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성일

산가 13 -김지하의 <다라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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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 13
-김지하의 <다라니>를 보고

사람이 되어서 나온 줄 알았더니 
끝내 똥개도 되지 못하였구나
그래
머리 깎은 남자가 그대 계집을 달라고 하더냐
머리 깍은 여자가 그대 애비를 달라고 하더냐
물은 깊어질수록 소리가 작고
별은 캄캄할수록 밝음이 크다
닳은 괭이로는 한 줄기 눈물도 붙잡기 어려웁나니
낡은 삽으로는 한 포기 들푸도 키우기 어려웁나니
맨 꼭대기에 당도하여야 그 산에
깊은 골과 높은 능선을 알 수가 있으리라
한 잔의 안주감도 되지 못하는 몇 개 지식으로
그럴 듯하게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럴 듯하게 종교를 이야기하고
그럴 듯하게 민족을 이야기하고
그럴 듯하게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럴 듯하게 제 살점마저 속이려느냐
멀쩡하여도 어린 소나무에게는 관솔이 없는 것이리라
찌들어져도 어른 소나무에게는 관솔이 있는 것이리라
외딴 곳 허물어진 웅덩이라도 열렬하게 고요하면
꼭 제모습으로 담겨질 것이리라
참말로 조선 옷을 입을 수 있는 시인이라면
궂은 날 짚세기를 신고 목청을 돋구지 않으리라
기분이나 분위기는 스물세 살까지만 어울리는 것이리라
하얀 쥐와 검은 쥐의 한 말씀은
아홉 개 구멍으로 자주 만나본다며는
철든 사람 되는 거야 불 끄고 잠들기이리라
목포의 달빛은 바다가 있어 더 밝다는 것을 잊지 말으렸다 잊지 말으렸다

문학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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