상류층에 불교의식을 금지시켰다. 그리하여 불교적 기반이 상류층에서 사라지고 일반 민중층으로 확대되면서 불교의식은 민중을 상대로 한 의식으로 변한다. 현재 범패의 전범(典範)이 되고 있는 {범음집}(梵音集)을 그 대표적인 의식집으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식집을 통해 범패의 새로운 부흥을 꾀하는 본격적인 시도를 하게 되면서 불교의식은 의식무와 범패화청 등을 곁들인 예능적 의식으로 바뀌게 된다. 즉 일반 민중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식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불교의식이 예능적 의식으로 전개되고 정착되면서 판소리를 비롯한 민중적 민속음악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제시대에는 이러한 예능적 불교의식에 대하여 타락한 저급문화라고 혹평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교의식의 변천은 시대적 요구에 따른 방편에 의한 것이지, 민중의 주도적인 요구가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가 말한 것과 같은 타락하고 저급한 불교문화는 아니었다. 단지 민중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구한말 불교계의 상황 속에서 일반 민중의 주체성을 지닌 불교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게 되었다. 그것이 한용운(韓龍雲)의 불교유신론(佛敎維新論)이요, 백용성(白龍城)의 불교개혁론(佛敎改革論)이다. 이들은 모두 불교의식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는데, 특히 백용성은 새로운 창작찬불가를 불교의식음악으로 부르게 했다는 데서 불교개혁의 선두주자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백용성의 창작찬불가운동에 힘입어 20세기 초에 와서 한국불교음악의 새 장이 열리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불교와 함께 전래된 불교음악은 오랫동안 시대를 달리하면서 새로운 한국적 불교음악문화로 수용되었고, 이렇게 수용된 불교음악은 불교음악으로서뿐 아니라 한민족의 새로운 음악문화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인도로부터 시작된 불교음악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한국불교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 결과 한국불교음악은 어떻게 수용되고 변천됐는가를 중점적으로 개관하고자 한다. 그리고 특별히 이 절에서 중국의 불교음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음악은 인도가 아닌 중국의 불교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불교음악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도의 불교음악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박범훈의 불교음악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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