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No Attached Image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숲 속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한 소년을 매우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매일같이 나무를 찾아와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주워 모아 왕관을 만들어 쓰고는 숲 속에서 왕 노릇을 하며 놀았습니다.
소년은 또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놀이도 하고 탐스러운 사과도 따먹곤 했습니다.

그들은 곧잘 숨바꼭질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치면 소년은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너무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어느 덧 세월은 흘러 소년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혼자 있는 날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오자, 나무는 한없이 기뻤습니다.

"꼬마야, 나를 타고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고 하렴. 그리고 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즐겁게 지내자꾸나."
나무의 말에 소년은 심드렁히 말했습니다.

"난 나무에 올라가서 놀기엔 너무 커 버렸어. 이제 난 돈이 필요해. 물건 같은 것을 사서 신나게 놀고 싶을 뿐이야. 하지만  넌 돈이 없지 않니?"

"미안해. 그러나 내겐 사과 알맹이가 있어. 그러니 꼬마야, 내 사과를 따다가 도시에 가지고 가서 팔거라. 그러면 너는 돈이 생기게 될 거고 그 돈으로 행복해질 거야."하고 나무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나무로 기어 올라가 사과를 따 가지고 떠나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 소년이 돌아오지 않자 나무는 서글퍼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년이 어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나무는 너무나 기뻐서 가지를 출렁이며 말했습니다.
"꼬마야 , 나를 타고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즐겁게 지내자꾸나."

그러자 소년은 "난 나무에 올라가기에는 너무나 바쁜 몸이야. 난 나를 따뜻하게 감싸줄 집이 필요해.
난 아내와 아이들을 갖고 싶어. 그래서 집이 필요하지. 나에게 집을 한 채 줄 수 없겠니?"
하고 말했습니다.
"나에겐 집이 없어. 이 숲이 나의 집이란다. 그러니 내 가지를 떼어내어 집을 지어라. 그럼 너는 행복해질 거야."

그리하여 소년은 집을 짓기 위해  그 나무의 가지들을 베어 가지고 숲을 떠났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또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소년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소년이 할아버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나무는 너무나 기뻐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나무는 간신히 속삭였습니다.

"꼬마야, 내게 와서 함께 놀자꾸나."
그러자 소년은,
" 난 이제 놀기에는 너무 늙었어. 난 나를 멀리 데려다 줄 배 한 척만 있으면 좋겠어. 내게 배 한 척만 줄 수 없겠니?"
하고 말했습니다.

" 그럼 내 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도록 해라. 그러면 너는 멀리 갈 수도 있을 것이고...
행복해질 거야."
나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소년은 나무의 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어 가지고는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자 그 소년은 이제 허리까지 구부러진 채 돌아왔습니다.

"꼬마야 , 미안해 이제 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게 되었구나. 사과도 없고...."
하고 나무가 말하자
"난 이가 다 빠져버려서 사과를 먹을 수가 없단다." 하고 소년이 말했습니다.

"내겐 가지도 없으니, 네가 그네를 뛸 수도 없고..., 줄기마저도 없어 졌으니 ,네가 기어오를 수도 없겠구나."
" 난 너무 지쳐서 기어 올라갈 수도 없어."
그러자 나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미안해. 네게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단다.
보다시피 나에겐 남은 건 그저 늙어빠진 나무 밑동뿐이야. 미안해...,"
그러자 소년은
"나도 이제 필요한 건 별로 없어. 앉아서 조용히 쉴 자리나 있었으면 좋겠어. 난 몹시 피곤하거든."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좋은 수가 있지."
하며 나무는 밑동을 힘껏 펴면서 말했습니다.
" 자 앉아서 쉬기에는 나무 밑동이 최고지. 이리 와서 앉아 쉬거라."
소년은 축 늘어진 몸으로 나무 밑동에 앉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끝.



[지은이 소개]
셀 실버스타인(1932∼)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시인, 음악가로 폭넓은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시적인 문장과 함께 풍부한 해학과 번뜩이는 기지가 녹아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은 글의 재미와 감동을 한껏 더해준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더불어 소중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있다. 1964년에 출판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손꼽힌다. 작품으로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미를 만나」 「다락방에 불빛을」 「라프카디오, 총을 거꾸로 쏜 사자」 「길이 끝나는 곳」 「값싼 코뿔소를 사세요!」들이 있다.

문학에 빠지다

시, 문학.. 작가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또다른 세계

  1. 나는 앉은 채로 세상의 모든 고뇌를 바라본다

    Category Views12
    Read More
  2. 내 안에 내가 찾던 것 있었네

    Category Views9
    Read More
  3. 진정한 여행

    Category Views8
    Read More
  4. [칼릴지브란] 예언자

    Category Views6345
    Read More
  5.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Category Views1575
    Read More
  6.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Category Views1581
    Read More
  7. [마종기] 우화의 강

    Category Views1862
    Read More
  8. [피천득] 오월

    Category Views1944
    Read More
  9. [서정주] 자화상

    Category Views2087
    Read More
  10. [셀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Category Views1413
    Read More
  11. [김광규] - 나

    Category Views171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